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관리법, 과징금 낮추고 원청 형사처벌도 면제

새누리 김상민, “이건희, 삼성 공장 근처 살아보면 과징금 적정성 알 것”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환경노동위 여야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의 벌칙 조항과 원청 사업자 책임 조항을 대폭 낮춰 통과시켰지만 여당 의원도 비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환경노동위 소속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삼성 화성사업장 근처에 법사위 위원님들과 이건희 삼성 회장님이 이사 오셔서 살아보면 과징금 수치가 결코 높지 않다는 것을 아실 것”이라며 “이 근처에 사는 국민들이 불안함을 넘어서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지 알 게 될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여당인 김상민 의원이 법사위 결정에 반발하는 이유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불산 누출 등 잦은 인재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기업의 유해화학물질의 관리 감독 의지를 높이는 조치들이 재계의 반대로 누더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미 기업의 화학물질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또 다른 법안인 화평법(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도 법사위에서 누더기로 통과된 상황에서 다시 재계의 거센 입김이 작용한 것이다.

지난 6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2 소위원회는 환경노동위 대안으로 회부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법안심사 제2 소위는 당초 유해화학물질 배출 기업에 전체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려던 환노위 대안을 수정해 매출의 5% 이하로 깎았다.

이날 소위 통과 후 이춘석 법사위 민주당 간사는 “가장 논란이 컸던 과징금 규모는 과징금이 영업정지 처분에 갈음하는 규정이기 때문에 법적형평성을 고려해 적정산정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그동안 대형 화학물질 사고가 나도 원청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미약해 원청의 안전 의무 이행 의지를 높이는 조항도 무력화 됐다.

권성동 새누리당 간사는 “환노위 원안은 수급인의 법위반행위는 도급인(원청)의 위반행위로 보고 도급인에도 형사 책임을 지도록 했지만, 형벌의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수급인의 책임에 따른 형벌 부분은 도급인이 책임지지 않는 것으로 하고, 행정상 잘못은 도급인의 잘못으로 규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조항은 그 동안 사고 발생시 하청업체 중심의 책임만 물어, 유해화학물질을 실질적으로 사용하면서도 관리 감독에서 벗어난 재벌 대기업을 규제하는 경제민주화 정신이 담긴 대표 조항이었다.

새누리당 법사위원, “기업 활동 위축 우려”

이렇게 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7일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소위에서 여러 규제 조항이 축소된 법안에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며 공식 속기록에 의견을 남기는 등 재벌 기업 등의 사정을 강조했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석유화학산업의 대표성을 띤 SK는 2012년 매출 52조 7천억 중 영업이익률이 0.5%이며, 에스오일은 지난해 매출액 43조 7천억 중 영업이익률이 불과 2.3%에 지나지 않는다”며 “과징금이 10%에서 5%로 줄었지만 그래도 더 줄여 줬으면 좋겠다. 아직 좀 더 손을 볼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도 윤성규 환경부 장관에게 “법안 소위에서 논의할 때 상한선이기 때문에 다 5% 적용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며 “세부 기준을 정할 때 세분해서 기업 활동을 너무 위축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세심하게 정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용교 민주당 의원은 “이 법안은 법안 통과와 동시에 과징금을 위한 돈을 준비하라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안전장치를 먼저 마련할 것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며 “화학물질 누출 사태를 막고 제발 안정장치를 제대로 하고, 하도급을 받는 가난한 이들의 목숨이 파리 목숨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법안 취지를 반박했다.

그러자 정갑윤 의원은 “하도급 업체를 위험한 곳에 밀어 넣는 게 아니라 계약에 의해 적법 절차로 하는 것”이라며 “대기업보다 하도급이 더 전문성 있는 부분은 전문성을 인정해 하도급을 주는 것이지 위험에 놔두면 절대 안 된다. 무리한 계약은 법으로 보호해주지만, 엄연히 서로 간 책임의 한계를 가지고 있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성규 장관은 “과거 사고 사례를 보면 수리정비 중에 생산 활동이 중단되다 보니 (원청은) 하청업자에게는 촉박한 시간을 준다”며 “하청업자는 촉박한 시간에 수리정비를 하다보니 안전을 등한시하고, 여러 가지 겹쳐 사고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하청업자에게 시간을 너무 촉박하게 주거나 비용을 적게 줘도 안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원청이 안전관리감독을 하도록 법에 의무를 주면 자기가 보더라도 안전 관리가 시간상이나 비용상 안 된다고 스스로 판단할 것”이라고 원청의 책임을 강조했다.

김상민 의원은 이 같은 논란을 두고 “과징금 10%가 중요한 이유는 사실 기업이 문을 닫을 수도 있지만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호를 위해서 기업이 자신의 존폐를 걸고 안전관리에 책임을 지라는 상징적인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수치”라며 “이 부분들을 ‘기업 때리기’ 식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안전에 대해 자신이 없거나 계속해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사고가 난다는 걸 전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