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대책마련을위한공동캠페인단(캠페인단)은 ‘4.28국제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25일,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2013년 살인기업 선정식을 진행했다. 캠페인단은 이 자리에서 2013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작년 한해만 14명의 노동자 산재사망이 발생한 ‘한라건설’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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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단은 “2012년 한 해 동안 ‘한라건설’이 원청 사업장으로 있는 건설 사업장에서 산재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며 “한라건설은 한국의 대기업 건설사들이 어떤 식으로 사고를 방조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한라건설이 원청회사로 시공한 울산신항 북방파제 공사 현장에서 석정 36호가 침몰해 12명이 사망했다. 당시 울산항만청이 기상악화로 3차례 피항을 권유했음에도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해 피해를 키웠다. 또한 해경이 생존자와 실종자들을 구출, 수색, 인양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선원들이 최소한의 안전조치인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캠페인단은 “1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42%의 낙찰률로 턴키방식으로 입찰한 한라건설 컨소시엄이 공사를 진행한 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며 “처음부터 부실공사와 무리한 공사 진행이 예상되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라건설은 지난해 가장 많은 노동자 산재사망을 발생시킨 기업이지만,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한라건설에 노사 상생협력 대통령 표창을 수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8명의 산재사망 사고가 일어난 GS건설은, 건설업 부문에서 ‘최악의 기업’ 2위에 올랐다. 3위는 포스코건설(7명 사망), 공동 4위는 태영건설과 대우건설(각 4명 사망)이 각각 선정됐다.
제조업 부문에서는 LG화학이 총 8명의 산재사망 사고를 발생시키며 최악의 기업 1위에 올랐다. 구미 불산 유출 사고로 5명의 산재사망이 발생한 ‘휴브글로벌’은 2위, 접착제 생산기업인 아미코트(4명 사망)가 3위, 포스코(3명 사망)가 4위를 차지했다. 특별상으로는 반도체, 전자 산업에서 백혈병 등 희귀병이 발생한 ‘삼성’이 선정됐다.
임준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은 “많은 노동자들이 산업현장에서 죽어가고 있지만 정부조차 이를 방치하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허수아비 산업안전보건법과 살인기업을 처벌 않는 잘못된 산업제도가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는 만큼, 살인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기업살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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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집행위원은 “현대중공업과 대우건설 등 대형 산재사고 발생으로 희생되는 노동자는 대부분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라며 “사람 중심과 생명중심을 위한 비정규직 철폐 투쟁과 기업살인법 제정 등과 같은 산재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자회견단은 “대기업은 충분히 산재를 예방할 수 있는 자원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노동자 건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하청기업에 떠넘겨 노동자를 죽이고 있다”며 “원청기업에 노동자 안전과 건강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지우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원청 기업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캠페인단은 지난 2006년부터 매년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해 오고 있으며, 작년에는 ‘현대건설’이, 2011년에는 ‘대우건설’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올해 2위에 오른 GS건설은 2006년과 2010년, 2번에 걸쳐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