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사고로 어린아이가 된 아밀라 자나카

[기고] 이주노동자 배제하는 산재보험제도 개혁해야

아밀라는 오늘도 어김없이 초점없는 눈빛으로 형의 뒤를 따라온다. 인사를 해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스리랑카에서 온 아밀라 자나카씨 올해 나이 26살. 아밀라 자나카는 2010년 형 자나카가 일하고 있는 김해공단으로 왔다. 한국에 오기 전 그는 스리랑카에서 일본계 건설회사에도 다녔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활발한 청년이었다. 형 자나카가 먼저 한국에 들어와 일을 하였고, 뒤를 이어 동생도 한국에 오게된 것이다.

힘든 노동이었지만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노동했다. 혼자였던 형 자나카에게 동생의 동행은 먼 이국땅에서의 시름을 잊을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그것도 잠시 2011년 2월 22일 두 형제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동생 아밀라가 작업 중 크레인 고리가 튕겨져 나와 안면부를 가격당하는 사고를 당했다. 아밀라 씨는 사고이후 악몽에 시달리고 불안한 증세를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기억력도 떨어지고 사람들과도 어울리지 못했다. 동생 아밀라씨는 어린아이가 된 듯하다.


한국사람이었어도 이런 판정을 내렸을까?

아밀라 자나카씨를 치료하던 주치의는 증상이 심각하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추가상병신청을 했다. 이 추가상병신청에 대한 근로복지공단 부산지역본부 자문의사회의의 심의결과는 ‘기질적인 손상으로 의심되므로 뇌진탕으로 추가상병 인정하고 추후 검사가 필요하다’ 는 소견(자문의사회의 전원)이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 부산지역본부는 뇌진탕 증후군으로만 인정하고 정밀 검사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결국 근로복지공단의 무성의한 행정 처리로 인해 아밀라 자나카씨는 상병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받지 못한 상태로,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강제치료종결되었다.

근로복지공단의 담당자는 본인이 특별진찰 등의 청구를 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주노동자의 경우 국내법 절차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하거나 아니면 주치의사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 새롭게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부산지역본부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 조차도 하지 않았다.

치료종결뿐이 아니었다. 장해등급판정에서도 주치의의 소견에 따르면 ‘인지기능의 장애가 있어 특별히 손쉬운 노무 외에는 종사할 수 없다’는 소견이었고,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들 또한 주치의와 유사한 소견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 부산지역본부는 자나카씨의 질병을 비기질적 정신장애로 단정 짓고 외상 후 신경증은 14급(평균임금의 55일분)으로 인정한다는 내부 처리지침에 따라 부당한 판정을 내렸다.

14등급은 최하 등급으로 한쪽귀의 청력이 1미터 이상 거리의 작은 소리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 손가락 마지막 관절의 일부를 잃은 사람에게 내려지는 장해등급이다. 아밀라 자나카씨는 인지장애 등 정신적인 장애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으로 주변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이다. 평생을 누군가의 도움으로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노동자에게 14등급판정이라니, 무엇으로도 그 판정이 정당하다 답할 수 없다.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데다가 치료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형제는 스리랑카로 돌아가고 싶어도 갈수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 24일 부산울산경남권역 노동자 건강권대책위와 부경 이주공대위는 자나카 씨의 산재처리과정에서 부당한 처우를 자행한 근로복지공단 부산지역본부에 항의방문을 진행하였고, 아밀라 자나카 씨의 현재 상태에 대한 소견을 근거로 추가상병신청서를 다시 제출하였다.

이주노동자를 배제하는 산재보험제도 운영

이주노동자들은 재해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치료 받는 과정은 더욱 힘든 상황이다. 이주노동자가 일하다 사고가 났을 경우, 스스로 산재 보험 신청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산재 보험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다.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한국어로만 되어 있는 요양급여 신청서를 이해하기 힘들고, 한국어로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이주노동자 스스로가 산재 신청을 하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원천적으로 산재보험제도의 운영에서 이주노동자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사업주의 협조를 받아 산재 신청을 하더라도, 평균임금이 낮게 책정되어 있거나, 사고경위는 이주노동자의 의견이나 객관적 사고 사실이 왜곡된 채 이주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성되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다. 당연한 듯 한글로 된 문답서를 내밀고 한국말로 질문을 한다.

또한 우여곡절 끝에 산재 신청을 한 뒤에도 사업주가 고용사실을 부인하는 일이 많다. 사업주가 사실을 부인하면 근로복지공단은 추가 조사를 위해 많은 시간을 지체하기도 한다. 이주노동자를 불러 추가조사를 하거나, 동료 진술을 받는 경우, 통역을 배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이주노동자 스스로 친구나 상담소의 도움을 받아 통역을 대동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당연한 듯 한글로 된 문답서를 내밀며 이주노동자에게 작성해 오라고 한다. 산재판정을 받기 위해 심의에 출석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통역을 전혀 배치하지 않고 의사들이 모두 이주노동자에게 한국말로 질문을 한다. 재해당사자와의 정확한 의사소통없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처럼 이주노동자들은 언어에서부터 배제되기 시작하여, 여러 가지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수수료를 노리는 브로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주노동자 150만 시대 한해 6천명에 가까운 이주노동자들이 산재사고를 당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꺼리는 가장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면서, 다쳐도 치료해달라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당한 현실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이주노동자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산재보험제도 운영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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