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사건으로 구속돼 대구교도소에 수감 중인 천주석(48)씨가 교도관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한 사실을 구속노동자후원회에 알려와 재소자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2월 9일 천 씨는 구속노동자후원회에 편지를 보내 “7월 30일 오전 10시, 운동 시간에 운동을 나가던 중 갑자기 성 아무개 교도관에게 영문을 모르는 폭행을 당했다”고 전했다.
천 씨는 “7월 30일 오전 10시, 이날도 저는 평소와 똑같이 방에서 운동 나갈 준비를 하였고 방을 나오는데, 문 앞에 서 있던 성 교도관이 갑자기 긴팔 티를 벗으라고 말하며 밑도 끝도 없이 교도관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했다고 상위 긴팔 티를 잡아당겨 흔들어 대며 가슴으로 저를 떠밀었다”고 주장했다.
천 씨는 “저를 벽으로 떠밀어 놓은 상태에서도 악을 쓰며 위협적으로 달려 들어 옷을 빨리 벗으라고 했다”며 “긴팔 티는 제가 평상시에도 항상 입었던 옷이며 교도소에서 정상적으로 판매하는 옷임에도 교도관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했다며 폭행과 폭언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구속노동자후원회는 “대구교도소에서 복역했던 출소자 김 아무개 씨 증언에 따르면 평소 성 아무개 교도관은 수용자들한테 반말과 폭언을 일삼았고, 사동 봉사원(도우미)들에게 라면을 끓여 달라는 등 개인적인 사역까지 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구속노동자후원회와 전국철거민연합, 인권운동연대 등은 2일 오후 2시 대구교도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수용자 인권 침해 조사 및 해당 교도관 징계를 요구했다.
인태순 전국철거민연합 연대사업국장은 “용산참사로 크게 다쳐 수술을 한 천주석 씨는 대구교도소로 이감 후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재소자의 건강상태를 무시하고 교도관이 폭행까지 일삼는 것은 인권유린”이라고 지적했다.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저도 70일 동안 구치소에 있다가 얼마 전 나왔다. 인권을 지키려는 교도관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며 “아직도 교도관들은 재소자 교화가 목적이 아니라 군림하는 것이 먼저인 사실이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월 31일 구속노동자후원회는 “긴팔 티를 입는 것이 규율을 위반한 행동입니까? 규율 위반이라면 명확한 근거를 밝혀 달라. 설사 규율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수용자에게 폭행과 폭언을 한 것은 인권침해지 않느냐”며 “대구교도소가 몰랐다면 진상조사를 통해 해당 교도관을 징계하고 조치를 취해 달라”는 질의서를 대구교도소에 발송하고 교도소장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구교도소 측은 구속노동자후원회가 요구한 대구교도소장 면담을 거부했다.
이에 대구교도소 우희경 총무과장은 “사실이라면 저희도 해당 교도관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민원 서신을 받은 것이 31일 늦은 시각이었고, 해당 사건 사실 자체를 모르다가 이제야 확인했다”며 “갑자기 찾아와 면담을 요청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어 “7월 30일 사건이라 주변 진술확보 및 조사에 시일이 걸릴 것이다. 진위여부가 밝혀지면 확실히 공무원법에 따라 징계조치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후 천 씨와 면회를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천 씨를 만나니 한 번이 아니라 수 차례 폭력을 당해왔다고 증언했다. 억울하게 옥살이하는 양심수에 대한 지속적인 폭력이 일어난 것은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용산참사는 지난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강제철거를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던 이들을 경찰이 강제해산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으로 이 일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의 강제해산 작전의 절차적 문제점, 강제철거, 사건 조사 과정의 문제로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으로 8명의 철거민이 징역형을 받고 수감됐으며, 지난해 10월 2명이 가석방됐고 현재 6명이 복역 중이다. (기사제휴=뉴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