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 사각지대 청소노동자, 유해물질 노출까지

대학 청소노동자 실태조사단 열악한 노동조건 폭로

노동계와 사회단체, 야당 의원 등으로 구성된 ‘대학 청소노동자 노동안전실태조사단’이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소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폭로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시내 주요 대학과 대학부설병원 6곳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한 결과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안전도구도 없이 장시간 같은 일을 반복하는 등 노동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노동안전실태조사단은 “노동자들은 권고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무거운 물건을 취급하고, 허리를 숙이거나 고개를 내리는 등과 같은 불안한 자세로 반복적으로 작업한다”며 “일상적으로 건강과 안전 침해요소에 노출되어 있다”고 밝혔다.

  [사진 : 참세상 김용욱 기자]

산업재해를 당해도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서울 한 사립대에서 일하는 전 모 씨는 “작년 10월 18일 쓰레기봉투 내 유리조각에 찔려 치료비와 임금은 회사가 지급하기로 했다”며 “회사는 치료비 지급시 ‘동일 부위에 재발사고가 없도록 각별히 주의할 것을 서약하며 동일부위 관련 치료비 요양비 등은 추후 회사에 청구하지 않을 것을 각서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장시간 안전도구 없이 유해화학물질 등을 다루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단은 “노동자들은 청소를 위해 화학물질이 포함된 세척제 등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데 주의해야 할 것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보호구도 지급되지 않고 있다”며 “취급하는 세척제 등에 대한 조사에서 발암물질, 생식독성 물질, 환경호르몬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었음에도 일반적인 마스크조차 지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이어 “시설관리노동자들이 청소 등에서 사용하는 제품은 그 특성상 화학물질을 함유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화학물질 성분 조사에서 함유량이나 독성 정도에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환경호르몬이나 생식독성 물질이 함유된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고 밝혔다.

서울 한 대학병원에 다니는 박 모 씨는 “처치실 바닥에 주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고, 복도에도 주사바늘이 빠져 있는데, 주사기를 줍는 과정에서 주사침에 찔렸다”며 “곧장 혈액검사를 받을 수 있으나 일이 너무 바쁘고 ‘별거 아니다’고 해서 그냥 청소를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노동자 김 모 씨는 “결핵환자부터 모든 중증환자들이 쓰다버린 물품을 만지는데 일회용 장갑이나 마스크, 집게조차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안전에 대한 책임은 대학측에 있다며 △학교 내 ‘유해물질 지도’ 작성 및 공개 △노사공동 노동안전실태조사 △위생시설 개선 및 확충 △원하청 노동안전보건협의회 구성 등을 요구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가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노동자 69.2%가 일하다가 아프거나 다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도구 사용, 쪼그려 앉거나 엉거주춤한 허리자세로 불편하게 작업,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지는 사고 등의 순서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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