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수서발 KTX 노선 민영화 논란 출자회사 강행

적자노선 민영화 계획도 발표...사회단체들, “범국민적 반대운동”

국토교통부가 26일 오전 10시 철도산업위원회를 열고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확정 발표했지만, 야권과 철도노조는 무효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여형구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이날 오후 3시 국토부 브리핑을 통해 “2015년 개통되는 수서발 KTX 노선의 운영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철도공사의 체질개선과 철도운송공사의 운영방안 등 장기 발전 방안을 모두 담았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철도 민영화에 대한 강한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수차례 철도 공공성을 강조했다.

여형구 차관은 “철도산업이 공공성을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매우 높기 때문에 철도의 공영체제를 유지하면서 철도경영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철도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전방향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철도노조와 시민단체들이 단계적 민영화라고 지적했던 방안들이 전혀 수정되지 않고 철도산업위원회를 통과했다. 철도산업위는 찬성 24, 반대 1로 국토부 제출 안을 가결했다.

국토부는 우선 철도공사를 장기적으로 여객운송사업을 영위하고, 지주회사 기능을 겸하는 형태로 전환한다. 철도공사의 물류, 철도 차량관리, 철도시설 유지보수 등은 자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들 자회사는 철도공사가 100% 소유하는 구조가 된다.

신규, 적자 노선에 민영화 길 열어 줘

가장 쟁점이었던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고속철도(KTX) 노선은 이미 알려진 대로 철도공사 출자회사에서 운영하도록 했다. 출자회사는 철도공사가 경영권을 확보하는 수준인 30%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나머지는 공공자금에서 지원하도록 할 계획이다.

여형구 차관은 “철도공사의 노하우를 활용해 안전한 계통준비가 이뤄지도록 하면서 공영체제 내에서 건전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공공자금의 지분에 대해서는 민간매각이 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서발 노선의 출자회사 안이 민영화의 사전적 단계라는 지적을 두고는 “결코 민영화가 아니”라며 “70%에 연기금 등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이 민간 매각의 전초전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는데, 정관이나 주주협약 등에서 명확하게 안전장치를 해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쟁점인 수서발 노선 분리로 인한 철도공사 운영난 가중 문제를 두고 김경욱 철도국장은 “서울역발, 용산역발의 경우도 KTX 공급량 자체가 증가한다”며 “서비스경쟁을 통해 수요를 KTX로 끌어들이느냐 하는 비교경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경욱 국장은 또 “수서발 KTX 운영은 순수한 여객운송회사이기 때문에 차량정비나 선로관리 부분은 코레일에 위탁을 받게 된다”며 “위탁수입 같은 것을 감안할 때 수서발로 15~20%정도 수요가 이관되는 부분을 커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국토부는 2017년까지 개통할 예정인 신규노선과 철도공사가 포기하는 적자노선 등에 대해서는 새로운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 사실상 민영화의 길을 열었다.

여 차관은 “간선인 원주~강릉 노선은 동계올림픽의 차질 없는 준비와 간선 간 네트워크 효과 등을 감안해서 원칙적으로 철도공사가 운영할 수 있도록 하되, 철도공사가 운영포기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새로운 운영자를 선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철도공사는 이번 철도산업 발전방안 실행을 위해 다음 달부터 합동추진단을 구성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철도사업법에 지분 매각 못하게 하면 믿겠다”

앞서 오전 10시 철도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산업위’가 형식적인 절차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정부가 국민의 민영화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우회 민영화 꼼수를 쓰고, 시간이 지나면 공적자금 지분 70%를 재벌 대기업에 팔아 민영화를 완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은 “철도산업위 위원 24명 중 당연직 11명은 정부 차관들이며, 위촉직도 국토부에 가까운 인물들”이라며 “연기금은 지금도 많은 민간사업에 참여하고, 언제든지 주식을 팔고 있다. 대재벌이 이 주식을 사면 철도는 공공재가 아니라 사유물이 된다”고 강하게 우려했다.

오병윤 의원은 “국토부 말처럼 민영화가 아니란 말을 믿기 위해선 단순히 연기금 지분을 정관 등에 못 팔게 할 게 아니라 법으로 매각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공공재가 대재벌의 사유물로 전락해 돈을 버는 수단이 되선 안된다”고 발전방안 철회를 촉구했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철도사업법에는 기존에 건설돼 있던 노선의 운영을 철도공사가 하도록 돼 있다”며 “수서발 노선은 기존 선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법 개정없이 별도 법인을 만든다면 불법이며 무효다. 철도산업위원회가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또 “한미FTA는 05년 이전 건설한 노선을 공사가 독점 운영하도록 보호조항을 만들어 놨지만, 2015년 신설법인의 진입을 허용할 경우 외국자본으로부터 철도를 보호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적자노선을 민영화하겠다는 것도 문제가 심각하다”며 “철도공사가 운영하던 흑자 부분을 출자회사로 넘기면 철도공사 재정은 더욱 나빠지고, 적자노선 폐지, 역사 폐기, 요금인상은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철도산업위의 공정성도 문제 삼았다. 노조는 “철도산업위원회는 국토부의 철도산업개편방안을 관철하기 위한 ‘거수기부대’이며 철도산업위 개최는 요식적인 절차일 뿐”이라며 “25명의 위원 중에 당연직 위원 12명이 장관과 차관이며 위촉직 위원 13명 중 2~3명을 제외하면 무슨 안이든 모두 국토부 안에든 찬성할 사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공동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국회, 철도노조, 시민사회단체, 국민들은 수서발 KTX와 철도 산업 전반을 코레일의 자회사로 분할하는 계획이 철도 민영화의 수순이며 철도 산업의 발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의견을 수도 없이 피력해 왔다”며 “우리는 범국민적 저항으로 반드시 철도 민영화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매일 광화문에서 철도민영화 저지 촛불 문화제와 전국 각 지역 100만 서명운동, 7월 13일 범국민대회 등을 범국민적 반대 운동을 예고했다. 철도노조도 오는 27일, 철도 민영화 저지를 위한 총파업찬반투표를 압도적으로 가결하고 실질적인 총력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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