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홍대 앞 걷고싶은거리에서 이성애 중심의 사회적 폭력에 억눌려온 성소수자들이 14번째 퀴어문화축제를 진행했다. 개막행사에서는 다양한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드러내며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발언했고, 이후 퍼레이드 차량 5대와 함께 이어지는 1만 여명의 행렬은 화려한 춤, 성소수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피켓, 플래카드, 무지개 깃발을 선보이며 홍대 일대를 마비, 주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집, 공장, 거리, 교회에 우리가 함께 살고 있다”며 나영, 홀릭 씨가 연 개막식에는 다양한 성적 소수자들이 나와 스스로를 꽃피웠다. 한 참여자는 “태어난 모습 그대로 아름답게 살고 싶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외쳤고 또 다른 참여자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함께 느껴 행복하다”고도 표현했다.
“누나를 위해 (단상에) 올라왔다”라고 소개한 한 참여자는 “어릴 때 누나가 커밍아웃했다. 어려서인지 부담감이 없었지만 클수록 주위 사람들이 동성애자를 놀리거나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누나도 기죽지 않고, 누나와 같은 사람들도 힘내서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요사이 무지개 깃발을 달고 다니는 게 유행이라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중 고동민 씨도 참여해 “해고된 후 제일 가슴 앞은 얘기는 ‘이렇게 살면 어떻게 하냐’며 ‘가족 생각 좀 해라’였다”며 성적 소수자들에 대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 받은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차별과 배제에 함께 맞서 싸우자”고 제안했다.
성소수자 현수막 게시를 거부했던 마포구청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회를 맡은 나영은 지난 겨울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가 길거리에 “지금 이곳을 지나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입니다”는 현수막을 걸었으나 마포구청은 혐오 현수막이라는 이유로 게재 불가 입장을 통보해 물의를 빚은 사건을 전하며 마포구에 “우리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강명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퀴어페스티벌을 2002년 처음 홍대 운동장에서 진행했고 소규모로 행진했는데, 11년 만에 돌아왔다”며 “지역 주민들의 지지와 성원 때문에 홍대로 다시 입성하게 됐다”고 감사를 표현했다. 그는 또 이번 퀴어페스티벌이 처음으로 기금 지원을 받지 않고 후원만으로 성사돼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트렌스젠더 하리수, 동성결혼 선언한 김조광수·김승환 커플도 함께 축하
개막 무대에는 슈프림 레이디스(Supreme Ladies), 히지 양&비타 믹주, 이반지하, 하리수와 드랙퀸 공연팀, 열린문공동체교회, 2LP 등 다양한 이들이 출연해 무대를 뜨겁게 했다.
특히 이날 1집 발매를 한 “퀴어문화계 전설” 이반지하는 “효녀이반”, “나는 이반, 그녀는 일반”, “보아는 이반이다” 등의 노래를 선보이며 참가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반지하의 1집은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가 퀴어문화 활성화를 위해 기획, 지원했으며 소셜펀치 모금을 통해 사전예약을 받기도 했다.
이날 무대에는 트랜스젠더 하리수 씨도 나와 공연과 발언을 이었다. 그는 열광하는 참여자들에게 “좀더 좀더 환호를 해야지, 여성호르몬이 뚜욱 떨어졌잖아”라며 걸걸한 목소리로 “이 목소리를 바라는 건 아니지”라고 말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그는 또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같은 동성이 좋고 이성에게는 좀 달랐을 뿐이야”라며 “다들 당당하게 살자”고 제안했다.
최근 공개적으로 첫 번째 동성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한 김조광수·김승환 커플도 함께 나와 결혼 예정일인 9월 7일 축의금을 모아 LGBT센터를 짓겠다며 많은 지지와 성원을 제안했다. LGBT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바이섹슈얼’(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지칭한다.
무대에는 장하나, 진선미 민주당 의원도 나와 성소수자들에 대한 지지를 밝히며 동성결혼이 합법화 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만 여명의 참여 속에서 진행된 행진은 걷고싶은거리를 시작으로 홍대정문 앞과 대로를 거쳐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