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파업은 방송국의 프로그램 제작에 외주제작 비중이 높아지면서 발생했다. 방송국에서 제작되는 프로그램의 40% 이상을 외주제작한다는 방침이 시행되면서 경제적으로 열악한 외주제작 업체들이 출연자들에게 출연료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착복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한연노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외주업체가 제작한 KBS 드라마에 출연해 받지 못한 출연료가 15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한연노는 KBS가 미지급 출연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BS측은 “KBS가 미지급 출연료를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프로그램 제작을 의뢰한 외주제작사에 연기자들의 출연료를 이미 모두 지급했기 때문에 출연료가 지급되지 않은 것은 자사의 잘못이 아닌 외주제작사 책임”이라는 것이다.
이에 한연노 소속의 중견연기자인 송재호 씨는 14일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프로덕션에서 돈을 못 받더라도 방송국에서 지급해 주겠다는 협약서가 있다”면서 KBS가 밀린 출연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송재호 씨 [출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스틸] |
송재호 씨가 언급한 협약서는 외주제작이 확대되면서 출연료 지급에 불안감을 느낀 연기자들이 방송국과 출연료 보장을 약속한 내용을 담은 협약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재호 씨의 말에 따르면 당시 KBS 사장의 인장까지 찍힌 명백한 ‘단체협약서’라는 것이다. 송재호 씨는 “단체협약에서 약속한대로 KBS가 미지급 출연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재호 씨는 이어 “당장 방송국에 갈 수 있는 차비가 없거나 끼니를 못 때우는 사람들이 한연노 조합원의 70%에 달할만큼 많다”며 출연료 미지급 사태의 심각성을 전달했다. 송재호 씨는 “얼굴이 많이 알려진 유명 연기자로서 스스로는 생계 걱정을 안 하지만 이 돈을 받아야 생활할 수 있는 후배 연기자들을 위해서 결심했다”고 파업 동참이유를 설명했다.
한연노는 미지급 사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연노는 이와 함께 일방적으로 동결된 출연료와 수당의 현실화, 초과 시간에 대한 출연료 지급, 단체협약 준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14일부터 파업에 동참하는 ‘개그 콘서트’는 단체협약상 최저임금에 미치지 않는 출연료를 지급하고 있고 그마저도 연습시간은 출연시간으로 산정하지 않는 등 월 평균 2억 원 이상의 출연료 미납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000여 명에 달하는 한연노 연기자 조합원들 중 현재 70~80% 정도가 KBS 드라마에 출연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연노의 파업이 장기화되면 올 초 방송사 파업보다 더욱 가시적인 방송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