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은 정부의 해명에 따라 호주연방경찰에 조사를 받은 지성수 목사와 조사에 동석한 교민들에게 다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교민들은 정부기관들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 호주 시드니 '두 개의 문' 영화표(왼쪽)와 광고(오른쪽) |
법무부는 19일 언론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지난 10월 9일 호주교민 지 모씨가 주시드니총영사관으로 찾아와 영사로서 파견근무 중인 강수산나 영사를 거론하며 ‘강 영사의 출퇴근 경로를 모두 파악하고 있고, 영화(‘두개의 문’) 상영 무렵 강 영사에 대해 좋지 않은 일이 행해질 수 있으니 알아서 대비하라‘는 취지로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또한 “시드니총영사관은 강 영사의 신변보호 방안에 대해 호주연방경찰과 협의하였고, 호주연방경찰은 외교관에 대한 협박 사안으로 판단하고 지 모씨를 상대로 그 경위를 확인한 사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통상부도 19일 “호주연방경찰은 지 모씨에 대해, 동인의 언급은 외교관에 대한 ‘위해고지’로 처벌대상이라고 설명한 후, 1차 경고하고 추가 협박이나 위해시 정식 사건화 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또한 “동 건은 우리 외교관의 안전과 관련된 사항이라는 점을 감안, 어떠한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 주의를 기울이면서 필요시 관련 조치를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드니 총영사관도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강수산나 영사는 ‘두 개의 문’ 영화에 대한 공개초청 서한을 접수하거나 고지받은 사실이 전혀 없으며, 호주연방경찰의 지 모씨에 대한 조사는 ‘두개의 문’ 영화 상영과 관련하여 행해진 것이 아니라, 지 모씨의 협박성 발언에 대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강수산나 영사는 1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정식으로 (호주연방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신변상의 위협을 느껴 평소 친하게 지내던 호주 검사에게 상의를 한 것이며 사안이 중대하다고 자체 판단한 호주 영사가 호주연방경찰에 알려 지 목사를 소환 조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영사, 신고 아닌 협의만 했다?
교민을 보호해야 할 영사가 비판적인 영화 상영을 추진한 교민을 오히려 협박혐의로 호주연방경찰에 수사 의뢰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논란이 일자 강 영사와 정부가 신속히 해명했지만, 각 기관들의 해명 내용과 사실관계는 미묘하게 엇갈렸다.
강수산나 영사는 친분 관계에 있는 호주 영사와 상의했더니 그 영사가 직접 호주연방경찰에 알려 소환 조사가 진행됐다고 했지만, 법무부와 외교부는 총영사관이 호주연방경찰과 협의하자 이들이 자체적으로 판단, 조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총영사관과 강 영사 모두 수사 의뢰가 아닌 호주 측과 협의만 했다는 점과 지 목사를 협박 사안으로 판단하고 조사한 것은 호주 측이라고 말한 점에서는 입장이 같다. 그러나 강 영사가 개인적으로 아는 호주 검사에게 상의한 것인지, 아니면 총영사관이 공식적으로 호주 경찰에게 협의한 것인지는 차이가 있다.
또한 정부와 강수산나 영사 해명을 두고 지성수 목사를 비롯한 호주연방경찰 면담에 동석한 교민들에게 확인한 사실관계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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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9년 10월 12일 용산참사 재판 현장검증에 나온 강수산나 검사 [참세상 자료사진] |
“호주연방경찰은 강 영사가 조사를 요구했다고 했다”
‘두 개의 문’ 상영회를 추진한 시드니 교민들은 강수산나 영사가 호주연방경찰에 지 목사를 외교관 협박 혐의로 신고했다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런 의구심을 갖는 것은 호주연방경찰의 발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오전 호주연방경찰은 지성수 목사에게 전화로 연락해 지 목사가 가능한 시간과 편한 장소에서 만나자고 해, 호주 교민인 박은덕 변호사 사무실에서 면담 조사가 진행됐다.
자리를 함께 한 교민 고직만(호주건설노조 조직가) 씨는 호주연방경찰이 소환장 없이 지 목사를 만나는 이유에 대해 물었고, 호주연방경찰은 “오늘은 정식적인 조사(interrogation or investigation)가 아니다. 소환장(subpoena) 이나 기타 관계 영장(writ)은 없는 상태지만 강수산나 영사가 자신의 신변에 대해 지 목사가 위협을 했다는 혐의(allegation of threat and assault)를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사에 동석한 박은덕 변호사는 “‘강수산나 영사가 지 목사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느냐(Did Ms. Kang request you to meet Mr. Ji)’고 두 차례 물었고, 호주연방경찰은 ‘그렇다(Yes)’라고 대답했다”며 “이 대목의 한국 법무부와 외교통상부의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박주민 변호사는 “신고는 정해진 형식이 있는 것이 아니고 수사기관에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에 경찰과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눴다면 신고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성수 목사, “총영사관에 가지도 않았고 협박도 하지 않았다”
이번 논란의 가장 핵심 쟁점은 시드니총영사관과 외통부 등이 밝힌 대로 지성수 목사가 강수산나 영사를 협박했는지 여부다.
정부는 지 목사가 강 영사를 거론하며 “강 영사의 출퇴근 경로를 모두 파악하고 있고 영화(‘두개의 문’) 상영 무렵 강 영사에 대해 좋지 않은 일이 행해질 수 있으니 알아서 대비하라‘는 취지로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우선 지성수 목사가 9일에 영사관에 방문했다는 대목부터 영사관과 지 목사의 주장이 엇갈린다.
<참세상>은 지난 19일자 기사에서 “강수산나 영사에게 공개 초청 서한을 발송했다”고 보도했지만, 지 목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A 영사에게 ‘두 개의 문’ 영화표를 팔면서 여러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주시드니총영사는 20일 보도자료에서 “강수산나 영사는 ‘두 개의 문’ 영화에 대한 공개초청 서한을 접수하거나 고지받은 사실이 전혀 없으며, 호주연방경찰의 지 모씨에 대한 조사는 ‘두개의 문’ 영화 상영과 관련하여 행해진 것이 아니라, 지 모씨의 협박성 발언에 대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드니총영사관의 해명도 사실관계가 맞지 않았다. 지성수 목사는 영사관을 찾아가 협박한 것도 아니며 평소 알고 지내던 A 영사에게 영화표를 팔기 위해 갔다는 입장이다.
지성수 목사는 20일 <참세상>과 통화에서 “그날 영사관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두 개의 문’ 영화표를 팔기 위해 영사관이 입주해 있는 빌딩 커피숍에서 A 영사와 만났다”고 밝혔다.
‘두 개의 문’ 시드니 상영회 주최 측은 9월 19일부터 영화티켓을 판매해 왔다.
지 목사는 “A 영사를 만난 9일 동포들이 밀집해 있고 영사관도 있는 시드니 도심 지역 Sydney CBD에서 ‘두 개의 문’ 표를 팔았고, 영사관 사람들에게도 팔기위해 지난 2년간 북한 선교나 한인 영화제작 사업 등의 일로 자주 만났던 A 영사와 커피숍에서 봤다. A 영사는 영화표 2장을 사줬다”고 밝혔다.
주시드니영사관은 시드니 엘리자베스스트리트 111번지 20층 빌딩 13층에 위치하며, 지 목사는 A 영사와 이 건물 1층 커피숍에서 만났다. 이처럼 A 영사가 영화표까지 산 상황에서 일부 발언을 협박으로 보고 신고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지성수 목사가 협박을 했다는 정부 주장을 놓고도 지 목사는 “협박은 어불성설이다”고 못 박았다.
그는 “강수산나 영사를 거론한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 상영 후 영화를 보고난 사람들이 영사관에 어떤 형태로든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거나 ‘한국에서 초청받은 사람들이 오면 강수산나 영사를 어떻게든 만나 보려고 할 터이니 영사관 측에서 현명하게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영화 상영 후 생길 수 있는 여러 논란에 관해 영사관 쪽에 호의를 갖고 미리 알린 것을 협박으로 봤다는 것이다.
박은덕 변호사는 호주연방경찰 면담조사에서 지 목사가 협박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하자 호주연방경찰이 외교관 보호에 관한 법을 설명하면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들은 용어 선택에 신중을 기할 것을 충고했다고 전했다.
이번 논란을 놓고 박주민 민변 변호사는 “의사표현 행위는 매우 광범위하고 퍼포먼스를 포함한 것인데 이를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강수산나 영사가 용산 사건을 담당하며 엄청난 비판을 받아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며 “영사로서의 의무와 직무에 비춰 봤을 때, 이성적이고 차분한 대응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박은덕 변호사는 이번 논란에 대해 “정부가 우리 의도와 다르게 비본질적인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며 “교민들은 두 개의 문이라는 영화와 용산참사의 진실을 보고 싶은 것 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