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15일, 일제히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을 제정해 기업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의 안전불감증과 무리한 작업진행이 산업재해를 불러일으키는 만큼, 기업의 책임자 처벌 등의 책임 강화로 산업제해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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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작업으로 산재사망 빈번한 ‘하청노동자’
원청은 책임 피하고, 하청은 ‘벌금’으로 무마
최근 논란이 된 대우조선해양과 대림산업 현장에서의 산재사망 노동자는 모두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신분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 3개월 간 3명의 하청노동자가 사망하고, 9명의 노동자가 크게 다쳤다. 대림산업 폭발사고 역시 6명의 사망자가 모두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소속의 하청노동자들이었다.
대우조선해양과 대림조선처럼, 이른바 ‘대형 참사’가 발생하는 곳은 대부분 제조업이나 건설현장이다. 제조업과 건설업 현장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하청노동자의 산재 사고도 그 만큼 빈번하다.
특히 제조업이나 건설업 등의 직종에서, 하청노동자들은 고위험 업무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외주화 된 현장에서 산재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청은 처벌이나 책임 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은 “건설업은 80%이상이, 조선업은 65%이상이 하청노동자로 채워져 있다”며 “조선업의 방사선 업무의 경우, 90년대 초 까지만 해도 정규직들이 작업을 진행했지만 고위험 업무이다 보니 사고가 많이 발생해 이제는 하청노동자들로 채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청까지 처벌하는 사례는 드물고, 만약 처벌한다고 해도 하위 관리자 처벌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롯데건설이 발주한 부산 북구 건설현장에서는 붕괴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원청인 롯데건설은 ‘혐의 없음’으로 책임을 피해갔다. 하청업체와 업체 소속 현장소장에만 벌금형이 구형됐다. 2011년 한 해만, 롯데건설이 원청으로 있는 현장에서 7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 롯데건설은 2012년, 노동계가 뽑은 ‘최악의 살인기업’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기업살인특별법 제정’ 탄력 받나
‘처벌 하한선 규정, 원청에도 책임 부여’
그렇다고 산재사망 사고 발생 시, 하청업체에게만 엄중한 처벌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해도, 대개 사업주의 ‘벌금형’으로만 사건은 마무리된다.
2012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중대재해 2,290건 중 벌금형에 그친 경우는 57.2%에 달한다. ‘혐의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된 경우는 13,8%, ‘기소유예’는 11.1%, 각하나 선고유예는 1.8%로 집계됐다. 이 중 징역형은 62건으로 2.7%에 불과하며, 실형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거의 없다.
원청이나 하청에게 지워지는 산재사망 책임이 가벼울수록, 안전불감증은 확산된다.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기업살인법’을 제정해, 책임자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민주노총이 요구하고 있는 특별법은, 산재사고에 대한 책임자 처벌 수위 확립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망과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를 상대로 형법상의 처벌이나 벌금에 대한 하한선을 정해 처벌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산재사고가 발생했을 시, 검찰의 기소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 법원에서 사업주 처벌이 확정되기가 어렵다. 노동부에서조차 처벌을 의뢰하지 않고 있고, 약식기소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의 예방조치만을 다루고 있어, 대형 산재가 발생해도 과도한 제재를 가할 수 없다. 최명선 국장은 “기존의 산재사고 처벌의 양형은 낮고 미약하기 때문에, 하한선을 정해 처벌을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특별법을 통해, 산재사망 발생 시 기업의 최고 책임자 처벌을 가능토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청노동자가 산재를 당할 경우, 원청의 최고 책임자에게도 처벌을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해 산재피해 노동자가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라 하더라도 산재 발생 시 해당 사업주가 처벌을 피해갈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최명선 국장은 “영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에서 ‘기업살인법’을 제정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10년 전부터 특별법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며 “민주노총은 작년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 제정투쟁을 선언하고, 현재 법 초안을 만들어가며 입법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15일, 성명을 발표하고 “그동안 한국노총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를 막고 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업주의 처벌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국회는 산재사망 기업을 강력히 처벌할 수 있도록 ‘기업살인특별법’ 제정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