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진 공무원이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된 후 자살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청 공무원 박 모 씨는 지난 4월 수원시 공무원퇴출제도인 ‘소통 2012’ 교육대상자로 선정되었다가 8월 31일 직위해제됐다. 보름 후인 9월 15일, 박 씨는 수원산업단지 건물 11층 옥상에서 투신했다.

수원시가 올해 5월부터 시행한 ‘소통 2012’는 업무 능력이 떨어지고, 조직에 해를 끼친 직원을 선별해 교육한 후 평가결과에 따라 재배치하는 프로그램이다. ‘소통 2012’ 교육 대상사자로 선정된 박 씨는 뇌병변 2급 장애인이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5일 오후 수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염태영 수원시장의 불통시스템이 사람을 죽였다”며 수원시를 규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상곤 뇌병변장애 활동가는 “뇌병변 장애가 있더라도 조금 느릴 뿐이지 일을 못하는 건 아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직무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해선 안 된다. 효율성만을 중시한 수원시의 행정이 뇌병변 장애인을 죽음으로 몰고갔다”고 비판했다.


강경남 전국장애인야학 경기지부장은 수원시청 공무원들을 향해 “뇌병변 장애인의 말이 느려도 귀를 열고 들으려 노력하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다. 잘 귀담아듣기를 바란다”며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요청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강경남 지부장과 이형숙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류흥주 경기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대표 등 대표단은 염태영 수원시장과의 면담을 신청했다.

한편,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면담 신청서를 접수하려고 대표단과 함께 청사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시청 관계자와 경찰이 출입을 제지했다. 한 시청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청사 안에 들어와 농성에 돌입할 것을 우려해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라 밝혔다.


대표단의 시장 면담 요구에 수원시청에선 행정지원국 관계자가 나와 면담을 진행했다. “그동안 진행된 ‘소통 2012’ 프로그램의 내용을 전면 공개하라”는 대표단의 요구에 시 관계자는 “당장은 보여줄 수 없으며 26일 오전까지 시의 입장과 함께 프로그램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오는 10월 2일 염태영 수원시장과 면담할 예정이다.

지난 5월 수원시는 직원 근무행태 조사와 부서장 의견수렴 등을 거쳐 ‘소통 2012’ 교육대상자 38명을 선정했다. 대상자들은 교육 일환으로 관내 사회복지시설 봉사활동과 지정도서 독후감 제출 등의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했다. 이를 두고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기사제휴=뉴스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