태풍 피해복구 중 노동자 사망이 단순 교통사고?

“덤프트럭 기사는 특수고용노동자라 산재 적용 안 된다”

지난 10일 전북 정읍시 북면에서 용광로 사고로 노동자 2명이 사망한 지 채 10일도 안 지났다. 이런 가운데 정읍에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19일 오전 9시경 정읍시 북면에서 볼라벤 등 태풍으로 유실된 지방도로를 긴급 복구하던 중 특수고용노동자 1명이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긴급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정읍시는 긴급수해복구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고는 트럭 운전기사 고 최기석 씨가 수해로 발생한 흙을 덤프트럭으로 운반해 인근 개울가에 버리던 중 발생했다. 작업 중 지반이 약해 땅이 꺼지면서 덤프트럭이 약 한 바퀴 반이나 굴러 개울에 빠졌다. 20일 부검결과 사망원인은 익사였다.

현재 정읍경찰서 교통사고 조사반은 공사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 중이다. 특히 현장에 공사 책임자가 없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어 업무상 과실치사 여부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노조는 이번 사건이 정읍시청의 미흡한 안전관리에서 비롯됐다며 정읍시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고 나섰다. 건설노조는 “연이은 태풍으로 지반이 약해져 있고, 돌발상황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재난구역에서 안전사고를 대비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정읍시청은 직원들을 이용해 장례식장 동태만 살피고 있다”고 분노했다. 고 최기석 씨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조합원으로 건설노조는 정읍시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때까지 발인을 연기할 예정이다.

  지난 8월 29일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산재보험 전면적용 쟁취 하반기 투쟁을 선포한 가운데 19일 특수고용노동자가 공사현장에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출처: 참소리]

한편, 사망한 고 최기석 씨는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어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정읍경찰서는 “이번 사고는 교통사고로 분류되는 본인 피해 사고로 보고 있다”면서 “교통사고는 일단 본인과실이 맞다”고 말했다.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는 공사현장에서 일하다 사망해도 개인 과실 사고로 분류된다.

노동건강연대는 “건설노동자의 경우(특히 건설 기계를 다루는 노동자), 사고가 발생하면 일반사고로 처리되고 있다”며 “사고 자체를 산재로 집계해야 하는데 현행법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29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북본부는 건설노동자 대부분이 특수고용노동자로 규정돼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며 하반기 투쟁을 선포했다. 특히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과 산재 전면적용을 요구하고 있어 이번 사고 처리와 관련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기사제휴=참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