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사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논의, 노사는 ‘동상이몽’

“내년 3월 시행 합의 이행해야” VS “설비투자, 인원충원 부담 돼”

현대자동차가 10년의 논쟁 끝에 올 3월 4일부터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하면서, 부품사까지도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을 통한 실 노동시간 단축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금속노조와 ‘금속사용자협의회’는 부품사의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을 위한 합의를 이룬 상태이며, 구체적인 시행 방안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부품사들은, 여전히 완성차인 현대차의 교대제 변경 모델을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부분의 부품사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비투자와, 임금보전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미 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내년 3월까지 1차 협력사부터 순차적으로 교대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한 상황이어서, 노사는 실질적 합의 이행을 위한 방안을 도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는 21일 오후 1시, 백범 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부품사 주간연속2교대 도입을 위한 노사공동워크숍’을 개최하고, 부품사 주간연속2교대 도입에 대한 노사 각 입장과 도입방안 등을 논의했다.


부품사, “시설투자, 인원충원 압박...웬만하면 하고 싶지 않아”
전문가들 중심으로 ‘단시간 정규직’, ‘탄력적 근로제’ 주장도


자동차 부품사는 완성차보다 노동시간이 길고 임금 및 근로조건이 열악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부품업체의 연간 노동시간은 현대차와 비교해 2007년 126시간, 2008년 325시간, 2009년 513시간까지 차이가 나는 등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 있다.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해 중앙교섭에서, 2014년 3월 말까지 1차 협력사부터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등 교대제 변경을 순차적으로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경기지부, 경주지부, 대충지부, 울산지부 등 지역지부와 지회단위로 작년과 비슷한 내용의 합의를 이뤄내고 있다.

합의에 따르면, 부품사의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노사간의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부품사들은 노동시간이 단축될 경우 물량보전이 어려울 수밖에 없으며, 현대차와 같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비투자와 임금보전은 감당할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 선임연구원은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은 내부 유연성이 매우 높고, 편성효율도 최대치인 상태여서, 추가적인 투자나 변화로 생산성 향상의 효과가 크지 않은 상태”라며 “완성차를 따라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한 업체들의 경우 노사의 부담을 외부/타자에게 전가하는 형태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보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주/도급화 비정규직 채용 등으로 사측의 부담을 줄여, 결과적으로 노동시장 체제를 개선하는 일은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재천 세원테크 부장은 보다 직접적으로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시설투자나 인원증가에 상당한 압박감을 가지고 있다”며 “인원충원, 시설투자를 하면서 (주간연속2교대제를) 꼭 가야 하나 싶고, 주문이 항상 일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량이 들쑥날쑥 했을 때의 데미지도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완성차가 시행했다 하더라도, 우리가 지금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웬만하면 안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박근형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 상임이사는 “회사의 경영사정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갑작스러운 정부 정책의 추진 또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의해 노동시간을 단축할 경우,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노사 당사자에게 후유증을 남겨 새로운 노사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 소속 72개사는 합의사항을 불성실하게 피해가려하지 않는다”며 “다만 노조의 양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품업계의 사정상, 현대차의 방식으로 교대제 변경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전문가들은 새로운 교대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종탁 선임연구원은 “물량이 지속적이면서도 설비투자 및 편성효율의 개선이 어렵다면 3조 2교대나 3교대제 등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고용형태에 있어서도 ‘단시간 정규직’ 같은 새로운 고용형태를 적극 발굴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문호 워크인연구소 소장은 물량보전 가능성이 없는 회사의 경우, 교대조 확대(ex. 2조2교대->3조3교대)나 외주화 등의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문호 소장은 “교대조 확대의 경우, 일자리는 창출되지만 임금의 10%가 감소할 수 있고, 불황기에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늘어날 수 있다”며 “외주화의 경우 일감나누기가 가능하지만, 임금 감소와 중층적 착취구조가 심각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물량보전 가능성이 확보된 회사의 경우, 설비개선과 작업장 혁신과 같은 현대차 모델이나 탄력적 근로제 방법이 도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속노조, “회피하지 말고 주간연속2교대제 합의 이행방안 제출해야”

하지만 현재의 부품사의 노동시간단축 논의가 물량과 임금을 맞교환하는 방식의 현대차 모델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고, 노조의 양보를 전제로 한 고용형태 변경까지도 언급되고 있어 노조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노조 간부는 “3명의 발제자 등 전문가들은 사용자측의 재정적 여력이 어렵다며, 물량과 임금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심지어 단시간 정규직이나 탄력적 노동시간도 언급되고 있는데, 이것이 금속노조 교대제변경 준비 과정의 가이드라인이 돼 버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 측은 장시간 노동체계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부품사의 주간연속2교대제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안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회사는 물량감소의 어려움, 임금보전의 어려움, 신규 생산설비 투자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단계적 도입과 노동강도 강화, 외주화를 통해 근무형태 개선을 회피하고 있다”며 “하지만 2012년 중앙교섭에 합의 한 대로 2014년 3월 말까지 주간연속2교대 도입을 위해 합의를 어떻게 성실히 이행해 갈 것인지 제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재원 연구원은 부품사가 완성사에 설비지원 요청을 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금속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노사 공동으로 정부와 원청에 근무형태 개선을 위한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문호 소장은 부품사의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을 위해 원청과 정부의 역할도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생산성향상을 위한 컨설팅 지원, 시설대여 및 시설투자 시 금융/세제 혜택 도입, 원하청 공정거래 확립 및 사회복지 확립 등에 나서야 한다”며 “완성차는 공정한 납품단가 책정과 부품사의 안정적 물량확보를 위한 원하청 장기적 계약관계 유지 등의 제도개선 및 지원에 힘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워크숍에는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사업장인 ‘두원정공’과, 시행준비 중인 사업장 ‘한라비스티온’노사가 참석해 각각의 사례를 공유했다.

한라비스티온의 경우, 지난달 평택공장 생산부서를 대상으로 교대제 변경 시범운영을 실시한 바 있다. 이후 오는 8월 전 공장 시범 운행을 진행한 뒤, 10월 1일부터 근무형태를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김수한 한라비스티온 상무는 “주간연속2교대 도입은 노사의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며, 우리는 노동시간 단축과 심야노동 철폐,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에 공감했기 때문에 실시하게 된 것”이라며 “회사는 근무형태 변경을 위해 100억의 투자와 50여명의 인원 충원 과정을 거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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