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원전(한빛) 3호기 재가동을 승인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6월 22일로 임기 만료를 앞둔 위원들이 업무를 해태해 위원회 회의가 파행되고 일부 위원들만으로 간담회를 진행해 재가동을 승인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영광 3호기 재가동 승인 근거 중 하나로 영광주민들에게 독일 TUV NORD사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해 승인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3일 전순옥 민주당 의원과 환경운동연합이 “원안위가 법률상 규정된 ‘위원회 심의 의결’ 없이 영광 3호기 재가동을 승인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 것.


1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업무보고에서 이은철 원안위 위원장은 “한빛 3호기는 원자로 헤드 관통부 결함보수에 대해 검사해 안전성을 확인했다”며 “영광 주민들도 독일 TUV NORD사를 통해 기술적 안정성을 확인해 재가동에 합의했고, 시험성적서 조사결과 발견된 위조 품목 모두 교체를 완료해 재가동을 승인했다”고 보고했다.

이은철 위원장은 또 영광 3호기 재가동 승인과정에서 원안위 전체 회의를 열지 않아 위법성 논란이 일고 있는데 대해 “회의 성원이 안 돼 간담회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회의를 하려고 했지만 많이 와야 3명이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유성엽 민주당 의원이 “기존 위원들의 임기가 아직 남았는데도 간담회로 진행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이은철 위원장은 “본인들이 임기가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대답했다.

유 의원이 “시험성적서 위조 문제가 터져 여름철에 위중한 상황인데 왜 회의를 안했느냐. 안전위를 그런 식으로 운영하느냐”고 재차 묻자 “위원님들께 회의참가 여부를 확인했지만 ‘나는 그만둘 사람인데’라는 생각을 많이 가졌고, 회의에 모시려고 해도 많이 와야 3명이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은철 위원장은 “재가동 승인은 의결 사항이 아니”라며 회의소집 공고나 공문도 보내지 않고 전화로 위원들에게 회의 참가 의사만 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동원 무소속 의원은 “원자력안전 조사, 시험, 연구사항은 의결사항”이라며 “의결 사항이 아니라서 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는 것은 위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도 “상임위 위원들이 원자력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전제로 계속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며 “법적 근거가 있는데도 회의를 소집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비난했다.

여당인 한선교 미방위 위원장은 “그렇게 중요한 업무 처리를 공문도 아닌 전화로 했다는 건 애초부터 간담회를 하겠다는 뜻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선교 위원장은 “유승희 의원의 말에 백번 공감한다”며 “거짓이 있다면 거기에 대한 책임을 미방위 차원에서 묻겠다”고 밝혔다.

최재천 민주당 의원은 “이은철 위원장의 보고는 재가동 승인 결정에 위법성이 있었음을 시인한 것”이라며 “원안위 임기 교체기라 회의가 열리기 어렵다는 형식적인 이유나, 전력난이 어려운 형편을 고려했다거나, 영광주민과 양해가 되서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야말로 위법한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은철 위원장은 원전 비리의 원인을 ‘기술적 문제’라고 대답해 안전 문제 책임자로서의 자질논란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