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노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사태와 관련한 첫 논의에 들어갔다.
보건의료노조 및 진주의료원지부와 진주의료원 사측은 11일 오전 11시부터 진주의료원 회의실에서 첫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과 강연배 교육선전실장, 박석용 진주의료원 지부장, 박진식 부지부장 등 노조 측 4명과, 박권범 진주의료원장 권한대행, 남경희 경영개선팀장 등 사측 관계자 5명이 참석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양측은 1시간 30분에 걸친 대화를 통해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집행을 위한 대화가 아니라 진주의료원 정상화 방안을 포함해 노사 대화를 지속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논의에 참석한 나영명 정책실장은 “일방적인 폐업 발표 후 45일 동안 노사의 공감과 대화가 없었던 만큼, 오늘 첫 만남을 기점으로 진지하게 정상화 방안에 대해 고민해 가자는 것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노사간 첫 논의는, 그간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 의사를 고집해 왔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갑자기 ‘노사대화’라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이뤄졌다. 홍 지사는 지난 8일 열린 경남도의회 임시회에서 “병원장과 대화하면 결과를 검토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홍 지사의 입장변화로 성사된 노사 논의가 순조롭게 풀릴 수 있을지는 아직 낙관할 수 없다. 노사가 논의에 들어가기 전부터, 홍준표 지사는 ‘대량 구조조정’을 언급하는 등 노조에 대한 ‘강공책’을 시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 따르면, 홍 지사는 9일 단식 중인 석영철 민주개혁연대 대표에게 “엄청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까지 경남도와 홍준표 지사가 ‘강성노조’, ‘귀족노조’ 등의 표현을 써가며 노조에 대한 맹공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노사 논의 과정에서 구조조정과 임금삭감 등의 압박이 가해질 우려도 있다. 지난 5년간의 임금동결과 토요일 무급 근로, 8개월 임금 미지급, 연차 1/2 반납 등의 자구책을 이어온 노조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다.
나영명 실장은 “(구조조정, 임금삭감 문제는) 지금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경영악화 이유와 정상화를 위한 해결 방안 논의가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벌써부터 구조조정 문제가 이야기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그는 “그동안 경남도에서 고임금 때문에 인건비 비율이 높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이후 논의과정에서도 이와 관련한 경영 계획 등이 쟁점이 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새누리당, 청와대 등 여권까지 ‘진주의료원 정상화’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폐업’이 아닌 ‘정상화’ 쪽으로 논의 방향이 무르익을 것이라는 낙관도 나오고 있다. 야권과 노동계, 시민사회 뿐 아니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보건의약 6개 단체까지 ‘폐업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정부와 여당 차원에서는 이 같은 여론의 역풍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영명 실장은 “보건복지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을 비롯해 주변 분위기는 폐업이 아닌 정상화 쪽으로 잡히고 있다”며 “하지만 홍준표 지사가 진정 문제를 풀려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노사 논의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인지에 따라 이후 노사 논의가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