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 서울시 인권위 인권침해 권고에 “우리가 피해자”

강남구청의 적반하장...넝마공동체, “강남구청 고발할 것”

서울시 인권위로부터 인권침해 시정조치를 권고 받은 강남구청이 오히려 서울시 인권위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서울시 인권위는 강남구청의 넝마공동체 기습철거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강남구청에 사과 등 시정조치를 권고했다. 그러나 강남구청은 서울시 인권위의 권고를 거부한 채 오히려 명예훼손 고발 등 서울시 인권위에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다.

강남구청은 지난 해 11월, 탄천운동장을 점유한 넝마공동체를 철거하면서 점유지에 철재 펜스를 치고 출입을 통제하며 음식물 등의 반입을 차단했다. 25일 새벽에는 기습적으로 자고있는 공동체 주민들의 거주지에 침입해 설명도 없이 거주지 바깥으로 끌어내는 행정대집행을 진행했다. 당시 주민들은 신발과 양말도 미처 신지 못한 상태로 강남구청이 고용한 용역직원에게 끌려나왔다.

  지난 11월, 넝마공동체의 서울시 인권위 제소 기자회견 [출처: 참여연대]

서울시 인권위는 당시 강남구청의 행정대집행 시기가 “시행령이 정한 동절기가 아니라 할지라도 동절기를 불과 며칠 앞 둔 추운 날, 야간 우중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제인권규약, 사회권규약 제11조가 정하고 있는 강제퇴거금지의 원칙에 반한 인권침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들을 의사에 반하여 컨테이너 안에서 최소 40분 이상 나오지 못하도록 하거나 피해자들이 잠을 자고 있던 야간에 갑자기 들이닥쳐 어떤 설명도 없이 강제로 끌어내고 추운 날씨임에도 방한 양발이나 신발 등을 착용할 시간도 주지 않고 끌어내 추위에 떨게 하였으며, 강제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손목이나 발목 등에 멍 등 타박상을 발생하게 한 점 등은 모두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강남구청에 시정조치를 권고했다.

그러나 강남구청 측은 “불법시설물의 철거과정에서 철거장비로부터 주민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보호하였던 것이며, 철제가 아닌 메시휀스를 설치한 것은 불법시설물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며 “서울시 인권위의 조사 결과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강남구청의 행정집행은 관계공무원들의 입회하에 정중히 퇴거를 요청하였고, 대다수의 주민들이 퇴거요청에 응하여 인명사고 없이 대집행을 마쳤다는 것이다.

강남구청은 오히려 “철거민들이 강남구청 주택과 직원 12명에게 미리 준비한 불 솜방망이를 휘두르는 바람에 직원 1명이 심재성 2도 화상을 입고 현재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며 강남구청 공무원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넝마공동체와 시민사회 측은 강남구청의 이같은 반박에 대해 “넝마공동체 사태를 왜곡하고, 인권유린 은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과 용영업체가 서울시 인권위의 조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으면서 이제와 조사결과를 부인하고 반론권을 운운하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넝마공동체 측은 강남구청이 11월 15일, 28일 두차례에 걸쳐 새벽 기습적으로 용역 150여명을 동원해 속옷 바람의 주민들을 강제로 탄천운동장 밖으로 끌어내어 내동댕이쳤고, 이 과정에서 1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주민들을 고립시켜 단전, 단수, 출입통제, 음식물 반입금지, 화장실 폐쇄로 인간의 생리적 고통을 극대화하여 심각하게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넝마공동체는 강남구청이 서울시 인권위가 해당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3차례 소환조사 요청을 거부하고 서울시의 현장방문 조사에도 협조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넝마공동체와 토지공공성네트워크,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강남구청을 향해 “계속해서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면서, 넝마공동체 주민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태를 왜곡하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다”며 “강남구청과 강남구청장을 넝마공동체에 대한 사실왜곡과 명예훼손 혐의로, 또 강제철거 과정에서의 인권 유린과 폭력 행사 형사고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인권위도 강남구청의 반박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인권보호팀은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서울시 인권위의 조사결과에는 왜곡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강남구청이 법적절차에 따른 합법적 행정대집행을 진행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만 그 집행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남구청은 지난 해 11월 서울시 물재생시설과가 공문을 통해 “넝마공동체의 불법 점유시설을 철거하고 나서, 출입자를 통제하고 추가 물품을 반입하는 것을 예방·감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넝마공동체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지시해놓고 이제와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서도 “이미 철거된 자재와 컨테이너 등의 물품들이 다시 점유지 안으로 반입되는 것을 막으라는 공문”이었다며 “강남구청이 주장하는대로 사람과 음식물, 식수까지 통제하라는 지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지시를 강남구청이 과잉해석해 집행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인권보호팀은 “서울시의 공문이 구체성을 띄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강남구청의 집행은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시 측은 이번 논란이 자칫 지자체간의 대결로 비화되는 것은 경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남구청이 ‘명예훼손 등 강력한 대응’을 천명한 이후에도 서울시의 대응이 소극적인 것도 논란의 불똥이 자칫 넝마공동체 구성원들에게 튈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시 인권보호팀은 “중요한 것은 넝마공동체 주민들이 빨리 거처를 찾고 다시 자활을 시작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강남구청과 서울시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데 논란이 왜곡되면 자칫 감정싸움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전했다.

서울시 인권보호팀은 이어 “넝마공동체 뿐 아니라 서울시의 모든 철거민들에게 행해지는 행정대집행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새로운 관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며 “이번 사건이 지자체간의 힘 싸움 논란으로 소모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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