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충북의 A학교에 근무하는 9급 지방공무원 A씨는 청주의 한 호텔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유족들은 “입사 뒤 야근을 쉬지 않고 했다. (행정)실장이 지병으로 병가를 냈지만 대체인력이 없어 혼자 업무를 도맡아 했다”며 평소 고인이 과도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증언했다. 고인은 학기 초 예산 편성 업무 등으로 25일의 초과근무를 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전북에서도 3월 신규 임용된 지방공무원의 자살 소식이 전해졌다. B씨는 같은 달 28일 학교 교직원 회식 이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노조에 의하면 고인은 가족과 동료들에게 지속적으로 과중한 업무로 인해 고충을 호소했다. 노조는 “전북 교육청의 경우 교원단체의 일방적 단체협약 등으로 교원의 고유 업무까지 행정실로 이관되어 학교 근무 지방공무원들의 어려움과 불만이 높았다”며 “이번 사건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조직과 기관에 의한 타살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일선 학교에서 일하는 행정직 공무원 수는 줄었으나 학교 수는 늘어나 학교 행정직 공무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노조 교육청본부의 시도교육청 지방공무원 정원과 행정업무 증감 분석 자료에 의하면 이명박 정부의 2009년 정원 5% 일괄 삭감으로 시도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 정원은 4.9% 감소했다. 일선 학교 정원은 2007년과 비교해 2013년에 7.2% 감소했다.
최근 공교육의 확대와 다양화 정책으로 방과후학교, 돌봄사업, 학교폭력예방 등 20여 가지 업무가 추가돼 노동 강도가 높아진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한 교원행정업무 경감정책으로 기존에 교사가 맡던 행정업무가 행정실로 이관돼 초등학교 행정직원은 병설유치원 행정업무까지 맡게 됐다.
노조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가 2007~2012년에 466개로 4.2% 늘어난 것까지 고려하면 학교에 근무하는 지방공무원의 업무량은 더욱 가중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최근 5년간 강원도교육청 지방공무원 신규임용자의 이직률이 54.1%로 강원도청의 신규임용자 이직률인 9.1%의 6배에 달한 것은 과중한 업무가 이직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소중한 생명을 잃은 후에야 뒤늦게 사회복지직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인력충원 등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학교 근무 지방공무원들의 죽음은 일간지 사회면 한 구석조차도 담겨지질 못한다”며 “정부와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