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정희에 본전도 못 찾아...문재인, 안철수 덫에 허우적

이정희, 박근혜 저격수로 3자 TV토론 승리

4일 저녁 8시부터 10시가진 진행한 대선후보 TV 토론은 단연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승리였다. 이정희 후보는 토론이 끝나자 박근혜 후보 저격수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다. 특히 박근혜 후보가 이정희 후보의 종북 이미지 부각과 야권후보 단일화를 흠집 내기위해 네거티브성 질문을 던졌다가 받은 역공은 박근혜 후보를 멘탈 붕괴 직전까지 몰아붙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토론회로 이정희 후보는 확실한 존재감을 남겼고, 박근혜 후보는 이정희 후보의 공격에 말 더듬는 모습까지 보여줘 남은 두 차례 토론을 기피할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예의를 차리는 질문과 답변으로 일관해 이정희-박근혜 토론 사이에서 존재감조차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로 나왔다.


이정희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겐 비정규직 해결방안의 구체성과 한미FTA 문제 등의 대안을 위주로 질문을 한 반면, 박근혜 후보에겐 유신 공주로서 누렸던 특권과 측근 비리 문제, 말뿐인 재벌규제 등을 물고 늘어졌다.

이 후보는 이렇게 박 후보 공격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원의 사회 환원과 유통산업발전법 대선 전 통과 언급 등의 답변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또한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후 “측근 비리의 고리를 끊으려면 측근비리 발생 시 대통령직을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요구해 박 후보를 질색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후보는 전날인 3일 안철수 전 후보가 박근혜-문재인을 싸잡아 흑색선전만 난무하는 선거라고 말한 것을 의식한 듯 정책 공약집 읽기 수준의 토론을 벌여 그나마 있던 존재감조차 잃었다. 문재인 후보는 또한 지난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토론회에서 나온 제주해군기지, 비정규직, 양극화 문제 등 참여정부 평가에선 거의 비슷한 말을 해 신선함도 떨어졌다.

“한미FTA 날치기 한 후 애국가 부르면 용서 되나”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이정희 후보를 야권연대로 엮어보려 했지만, 이정희 후보의 언변에 말려 대부분 오발탄이 됐다.

특히 한반도 주변국과의 외교정책 방향에 대한 상호질문을 주고받는 대목에선 박근혜 후보가 “외교문제 관련한 것은 아닌데”라며 “이정희 후보는 계속 단일화를 주장하는데, 나중에 후보를 사퇴하게 되면 국고보조금을 그대로 받게 된다. 도덕적 문제도 있는데 단일화를 계속 주장하면서 토론회에도 나오는 이유가 있느냐”고 회심을 일격을 가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박근혜 후보를 경악하게 했다.

이정희 후보는 “이것만 기억하시면 된다”며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다. 박근혜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리고 진보적인 정권교체를 해낼 것”이라고 박 후보만 물고 늘어졌다.

이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가한 또 다른 일격은 사회자가 공통질문으로 던진 외교 정책방향 질문에서 나왔다.

이 질문을 놓고 이 후보는 “외교의 기본은 나라의 주권을 지키는 것이다. 충성 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한국 이름 박정희. 해방되자 쿠데타로 집권하고 한일협정을 밀어붙였다. 유신독재의 철권을 휘둘렀다. 뿌리는 속일 수 없다”며 “친일과 독재의 후예인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한미FTA를 날치기 통과해서 경제주권을 팔아먹었다. 애국가 부를 자격도 없다. 날치기한 뒤에 애국가를 부르면 용서가 되느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정희 후보가 호명한 ‘다카키 마사오’라는 이름은 토론이 끝난 직후 각종 포털 사이트 등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어 “한미FTA 날치기에 동참한 사람이 국정을 책임지겠다고 하면 안 된다”며 “농민들이 FTA 때문에 죽겠다고 하면 일단 농업부터 제외하겠다는 판단을 대통령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정희, 박근혜만 물고 늘어져

이정희 후보는 대부분의 사회자 공통질문에서도 박근혜 후보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이 후보는 대통령의 리더쉽을 묻는 대목에선 “공감과 소통, 경청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박근혜 후보가 전태일 열사의 동상에 헌화를 하겠다면서 쌍용차 노동자의 멱살을 잡아끌어내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불통이다. 유신독재 퍼스트레이디가 청와대로 가면 불통과 오만, 독선의 여왕이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치권의 불신해소 방안을 두고 박근혜 후보는 약속의 정치와 통합의 정치 등을 얘기했지만 이정희 후보는 “친일 뿌리, 독재의 과거, 민생 외면, 말바꾸기, 각종 비리백화점, 꼬리자르기, 툭하면 색깔론, 부끄러운 구시대 정치는 새누리당이 다 했다”며 “한국정치 쇄신의 핵심은 바로 새누리당 없어지고 합리적 토론이 가능한 정치 환경을 만들어 서민의 눈물을 닦는 것”이라고 역시 맹공을 퍼부었다.

박근혜 후보는 이정희 후보의 종북논란도 부각 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박 후보는 “대통령은 분명한 국가관이 있어야 한다. 이정희 후보와 통합진보당은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고 애국가를 안 부르는 것으로 안다. 대통령 출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지만 이 후보는 “당 대표로 국가차원의 공식에서 국민의례는 다 했는데 제대로 알고 질문을 하라”고 면박을 줬다.

박근혜 후보가 재차 “애국가를 불렀다고 했는데 당에 속한 의원 중 거부하는 의원이 있다”고 제기하자 “제대로 알고 말을 해야 한다. 준비를 잘 해 오셨어야죠”라고 비꼬기도 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와 이정희 후보는 사이좋게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정리해고 문제 등의 해법을 주고받았다.

이정희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참여정부 시절 양산된 비정규직이 허공에 매달려 겨울을 버티고 있다. 이런 현실조차 바꾸지 못하는 정치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묻자 문 후보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좋은 일자리 차원에서도 필요하고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시대적 과제”라며 “임기 중 비정규직 비율을 절반으로 낮추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해고 무효나 복직 등 유리한 판결 받았을 때 사용자 측에서 항소 상고해서 시간을 끌지 않도록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어 “참여정부 때 비정규직 문제, 양극화 문제에 대해 충분히 잘 대처하지 못했다”며 “지금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다음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면서 약속드리고 있는 것도 참여정부의 부족함에 대한 성찰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정희 후보의 토론 방식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뉘었다. 소셜네트워크 등에선 대체적으로 합격점을 받았지만, 일부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적개심과 타도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토론으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속시키고, 통진당 사태이후 진보정당에서 철수한 유권자들을 다시 모을 만큼의 시원함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이 후보가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고 한 말은 사실상 사퇴 가능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이 되는데다, 박근혜 물고 늘어지기가 오히려 문재인의 부동층을 늘리고 보수대결집의 효과만 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태그

박근혜 , 문재인 , 이정희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용욱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