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국토부 토론회 무산시켜...“민영화 요식행위”

국토부 “지분 매각 제한하겠다” vs 노조 “철도공사가 운영해야”

철도노조 조합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철도산업 발전방안 공개토론회’를 무산시켰다.

애초 국토교통부는 14일 오후 2시 중소기업중앙회 여의도회관 그랜드홀에서 공개토론회를 열고, 민영화 논란이 일었던 수서발 KTX 노선을 철도공사가 지분 30%를 갖는 출자회사로 운영하는 안을 제시할 예정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들

하지만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오후 1시 30분에 토론회장 앞에서 ‘철도민영화를 위한 요식행위, 여론호도-국토부의 일방적 토론회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80여 명의 조합원들이 토론회 단상을 점거했다.

국토부는 2시간여 동안 단상점거가 마무리되기를 기다렸지만, 축사를 위해 토론장 근처에 온 서승환 장관이 되돌아가고, 사실상 토론회 진행이 어려워 오후 4시께 토론회가 무산됐다고 선언했다.

노조와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날 토론회가 민영화 반대 측 의견 수렴을 통해 출자회사 설립 방향이나 내용 수정을 할 생각도 없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봤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국토부는 철도산업개편방안에 대한 찬성론자 일색으로 꾸려진 민간검토위를 통해 전문가 검토 방안이라는 포장을 씌워 철도분할민영화 방안을 내놓는 사기극을 연출했다”며 “철도민영화 추진일정과 철도개편 방안을 이미 정해 놓은 상태에서 의견도 반영하지 않은 공개토론회가 요식행위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비난했다.

또 “제대로 된 연구기관에 철도발전 대안을 마련할 연구용역을 줘야 한다”며 “찬성론자 일색인 민간검토위가 아니라 정부, 국회, 철도공사, 공단, 철도노조, 철도전문가, 철도와 관련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노사민정 논의기구를 통해 깊이 있고 폭넓게 철도발전 대안을 검토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공개토론회를 개최해 국민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국토부 철도국장이 자신에게도 발언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국토부, 출자회사 통한 수서발 노선 운영 기정사실화

반면 국토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발표할 안은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경욱 국토부 철도국장은 기자들과 만나 “출자회사엔 민간 자금이 아닌 공공기금이나 연기금 자본의 투자를 유치할 생각”이라며 “그 부분은 재무적 투자자라 경영권 자체가 부여되지 않는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지분을 처분해도 민간에 넘기는 부분은 원천적으로 제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민간 지분 매각 제한 방식은 출자회사 정관에 지분 처분에 관한 제한 사항을 명시하고, 투자자를 모집할 때부터 ‘민간매각은 없다’는 전제를 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국장은 “그런 식의 출자회사로 KTX 노선을 운영하느니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방안이 낫지 않느냐”는 질문엔 “KTX 수서발 노선은 흑자가 예상되는 노선으로 흑자를 철도공사에 주게 되면, 기존 공사의 적자를 보충하는데 사용하는 교차보조가 된다”며 “공사의 적자부분은 경영효율화를 해야 할 부분이며, 흑자는 건설부채 상환에 써야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노조 쪽은 굳이 교차보조가 문제가 된다면 사업별 구분회계 제도를 도입 등으로 충분히 공사가 운영할 수 있는데도 출자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것은 민영화를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조상수 공공운수연맹 정책위원장은 “노조는 철도 운영에서 교차보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박근혜정부가 공공기관 부채관리를 위해 사업별 구분회계 제도를 도입한다고 했기 때문에 정말 교차보조가 문제라면 수서발 노선을 현 철도공사 체제로 운영하게 해도 문제가 없다. 굳이 수익이 나는 노선을 떼서 출자회사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조상수 위원장은 출자회사 정관에 지분 매각 제한을 두겠다는 정부 측 설명을 두고도 “출자회사는 이사회에서 언제든 정관을 바꾸면 된다. 그러면 언제든지 민영화가 가능하다”며 “수익이 나는 노선을 주식회사로 만들어 지분만 매각하면 민영화할 수 있게 하고, 노동자들 구조조정으로만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토론회를 노조와 사회단체들이 막자 언제든지 의견을 반영할 통로가 열려 있다고 주장했지만 철도노조 측이 주장한 철도공사 운영 안 등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미 국토부가 출자회사 안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기 때문.

김경욱 국장은 “이달 안으로 철도산업발전방안을 발표할 계획으로 각종 의견 수렴절차를 거쳐 왔지만, 토론회가 무산돼 유감”이라며 “당초 공개토론회에서 합리적인 의견이 제시되면 수용할 생각이었는데 대화자체가 원천 봉쇄돼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더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용산 개발 문제로 철도공사 부채가 엄청나다. 그 문제 해결에 5년 이상 걸린다”며 “공사 경영상태가 개선되면 (출자회사에) 공사의 지분을 더 늘리겠다”고 했다. 이미 기본 방향은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는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건 하고 이해시킬 건 이해시키는 과정”이라며 오히려 노조나 시민사회단체를 이해시키는데 더 강조점을 뒀다.

실제 김경욱 국장도 단상을 점거한 이들에게 자신에게도 발언권을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할 정도로 반대 측 설득에 공을 들였다.

한편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자신의 일정대로 민영화를 밀어붙이면 철도노조는 충정을 담아 열차를 멈춰서라도 민영화를 막기로 결정을 내렸다”며 “철도산업발전 전반의 발전방향에 대한 교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총파업 찬반 투표를 압도적으로 가결하고, 철도를 멈춰 민영화를 멈추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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