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 줄이고, 업무 늘려 죽어가는 교육행정직”

충북, 전북 등 학교 근무 공무원 잇따른 자살에 대책 호소

전국공무원노조 교육청본부는 6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실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충북·전북 교육청 행정직원의 자살과 관련해 대책을 촉구했다. 교육행정직은 교육계의 ‘사회복지직’으로 과중한 업무가 자살의 원인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상으로 정규직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충북의 A학교에 근무하는 9급 지방공무원 A씨는 청주의 한 호텔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유족들은 “입사 뒤 야근을 쉬지 않고 했다. (행정)실장이 지병으로 병가를 냈지만 대체인력이 없어 혼자 업무를 도맡아 했다”며 평소 고인이 과도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증언했다. 고인은 학기 초 예산 편성 업무 등으로 25일의 초과근무를 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전북에서도 3월 신규 임용된 지방공무원의 자살 소식이 전해졌다. B씨는 같은 달 28일 학교 교직원 회식 이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노조에 의하면 고인은 가족과 동료들에게 지속적으로 과중한 업무로 인해 고충을 호소했다. 노조는 “전북 교육청의 경우 교원단체의 일방적 단체협약 등으로 교원의 고유 업무까지 행정실로 이관되어 학교 근무 지방공무원들의 어려움과 불만이 높았다”며 “이번 사건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조직과 기관에 의한 타살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일선 학교에서 일하는 행정직 공무원 수는 줄었으나 학교 수는 늘어나 학교 행정직 공무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노조 교육청본부의 시도교육청 지방공무원 정원과 행정업무 증감 분석 자료에 의하면 이명박 정부의 2009년 정원 5% 일괄 삭감으로 시도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 정원은 4.9% 감소했다. 일선 학교 정원은 2007년과 비교해 2013년에 7.2% 감소했다.

최근 공교육의 확대와 다양화 정책으로 방과후학교, 돌봄사업, 학교폭력예방 등 20여 가지 업무가 추가돼 노동 강도가 높아진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한 교원행정업무 경감정책으로 기존에 교사가 맡던 행정업무가 행정실로 이관돼 초등학교 행정직원은 병설유치원 행정업무까지 맡게 됐다.

노조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가 2007~2012년에 466개로 4.2% 늘어난 것까지 고려하면 학교에 근무하는 지방공무원의 업무량은 더욱 가중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최근 5년간 강원도교육청 지방공무원 신규임용자의 이직률이 54.1%로 강원도청의 신규임용자 이직률인 9.1%의 6배에 달한 것은 과중한 업무가 이직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소중한 생명을 잃은 후에야 뒤늦게 사회복지직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인력충원 등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학교 근무 지방공무원들의 죽음은 일간지 사회면 한 구석조차도 담겨지질 못한다”며 “정부와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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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 노동강도 , 전국공무원노조 , 전공노 , 교육청 ,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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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이상

    더이상 교육행정직공무원이 자살하지 않도록
    교과부와 교육감은 방관하지 않았으면 한다.

  • 피해가

    교원업무경감해서 학생들 학력증진 및 인성발달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나 측정해 봐라~~~~

  • 힘들어요

    교육계의 사회복지직....

    참 맞는말 같습니다. 일많고, 책임질일 많지만
    어떤 이득하나 없습니다.
    오히려 업무에 대한 압박이 없는 비정규직이 부러울 뿐입니다.

  • 정승아

    정규 근무시간에는 전화받고,교원들 업무지원에 정작 제 업무는 근무시간이 종료된 후에나 보게됩니다..선생님들은 힘들다고 저희 행정실에 호소하며 업무를 이관하려합니다..저희 행정실이 너무나 조용하여 평온해보인다고 합니다..정말 죽은듯 숨죽여 일하는것처럼은 보이지 않나봅니다..행정실은 온갖 일을 도맡아해야하는지..뚜렷한 업무또한 없이 무조건 행정이라는 말로 저희를 힘겹게합니다..업무를 줄거면, 인원도 주면서 지원하라고 말하고싶습니다.

  • ㅠ.ㅠ

    교육계의 갑,을 관계......ㅠ.ㅠ
    교사와 행정실 공무원......ㅠ.ㅠ

  • 이직을꿈꾸며

    경력 13년차 교행인데 전 아직도 처음 발령이후 2년마다 아직도 이직생각이 간절합니다. 편한줄 알고 시작한 교행직인데 사실과 달라 그만두려해도 주위의 만류로 아직까지 하고 있네요! 전 지금이라도 다른 이직기회가 있으면 1초의 망설임없이 바로 옮깁니다!!

  • 학교

    학교에는 갑, 을만 있는 것이 아니죠. 갑, 을, 병(학교비정규직)이 있다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 미래

    학교 행정실은 모든 걸 다 처리하는 곳이죠~ 교사들의 휴게실 관리부터... 교육행정직이 어디서 무얼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교육청 직원들도 모릅니다. 다만 학교 근무를 싫어하고 회피할 뿐이죠... 교원업무경감, 학교회계직 처우개선으로 맘 편하게 점심 한끼 먹을 수 없는 자리가 학교 행정실입니다. 거기다가 요즘은 친절한 행정실이 되어야 한다고 여기저기서 압박뿐, 제증명 한통 발급 받는 민원이와도 차부터 접대~ 그리고 민원신청...

  • 교육

    교육행정직 처우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것 같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편해보일지 모르지만 그 속엔 엄청난 고통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