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배신의 기억 쏟아낸 특수고용직 노동자

문재인과 간담회, “공약만 하지 말고 국회서 입법 실천해야”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말뿐인 공약을 믿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며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연내 입법 실천 의지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지켜보지만 말고 국회 바깥에서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는 18일 오전 여의도 시민캠프 5층 담쟁이 카페에서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간담회를 했다. 이날 대다수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야당 의원 숫자가 적어 특수고용직 노동3권 목소리만 조금 내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많다. 11월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진정성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주로 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대표적인 비정규 직종으로 학습지, 화물차량, 간병인, 모험모집인, 대리운전 기사, 레미콘 기사 등이다.

문재인 “참여정부 때 특고 보호법 만들려고 노력”

문재인 후보는 모두발언을 통해 “노동변호사 시절 골프장 도우미, 화물연대, 레미콘 기사 분들 사건을 많이 해봐서 실정을 조금은 안다”며 “그래서 참여정부 때 관심을 두고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법을 만들려고 했다”고 운을 뗐다.

문재인 후보는 “노동계에서는 미흡하다고 했지만 특수고용노동자 지위를 인정하고 노동조합과 같은 단체를 결성하도록 하고, 단체교섭을 하면 4대 보험도 보장되고 사용자의 불공정 행위도 교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당시 입법화됐으면 하나의 출발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어 “이명박 정부가 노동자성을 인정하지도 않고 개인사업자로서 권익을 보장하지도 않아 더 상태가 나빠졌다”며 “우선 노동자성을 인정받도록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근로기준법·노동관계법을 개정하고, 포괄적인 보호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또한 “지금 특고 노동자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4대 보험”이라며 “고용관계의 특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회사가 일정 부분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하다. 최소한 산재보험은 의무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무현도 박지원도 다 약속... 당선된 후 일로 보지 말아야”

하지만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지난 참여정부 시절 비정규직 정책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또한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에 공약이 아닌 대선 전에 먼저 국회를 통해 실천과 의지를 보여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권혁병 민주노총 건설노조 기계분과 위원장 직무대행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당시 후보도 특수고용직 노동자 노동3권을 보장 하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인데 이런 부분에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달라. 대선 후보 공약만 믿고 갈 수는 없다. 연내 통과되도록 힘을 써 달라”고 주문했다.

김달식 민주노총 화물연대 본부장은 “박지원 원내대표도 노동3권을 합의한 바 있고, 당론 추진을 밝힌 바 있지만 의지가 필요하다”며 “특고 노동자 4대 보험법 통과에 최선의 노력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강종숙 민주노총 학습지노조 위원장은 “고 노무현 대통령도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특수고용 노동자는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강종숙 위원장은 “민주당을 비롯해 후보도 공약이나 당선된 후의 일로 봐선 안 된다”며 “국회 환노위도 다수고 새누리당 내에서 노조법 개정에 찬성하는 의원도 10여 명 있다. 이분들 다 조직하셔서 11월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한다”고 촉구했다.

강 위원장은 “이번엔 10년 전과는 다르다. 공약만 믿고 투표할 특고 노동자는 없다”며 “(국회에서 먼저) 실천이 되어야 특수고용직도 그걸 바탕으로 지지후보를 정하고 투표를 하라고 할 수 있다. 관련법들은 이미 당론으로 발의했으니 책임지고 통과시켜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상원 한국노총 비정규직 담당 부위원장은 “이번 정기국회 때 노동법 관련 법안이 여당과 논의가 안 되면 목소리만 내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많다”며 “후보님과 민주당이 책임을 느끼고 11월 22~23일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결과를 낸다면 분명하게 지지하고 현장 모든 조직이 인원을 동원해 다 같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참여정부는 당시 국가인권위가 권고한 사용사유제한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입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그 여파로 오히려 단기계약, 외주화, 간접고용, 특수고용직으로 고용형태가 하향평준화 됐다. 문 후보의 출발지점은 이 두 가지부터”라고 지적했다.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에선 이런 자리가 또다시 카메라 앞에서 병풍 역할이나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며 “민주당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연내에 시정 조치한다고 했지만 교과위에서 새누리당과 연내입법처리를 미루기로 합의했다. 공약은 얘기하지만 실제 의지 있는지는 여전히 의구심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희성 부위원장은 “일반 법 개정과 달리 노동법 개정요구안은 자본의 완강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며 “지금도 의원 숫자가 적어 어려움이 많다고 하는데 당선이 돼도 국회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적어도 올해 해당 상임위에서라도 법안이 통과되도록 후보가 의지를 보이고 실현되는 게 관건이다. 반드시 의지를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문성현 “누가 노동현실 이해하는 진정성 있는지 동지들이 봐 달라”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솔직한 얘기를 들은 문재인 후보는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는 “적어도 실질 생계 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고 누구나 4대 보험을 적용받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강력한 노동개혁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며 “그 일이 쉬웠으면 진작 해결됐겠지만 재계와 기득권의 저항은 우리 힘을 뛰어넘을 정도로 막강하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여러분의 요구를 해결하고 싶지만 민주당 혼자서는 못한다”며 “건너편에 서서 ‘문재인이 잘하나 민주당이 잘하나 보자’ 이렇게 쳐다만 보고 있으면 못한다. 참여정부 때 노동계와 제대로 힘을 모았으면 할 수 있는 것도 있었는데 못했다”고 민주당 지지를 호소했다.

문 후보는 이어 “지금은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가 시대의 과제라 하고 대선주자들도 한결같이 말하는 때라 대전환을 이룰 좋은 기회”라며 “개혁의 대전환을 이룰 세력이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기국회 때 법안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 그 과정에서도 여론의 압력이 뒷받침되도록 민주당 노력을 밀어주시고, 숫자가 부족해 다 해내지 못하면 다음 정부 첫 번째 과제로 해내겠다”고 밝혔다.

간담회 말미 문성현 시민캠프 공동대표(일자리위원)는 “이 자리 동지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드린다”며 “유력한 후보 중 누가 노동현실을 이해하는 진정성을 가진 사람인지 판단해주시고, 실제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를 해야 한다면 단일화 이후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누가 좋은지를 분명히 하고 속한 조직에서 진지한 토론을 해야 문재인 후보가 대선국면을 뚫고 갈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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