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을 통해 알려진 삼성반도체, 삼성전자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4명이다. 하지만 이번 산재신청에 참여한 2명을 합하면 총 6명의 삼성 직업병 피해자가 목숨을 잃은 셈이다.
특히 삼성반도체 하청업체의 경우 상시 근무자의 25%가 유방암, 폐암 등을 얻어 사망했거나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반올림은 16일 오전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박효순 씨 등 삼성반도체 산재 노동자 5명이 집단산재신청을 한다고 밝혔다.
1984년생인 고 박효순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지난 2002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했다. 박 씨는 6라인 및 8~9라인에서 근무하다 2006년 초 건강이 나빠져 퇴사했다. 이후 2010년 11월 악성림프종 4기 진단을 받았고, 올해 8월 19일 2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고 이경희 씨 역시 지난 1994년 23세의 나이로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해 16년간 건식식각공정 설비엔지니어로 일했다. 하지만 2010년 폐암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해오다 올해 5월 16일 사망했다.
올해 만 27세인 김기철 씨는 대학졸업반이던 2006년 12월부터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에서 자동반송장비기사로 근무했다. 입사 6년 만인 올 9월 초 잇몸출혈로 병원에 갔다가 급성골수성백혈명 진단을 받고 현재 아주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는 “고 윤슬기 씨까지 올해 4명의 삼성반도체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2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며 “아직도 반올림과 연락이 닿지 않는 수많은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투병하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반도체 하청업체에서는 암이 집단 발병한 것으로 드러났다. 용인에 위치한 삼성반도체 하청업체 (주)QTS에서는 2010~2012년까지 상시근로자 20명 중 4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1명은 폐암으로 사망했다.
해당 업체는 40~50대 여성이 주로 근무했으며, 노동자들은 납, 플럭스 등을 사용해 납도금 업무를 하면서도 환기도 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란 노무사는 “40~50대의 여성 유방암 발병을 산업재해와 쉽사리 관련짓기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이 회사의 경우 20명의 상시근로자 중 4~5년 일한 장기근속자 5명이 지난 2년 사이에 각종 암에 걸려 사망하거나 투병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유방암 피해자인 김모 씨 등 2명이 집단산재신청에 나선 상태다.
한편 현재까지 반올림에 제보한 삼성 직업병 피해자는 약 160명에 달하며 이들 중 58명은 사망했다. 또한 약 30명의 피해자가 산재신청을 냈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로 인정한 사례는 지난 4월 재생불량성빈혈 피해자인 김지숙 씨뿐이다.
피해자 한혜경 씨의 모친 김시녀 씨는 “근로복지공단을 쳐다만 봐도 그동안 받았던 고통의 기억으로 서럽기만 하다”며 “공단은 권력과 돈에 치우치지 말고 지금이라도 노동자들의 직업병 인정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