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간제도 좋은 일자리”...“대통령도 시간제로 하자”

고용 불안정, 노동환경 빠진 채 인식 전환만 주문

[출처: 청와대 홍보수석실]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주재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고용률 70% 달성과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가 중요하다”면서 “그런 (시간제)일자리도 좋은 일자리”라며 인식전환만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아서 국민에게 좋은 일자리가 넘치는 환경을 만든다는 데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장시간, 하루 종일 하는 것이 아니라서 제대로 된 일자리가 아니지 않느냐는 인식이 있는데, 그 일자리들도 좋은 일자리”라며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인식 전환을 요구했다.

또, 박 대통령은 “‘시간제 일자리’라는 표현에서 뭔가 편견을 쉽게 지울 수 없다”며 “공모 등을 통해서 이름을 좋은 단어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명칭을 변경하자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특히 시간제 일자리에 “여성 인력이 많이 참여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시간제 일자리가 나쁘다고 여겨지는 것을 사회적 편견을 돌리며 인식 전환을 요구하며 여성의 적극 취업을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고용 불안정과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사실에 민주노총과 야당은 일제히 박 대통령의 인식을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28일 논평을 내고 “대통령이 수석비서관들에게 지시하는 자리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나쁜 일자리 양산 말고 노동기본권부터 챙겨라”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이 외국사례를 들며 ‘시간제 일자리’도 좋은 일자리로 평가한 것을 두고 민주노총은 “OECD 가입국 중 최장의 노동시간과 가장 낮은 임금, 낮은 노조가입률과 높은 산업재해율, 비정규직 비율은 높고 최저임금은 낮은 것에서 잘 보여주듯이 열악한 한국의 노동현실에서 시간제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의 대명사”라고 반박하며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도 반려하는 등 ILO(국제노동기구)의 핵심협약을 하나도 비준 안하며 노사정 대타협을 운운하는 것은 형용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부대변인도 28일 오전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께서 고용의 질과 노동환경의 개선은 언급하지 않고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면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의 본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시간제 일자리보다 비정규직을 줄이고, 최근 논란이 된 통상임금 관련 발언을 취소하는 노력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정의당 이지안 부대변인도 28일 논평을 내고 “자신의 공약 달성을 위해 고용의 질이나 노동환경 개선의 여지없이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비정규직을 많이 만들라니 대통령의 인식 수준이 참으로 실망스럽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이 발언에 ‘대통령도 시간제로 하자’는 누리꾼들의 농담이 그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사제휴=뉴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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