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법, 누구를 위한 것인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없는 사각지대 개선은 효과 없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빈곤층 사각지대 해소, 빈곤층의 실질적 소득보장을 골자로 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올바른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4일 이른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빈곤층 사각지대 해소, 빈곤층의 실질적 소득보장을 골자로 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의 올바른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4일 이른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기초법공동행동, 국회의원 남윤인순, 국회의원 김성주, 국회의원 박원석 등이 공동주최했다.

발제에 앞서 상영된 기초법에 관한 영상에서 김현수(뇌병변 1급, 37세) 씨는 “임대주택에 들어가려 했는데 농협에서는 대출이 안 되고 제2금융은 이자가 너무 높아서 보증금을 못 빌려 결국 들어가지 못했다”라면서 “수급자가 되고 싶어도 부모가 있다는 이유로 되지 못하고 아버지는 그냥 여기서(시설에서) 죽을 때까지 살라고 하셨다”라며 부양의무자 기준의 문제점을 토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빈곤사회연대 강동진 집행위원장은 현재의 기초법의 문제점으로 넓은 사각지대, 급여수준의 불충분을 꼽았다.

  발제하는 빈곤사회연대 강동진 집행위원장
강 집행위원장은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 수급 빈곤층의 3배나 되며 그 원인의 70%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이라며 “이것은 정부나 전문연구기관들도 공통으로 지적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 집행위원장은 “빈곤층의 유일한 소득보장제도인 최저생계비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유지되는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법적으로 규정된 기준”이라며 “그런데 99년에는 표준가구 평균소득 대비 40.7%이고 중위소득 대비 45.5%였지만 08년도에는 각각 32.8%, 36.8%로 낮아졌다. 이것으로는 생계유지가 불가능하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강 집행위원장은 최근 박근혜 정부가 지적한 기초법의 ‘중복급여’, ‘과잉급여’에 대해 반박하고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된 맞춤형 개별급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강 집행위원장은 “정부에서는 수급자에게만 과도하게 급여가 제공된다고 하지만, 일단 의료수급, 교육수급 등은 현금급여로 지급하지 않고 있으므로 중복급여가 아니고 과잉급여의 논란도 아까 봤듯이 전체적인 최저생계비가 부족한데 과잉급여가 말이 되느냐”라며 “수급자에서 탈락하면 모든 혜택이 없어지는 것은 사회서비스, 사회보험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서 나타나는 문제이지 통합급여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강 집행위원장은 “개별급여를 도입해서 수급 대상자가 확대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선정기준을 늘려서이지 개별급여 때문이 아니다”라면서 “통합급여 정책에서도 최저생계비 수준이나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면 대상자 수가 늘어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 집행위원장은 “기존 수급 대상자 기준이 중위소득 40%인데 개별급여에는 생계급여 수급 대상자 기준이 중위소득 30%이다. 결국 수급계층이 축소된 것”이라며 “생계급여 수급 대상자 빼다가 교육, 주거급여 대상자 늘리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고 지적했다.

또한 강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현재의 기초법이 근로유인체계가 미흡하고 탈수급을 저해한다며 개선 방안으로 근로능력평가를 강화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강 집행위원장은 “빈곤층은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데 탈빈곤이 이뤄지려면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 노동시장에 대한 대책과 사회보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라며 “이런 대책 없이 탈수급만을 강조하는 것은 근로능력을 근거로 수급권을 박탈하거나 수급내용을 삭감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강 집행위원장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추정소득, 간주부양비 부과 폐지 없는 사각지대 개선은 효과가 없다”라며 “지금 논의되고 있는 생계급여 기준인 중위소득 30%는 매우 부족하다. 50%까지는 올라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제안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김선미 책임간사는 최저생계비 계측연도였던 2010년 17개의 수급가구 가계부를 기초로 현재 최저생계비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김 책임간사는 “조사한 17개 가구 중 6가구를 제외한 11개 가구에서 적자를 보였다. 적자를 나타내지 않은 6가구 중 3가구도 차액을 채무 충당한 가구로 실질적으로 적자가 발생하지 않은 가구는 3가구뿐”이라며 “가구 대부분이 최저생계비를 근거로 책정된 현금급여로 생활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김 책임간사는 “표준가구의 최저생계비 내 식료품비는 37.6%이지만, 거의 모든 가구에서 식료품비는 표준가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라면서 “특히 두 자녀가 있는 중증장애 여성의 가구는 8.7%밖에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 책임간사는 “전체적으로 주거비와 의료비, 교육비는 측정된 최저생계비보다 많이 들었다”라며 “결국 다른 품목으로 책정된 최저생계비를 아껴 쓰고 있었고 이것은 최저생계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책임간사는 최저생계비 계측과 활용방식의 문제점도 설명했다.

“3년마다 한 번 최저생계비를 계측하고 비계측년도에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인상하는데 계측년도에 비해 비계측년도의 최저생계비 상승률이 너무 낮다”라며 “결국 실질물가상승률은 반영이 안 됐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김 책임간사는 “최저주거비를 측정하는 방식이 중소도시 아파트 전셋값 기준이라서 지역과 가구특성을 반영하는 주거비 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며 “이는 급여수준을 정할 때 수급자의 나이, 가구 규모, 거주지역, 기타 생활여건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기초법 개별성 원칙에 어긋난다”라고 설명했다.

김 책임간사는 “현재와 같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낮은 급여수준에서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를 나눈다면 유명무실한 생계, 주거 보장이 될 것”이라며 “욕구별 개편을 염두에 둔다면 반드시 욕구에 대한 합리적인 측정과 의견수렴절차가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발제로 자활정책연구소 김정원 연구책임자는 기초법이 근로빈곤층을 지원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책임자는 “그간 기초법 내의 자활사업이 근로빈곤층을 지원하기에는 뚜렷한 한계를 보인다”라며 “이행전략과 프로그램 간의 연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이후 진출할 노동시장을 사회적 경제 부문까지 넓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연구책임자는 “자활사업은 급여의 측면보다 서비스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라면서 “이런 것들이 좀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자활사업이 기초법 내에 있기보다는 별도 입법으로 근로빈곤층의 지원방안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덧붙였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빈곤층건강권사업단 김정숙 팀장
건강세상네트워크 빈곤층건강권사업단 김정숙 팀장은 빈곤층의 건강에서 의료급여제도의 의미를 설명하며 현행 의료급여제도를 비판했다.

김 팀장은 “빈곤층의 건강문제는 국가의 보건의료정책 중 우선순위가 높은 문제인데 현행 의료급여는 빈곤층의 일부만을 대상으로 질병, 부상을 위한 치료 중심의 의료서비스이며, 빈곤층의 불건강을 초래하는 근본적인 요인들에 대한 제도적 접근도 부재하다”라며 “또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제도에 포함되지 않아 수급을 받지 못하는 거대한 의료사각지대가 존대한다. 2010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세대가 153만 세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팀장은 가난한 이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의료급여 대상자와 보장수준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현재 3% 정도인 수급권 대상자를 의료급여가 필요한 모든 대상으로 확대하고 차별적인 1, 2종으로 구분된 의료급여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라며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특성에 따른 추가급여 등 기존 의료보장제도의 보완과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토론회를 마치며 “오늘 느낀 것은 소득보장으로 예산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예산으로 소득보장을 맞추는 것이 문제”라면서 “13년 만에 개정되는 기초법에 대해 더 잘 준비해서 현실적인 소득보장방안이 되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6월과 8월, 올해 2월에 각각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을 담은 기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태그

기초생활보장법 , 복지 , 기초법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조은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