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후보의 딜레마

[참세상 논평] ‘진보적 정권교체’의 역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한 번의 토론회를 통해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켰다. 박근혜 후보 면전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 전두환으로부터 6억을 받은 사실 등을 거론하였고, 박근혜 후보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말에 ‘핵폭탄’이란 표현이 등장할 정도다.

지난 총선 시기 비례대표후보 선출과정에서 벌어진 부정경선논란으로 진보몰락의 주범으로 몰렸던 것에 비하면 반전의 기회를 획득했다는 평도 들린다. 한번의 TV토론으로 올린 성과이다. 하지만 이정희 후보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를수록, 그리고 그 효과로 지지율이 상승할수록 이정희 후보는 딜레마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후보의 대선 출마 목적은 ‘진보적 정권교체’다. TV토론에서 “어차피 사퇴할 것, 왜 나왔냐”는 박근혜 후보의 질문에 “당신 떨어뜨리려 나왔다”고 직설적으로 답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정희 후보에 대한 지지표는 거의 대부분 진보적인 표이고 이는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에서는 문재인에 대한 지지로 연결될 것이 확실하다.

이정희의 지지율 상승은 박근혜 지지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으로 향할 것으로 보이는 지지에서 나온다. 문재인에 대한 지지표를 갉아먹을 것이라는 점이다. 반면, TV토론 이후 박근혜 지지층에 대한 자극으로 박근혜 지지표는 더 집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권교체’가 목표인 이정희 후보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후보가 이정희 후보와의 연대에 적극적이거나 관심을 표하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딜레마는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이정희 후보와의 연대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 우려하며 별 관심이 없다. ‘안철수-문재인-심상정 연대’의 실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정희 후보는 TV토론을 매개로 자신을 던져서라도 통합진보당의 독자적 지지층을 형성하기 위해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공세적인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30일 통합진보당 강병기 선거대책위원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첫 대선후보 TV에서 언론에 철저히 소외됐던 이정희 후보의 진면목을 국민들께선 확실하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며 ‘완주할 각오하고 있다’, ‘내용없는 정권교체 의미없다’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전략을 암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정희 후보는 향후 두 차례의 TV토론이 끝날 때까지는 사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의 토론을 통해서 이정희 후보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키고 부정선거로 각인된 통합진보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벗겨내 그들 표현대로 ‘통합진보당의 진실’을 최대한 알리려 노력할 것이다. 그 이후 사퇴냐 완주냐의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이정희 후보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지지율이 올라갈수록 선택의 어려움과 딜레마는 가중될 것이다.

이러한 딜레마는 ‘진보적 정권교체’라는 목표에서 나오는 딜레마다. 이정희 후보는 대선출마 이유의 하나로 한미FTA, 국가보안법, 정리해고 문제해결을 내걸기도 했다. ‘진보적 의제’를 중심으로 한 야권연대로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쪽이 ‘좌 클릭’함으로써 문재인 후보 대선공약에는 그동안 진보개혁진영이 요구해 온 진보적 의제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문재인-심상정 공동선언’에서도 한미FTA나 제주해군기지, 경제자유구역 확산 등 핵심쟁점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다. 문재인 후보가 이정희 후보와 이 사안을 중심으로 공식적인 ‘야권연대’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진보적 정권교체’에서 ‘진보’의 의미는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의 ‘좌 클릭 공약’이란 의미 이상을 지닐 수 없다. 안철수 전 후보는 스스로도 ‘합리적 보수 혹은 온건 진보’ 경향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문-안 연대는 ‘진보성’을 거의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정희 후보가 목표로 하고 있는 ‘진보적 정권교체’에서 남는 것은 ‘정권교체’일 뿐이다. 그런데 사퇴하지 않고 완주할 경우 자기의 목표를 거스르는 것이 된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을 감안할 때 이정희 후보의 딜레마는 존재감이 부각될수록 더욱 깊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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