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문제로 전력 시스템 달라질 것”

“송전탑 위주 원거리 전력 수송 시스템 파국”...권역별 수급체계로 바꿔야

밀양 송전탑 갈등은 이후 국가 전력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실상 거의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송전탑 보상법(전원개발촉진법) 때문에 시골 주민의 희생을 담보로 한 원거리 전력 수송 시스템 유지가 가능했지만, 밀양 주민 투쟁을 계기로 그런 방식의 전력 운송 체계는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28일 녹색당, 에너지정의행동, 진보신당, 진보정의당이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주최한 ‘밀양 송전탑과 전력수급, 쟁점과 대안’ 긴급토론회에선 대규모 송전탑을 기반으로 하는 원거리 대량수송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제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밀양 (투쟁) 이후와 이전은 전력 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우리나라 전력시스템 자체가 대규모 송전탑에 기반한 원거리 대량수송 방식이었다면, 더 이상 이런 시스템을 가져갈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밀양 주민들이 정확히 던졌다”고 강조했다.

이헌석 대표는 “한국은 전력 수요가 경이로울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비정상적으로 에너지 사용 폭증이 일어나고, 특히 산업용 전기가 전체 전력 수요를 증가시키면서 국내 전력소비를 늘리고 당진 현대제철의 전기 용광로 같은 전기를 열로 사용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한국전력이 밀양에 건설 중인) 765kV 송전선로는 (전기를) 멀리 보내는 데는 가장 효율적이지만 승압과 감압에 돈이 많이 든다”며 “멀리 보낼 필요가 없다면 765kV 송전선로는 필요가 없다. 그런 점에서 현재 전력시스템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서울은 전력 자급율이 3%, 대구는 1.3%에 불과하지만, 밀양이 위치한 경남은 자기 전력을 충분히 쓰고도 남는다”며 “영남지역 전체가 전력이 남아돌지만, 남은 전력은 주로 중부지역으로 가도록 돼 있다. 영남지역 해안선을 따라 건설된 화력과 핵발전소 단지는 전력을 내륙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했다.

이석헌 대표는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현재 논의되는 방식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만 나누는 전력계획”이라며 “이제는 본격적으로 권역별 수급계획 논의로 바꾸고,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권역 내 전기 공급방안을 고민하고 앞으로 만들 발전소도 권역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전력수요가 많은 수도권이나 서울에서 전력사용을 줄이지 않거나 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거대 송전탑을 세우는 장거리 수송 방식은 계속 갈등을 유발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이제는 송전탑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 송전설비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며 “전력수요 감축을 위한 비상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송전탑이 없거나 발전소가 없어서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사태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석헌 대표는 “밀양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밀양 싸움을 계기로 전국 765kV 송전선 계획에 전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원거리 대량수송시스템의 파국을 의미한다”며 “국가가 이 계획을 다 가져가면 해당 지역 분쟁은 매우 심각한 상태로 될 수밖에 없어, 포스트 밀양을 준비하는 의미에서라도 원거리 수송 시스템을 권역별 전력수급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골주민 재산 강탈해야 원거리 전력 수송방식 가능”

이석헌 대표가 지적한 원거리 수송방식의 문제점은 그간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비현실적 보상을 강제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났다.

발제를 맡은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은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른 송전탑 보상은 주민들의 재산을 거의 강탈하는 수준”이라며 “한전이 시골 주민의 재산을 비현실적으로 보상하는 이유는, 제대로 보상을 하면 765kV 송전선로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 그 자체로 타당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와 한전이 불합리한 법 규정을 앞세워 법에 소외된 시골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피해를 강요하는 구조가 가능했지만, 밀양 주민들이 ‘정부와 한전이 동네를 파괴하고, 재산을 강탈한다’고 느끼면서 더 이상 보상 문제로 갈등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승수 운영위원장은 “시골 주민들에게 일방적인 피해를 강요하면서 이렇게 송전탑을 건설하는 게 경제적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가 날강도 같은 일을 하는 것”이라며 “원거리 수송방식을 유지 할 거면 제대로 보상하는 법을 만들고, 그렇게 해서 건설비용이 너무 비싸면 송전선로를 개설하지 않고, 서울이나 대도시가 자체적으로 공사를 하는 방법으로 가야한다. 이젠 공급확대 위주 정책이 아니라 어떻게 전기소비를 조절하고 수요관리를 잘 할지의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최재홍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변호사도 “현재 전원개발 시스템은 행정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결과로 중앙 집중적 발전 시스템이 나왔고, 그러다보니 거대발전소가 필요하고, 그 원전에서 나온 전기를 보내기 위해 송전탑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중앙 집중적 발전 시스템에서 탈피해 지역별, 권역별 피크타임에 가스 발전 등의 보강용 발전설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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