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민주노총은 노동계의 가장 큰 행사인 5월 1일 노동절 행사도 위원장 없이 치르게 됐다. 정권 초기, 강력한 노정 대결은커녕 대외적인 체면치레조차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민주노총 지도부 공백 6개월째
재선거 위한 대의원대회까지 최소 1개월 이상 소요
민주노총은 23일, 제58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7기 위원장-사무총장 후보로 출마한 이갑용-강진수 후보조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정족수인 460명에 미달한 442명만이 선거인명부에 서명하면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무산됐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박성현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대의원대회 당시 “선거인명부 서명 집계가 의결정족수에 미달됐기 때문에 재선거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양성윤 민주노총 직무대행은 의사정족수 미달을 확인한 후 대의원대회 폐회를 선언했다.
선관위는 그동안 선거인명부 서명으로 의결정족수를 확인한 후, 서명 집계가 정족수에 미달될 시 재선거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때문에 이후 선관위는 23일부터 5일간 이의신청기간을 거친 뒤 재선거 일정을 공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무산으로, 민주노총의 지도부 공백 상태는 기약 없이 지속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1월,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사퇴 이후 6개월째 지도부 공백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만약 민주노총이 빠르게 재선거를 진행한다고 해도, 다음 대의원대회까지 1달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선관위는 이의신청 기간 후, 회의를 통해 이의신청 답변을 전달할 예정이다. 박성현 위원장은 “5일 안에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회의를 통해 답변을 하게 될 것”이라며 “답변에 대한 기한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의신청 기간이 끝나면, 선관위는 회의를 통해 선거일정을 공고하게 된다.
선거일정이 공고되면, 약 일주일 간 후보 등록이 진행되며, 이후 후보 공고와 함께 선거 운동이 진행된다. 박성현 위원장은 “선거공고 후 대의원대회까지 최소 한 달 이상은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민주노총 규정상, 선거 안건을 다루는 대의원대회는 대회 25일 전에 소집 공고를 내게 돼 있다.
대의원대회 신뢰 추락, 내부 갈등 심화
지도부 공백 장기화 가능성도
민주노총이 재선거를 치른다고 해도, 대의원대회를 통해 원만하게 집행부가 선출될 지는 알 수 없다. 23일 대의원대회에서의 파행은 내부 갈등을 증폭시켰고, 대의원대회의 신뢰조차 추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의원대회는 467명의 대의원이 참석해 일단 대회가 성사됐지만, 그 중 25명의 대의원이 선거인명부에 서명하지 않아 투표가 무산됐다. 이갑용 선본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이번 투표 무산이 특정 정파에 의한 조직된 전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갑용 선본은 성명을 통해 “대의원대회에 앞서 전국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재선거를 선언하는 등 대의원대회를 무산시키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존재했다”며 “선관위는 자의적 해석을 마치 규정에 근거한 결정으로 제시하였고, 그에 발맞추어 일부 대의원들은 조직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기권했다”고 비판했다.
선거 무산 사태와 관련해 산별연맹들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대의원대회에는 보건의료노조와 서비스연맹, 건설노조 등 일부 산별연맹 소속 대의원들이 다수 불참했다. 특히 양성윤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대의원대회 개최 전, 산별연맹들과 대의원대회 참여 호소문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산별연맹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 같은 논란이 지속되면서, 민주노총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의 신뢰도도 추락하게 될 상황에 놓였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대의원대회에 대한 신뢰가 추락해, 다음 대의원대회를 개최한다 해도 원만하게 성사될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민주노총 관계자 역시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바닥까지 다 드러나, 이를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선거를 실시해 후보자가 나온다 하더라도 대의원대회가 정상적으로 성사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 2월 있었던 통합지도부 논의 역시 정파와 산별 간 입장차이만을 확인한 채 파행으로 끝난 바 있다. 통합지도부 구성도 어려운 상황에서, 대의원대회 파행이 지속될 경우 민주노총 지도부 공백은 기약 없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논란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갑용 선본 측은 현재 투표함 보전신청을 한 상태다. 이들은 “정파의 이해를 위해 대의원대회를 파행으로 몰아넣는 세력과 선관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직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24일 오후에는 애니메이션노조 위원장 등이 민주노총 위원장실 항의 농성에 들어갔다.
한편 양성윤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위원장-사무총장을 뽑지 못한 것이 현장에서 투쟁하는 동지들의 상실감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또한 노동운동 전반의 문화가 서로 반목하고 배척해도 그것이 아무 문제 되지 않고, 실력으로 이야기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서 “하지만 선관위 해석과 관련한 이견이 정리되고 안정되면 새로운 지도부 선출과 함께 3명의 부위원장에 대한 보궐선거를 개최할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사무총국 개편과 현안투쟁을 어떻게 조직하고 운영해 나갈지 고민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양 위원장 직무대행은 “간선제에서는 대의원대회가 최고 의결기구인 만큼, 대의원들이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다음 대의원대회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안정적인 지도부 선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