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아버지 위해 사회복지 공무원 됐지만...

연이은 사회복지사 자살, 정부 지자체는 뭐하나...대책 실효성 의문

사회복지 공무원 4명이 올해 ‘업무 과중’을 호소하며 잇따라 사망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사회복지 공무원의 자살 행렬을 막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 용인, 2월 성남시, 3월 울산시 사회복지 공무원이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5일 새벽에는 충남 논산시 사회복지 공무원 김 모 씨가 열차에 몸을 던졌다.

아직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현재 ‘자살’에 무게를 두고 있다. 논산경찰서 수사 담당자는 “현재까지 자살로 추정된다”며 “고인은 직장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이 많아 힘들어 하는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씨는 15일 오전 1시46분경 충남 논산시 덕지동 인근 호남선 철길에서 익산발 용산행 새마을호 열차에 투신해 숨졌다. 사고 당시 열차 기관사는 경찰 조사에서 “한 남성이 열차 앞으로 걸어나와 경적을 울리고 멈췄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임용된 김 씨는 주로 장애인복지시설을 지원·관리하는 업무를 했다. 김 씨를 포함해 정규직 3명과 계약직 직원, 공익 등 5명이 논산시의 등록 장애인 1만600여 명을 모두 맡아왔다.

김 씨의 동료 A씨는 “김 씨는 야근이 많았는데, 밤 11시까지 일했다. 원래 복지 업무 자체가 많아 부서 직원이 전체적으로 일이 많은 편인데, 주말에도 나와 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료는 일이 많아 힘들다고 자주 얘기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인사 잘하고, 밝고, 성실한 사람이었다”며 “김 씨의 소식을 듣고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웠다”고 심경을 전했다.

김 씨는 자신의 일기에도 업무 과중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가족들은 고인이 평소 과중한 업무로 인해 호통을 호소해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특히 부친이 왼팔을 못 쓰는데다 뇌졸중을 앓고 있어 고인이 사회복지분야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이 크다. 누리꾼들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이 복지사회를 표방하며 늘어나는 업무, 하지만 인적 체제 미흡에 희생당하는 일당백 사회복지사의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라고 애도를 표하고 있다.

충남도, 연찬회 열고 방안 내놨지만 현장에선 “인원 충원 없었다”
정부 대책 ‘실효성 없는 미봉책’ 질타...올해 벌써 4명 희생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대책을 내 놓았지만 ‘늦장 대응’일 뿐만 아니라 ‘실효성 없는 미봉책’이라는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김 씨가 속한 충남도의 경우 지난 5월 13일부터 이틀간 “사회복지 공무원에 대한 업무스트레스를 덜어주고 복지민원 처리능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이틀간 전남 여수 한 리조트에서 최초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연찬회를 열었다.

또한 지난 4월 2일부터 읍·면·동사무소에 경력직 공무원을 배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사회복지 공무원 업무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논산시 일선 사회복지 공무원은 취재 결과 “추가 인원 배치는 없었다”거나 인사담당자 역시 “하반기에나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그나마 계획된 인원 충원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전국공무원노조]

충남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몇 년간 사회복지 공무원 203명을 추가할 계획이다. 2012년은 완료됐고, 2013년 3월 현재 계획된 인원 중 15명이 미충원된 상황이다”며 “도청 책임자가 현재 사태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논산시로 간 상황이다. 추후 다시 인원 충원의 적정선이 어디인지 논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도 마찬가지다.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어루만져주는 복지서비스’에 이어 박근혜정부의 ‘국민 맞춤형 복지서비스’가 등장하는 사이 정작 복지 담당 공무원은 “우리도 복지 혜택을 받고 싶다”, “업무에 업무가 쌓이는 깔때기 현상으로 공무원이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복지 정책이 해마다 늘어가는 반면 사회복지 공무원의 숫자는 이에 비해 늘지 않고 있다. 2014년까지 사회복지 공무원 7천 명 충원계획은 자연결원 충원 800명, 일반행정직 배치 1,800명을 제외하면 4,400명에 그친 상황이다. 2007년부터 2011년 5년간 복지정책 재원 45%, 대상자 157.6%가 증가한 반면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4.4% 증가에 불과했다.

안전행정부가 지난 3월 28일 사회복지 공무원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담당 공무원 조기 충원, 수당 인상, 인사 가점 등을 발표했지만 사태 해결에는 턱없이 부족한 방안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더불어 1,540명은 새로 뽑고, 800명은 행정직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자연결원인원을 사회복지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안행부가 발표했지만, 역시 ‘미흡한 계획’이라 현장에서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15일 성명서를 내고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목숨을 잃을 때마다 정부는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인사평가시 가점 부여, 사회복지수당 4만원 인상, 복지인력 1,800명을 조속한 시일 내 배치 등이다”며 “하지만 그 결과가 4번째 죽음을 만들어냈다.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 없는 미봉책임을 반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공무원노조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함께 실시한 사회복지직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 65%가 우울증을 앓고, 29.2%가 자살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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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 자살 , 복지 , 노동강도 , 투신 , 공무원 , 박근혜정부 , 사회복지공무원 , 업무과중 , 논산시 , 충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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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아골

    참으로 옳으신 말씀만 쓰셨네요 이글을보고 복지정책만 내놓을게 아니라 복지공무원들이 제대로 일할수있게 빠른시일내에 대책을 세워야 할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