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양일 간 보수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격렬한 대중 시위가 촉발된 가운데 집권 10년의 에르도안 총리 최대의 정치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과잉진압에 대한 잘못을 인정했지만 시위대는 저항운동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31일과 1일 양일간 터키 이스탄불 탁심광장에는 50만 명이 에르도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우리는 여기에 있다. 총리는 어디에 있는가?”, “총리 퇴진”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진행했다. 이스탄불을 비롯, 전국에서 48개 도시에서 90여 개의 시위가 일어났고 939명이 연행됐다. 연행된 이중 많은 이들이 석방된 후 다시 연행됐다.


경찰은 시위대에 물대포와 최루탄을 투입, 진압했고 시위대는 돌을 던지며 맞섰다. 거리에 탄창과 탄피가 발견되며 실탄 사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엠네스티에 따르면 2명이 사망했고, 1,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비비씨>가 2일 보도했다. 사망자에 대한 터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외 6명이 최루탄을 직접 맞아 시력을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인해 심각하게 부상당한 시민들의 사진과 핏자국, 핏물이 낭자한 사진들도 전해졌다.


시위는 애초 탁심광장 게지공원 쇼핑센터 건설에 반대하며 일어났고 에르도안 총리 퇴진 투쟁으로 확대됐으며 전국으로 확산됐다. 앙카라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의회와 총리 관저를 둘러싸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에르도안 총리는 과잉진압에 대한 잘못을 인정했고 내무부는 “적합하지 않은 조치”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권 퇴진 운동 불씨된 게지공원 재개발 반대 투쟁

수년 동안, 특히 최근 수개월 간 에르도안 총리는 독재적인 조치로 터키인의 굴종을 강요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지공원 재개발 반대 투쟁은 그 동안 억눌린 이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는 평가다.

“오큐파이 게지”로 대표되는 게지공원 개발 반대 운동은 지난 2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27일 게지공원에서 평화로운 연좌시위에 나서 공원 내 600 그루의 나무를 뽑아내려는 인부의 진입을 막았다. 이후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투입하며 해산을 시도하면서 시위대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에르도안 총리는 매일 밤 게지공원에 경찰을 투입해 탄압했지만 다음 날에는 보다 많은 이들이 탁심광장으로 몰려 나왔다.

시위 현장을 전한 2일 <로어매그>(roarmag.org)에 따르면 “오큐파이 게지”는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돼 있다. 좌파, 민족주의자, 자유주의자, 케말주의자, 중산층, 노동자, 종교인, 무신론자, 게이, 레즈비언과 트렌스젠더 그리고 축구팬 등 다양하지만 이들은 에르도안 독재에 맞서 단결해 있다. 핵심 중앙조직은 없지만 시위대는 엄청난 연대를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게지공원에서의 투쟁은 그 동안 에르도안 보수 정부의 탄압에 억눌린 민중들에 대한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다.

그 동안 에르도안 터키 정부는 신자유주의와 보수적 이슬람주의 아래 국가보안법을 통한 노동자 탄압, 여성재생산권에 대한 억압, 메이데이 시위대 진압, 알콜 금지, 대학 탄압, 인권 억압, 언론 자유 통제를 강요하며 분노를 확산시켰다고 평가된다. 국경없는 기자들이 발행한 2012년 보고서에 다르면 터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론인이 투옥된 나라”로 알려졌다.

<로어매그>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경찰의 잔인한 진압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두려움 없이 거리를 점거했다. 시위대는 단결했고 역사적인 상황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시위대가 거침없이 투쟁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성 정당을 넘어 진정한 민중운동을 위한 희망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탁심 광장에는 경찰이 철수한 가운데 고요가 흐르고 있다. 시위는 2일 오전(현지 시간) 나타나지 않았으나 오후부터 벌어질 계획이다.

<오큐파이게지픽스>(occupygezipics.tumblr.com)에는 현재 시위 관련 상황들이 기록돼 있다.


<한 시민이 경찰 폭력에 항의하자 경찰이 시민의 얼굴에 정면 조준, 가차없이 물대포를 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