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국 변호사 연행 다음날인 27일 대한문 집회에 20여명의 변호사들이 참가해 경찰의 불법을 규탄했다. |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남대문 경찰서는 법원이 적법성을 확인해 준 집회에 200여명의 병력으로 폴리스 라인을 설치해 집회 현장을 에워싸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피켓과 현수막이 보이는 것을 막아 사실상 집회를 차단, 봉쇄했다. 이는 경찰 공무집행의 불법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권 변호사, 계속된 경찰 불법에 적법한 자위권 발동”
지난 22일 서울행정법원이 대한문 화단 앞 집회를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근거나 자료가 없다”며 “남대문 경찰서의 본안소송 판결 시까지 옥외집회제한통보 처분의 효력을 정지 한다”고 결정한 바 있기 때문.
법원 결정문을 받은 권영국 변호사와 민변 노동위원회는 24일부터 26일까지 ‘집회 통제를 위한 화단 설치의 위법성 규탄과 집회의 자유 회복을 위한 시민 강연 한마당’ 집회신고를 내고, 24일 첫 집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날 첫 집회는 집회 장소를 점거한 경찰 병력이 철수하지 않아 집회가 무산 됐다.
집회 둘째 날인 25일 집회에서도 집회 참가자들과 권 변호사는 경찰에게 적법 집회 봉쇄 해제를 계속 요구했지만, 경찰은 공간 보호를 명목으로 물러나지 않았다.
결국 이에 강하게 항의하던 권 변호사는 현장 지휘관인 최성영 남대문서 경비과장이 집회방해를 멈추지 않자 집시법상 집회 방해 현행범으로 체포를 시도했고, 되레 이 과정에서 권 변호사와 류하경 변호사, 박성식 민주노총 전 부대변인이 체포됐다. 남대문서는 권 변호사에게만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죄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민변은 다음날인 26일 남대문서 서장과 경비과장을 집회 방해 금지와 불법체포 감금죄로 검찰에 고소하고, 이미 신고된 셋째 날 대한문 집회에 20여명의 변호사들이 참가해 남대문서의 불법 행위를 규탄했다.
특히 최성영 경비과장은 대한문 분향소 앞 집회에 대해 치안판사 역할을 자임하고 ’최성영이 대한문에서는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의적 법집행이 논란이 돼 왔다.
이날 집회 사회를 맡은 송영섭 민변 변호사는 “민변 노동위는 적법한 집회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했다”며 “경찰이 집회를 제약하려 하자 법원에 집회의 정당성을 확보 받았고, 국가인권위 긴급 구제신청도 받았다. 그럼에도 남대문서는 다시 경찰 병력을 투입하고 질서유지선을 놔 적법한 집회를 하는 변호사들과 시민단체를 동물원 원숭이인 냥 만들어 시민과 집회를 분리하는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권 변호사는 이에 항의하며 질서유지선을 걷어내고 적법한 자위권을 발동해 경비병력의 철수를 요구했다”며 “집회장소에서 참여자와 일반시민을 가르는 목적으로 질서유지선 사용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집회에서 집시법(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강연을 맡은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성영 경비과장은 질서유지를 위해 자기들이 집회를 제한한다는 표현을 하고, 법원 결정문의 공공복리와는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공공복리는 공공안녕과 질서유지를 포함함 개념이다. 말이 되는 소리를 했으면 좋겠다”며 “최성영 경비과장은 전문가들이 봤을 때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우겨 대화가 안 통한다. 지금도 우리 뒤에 경찰이 서 있는 공간은 우리가 집회를 해야 할 공간인데 그 공간을 경찰이 침탈하고 있다. 집시법 위반이고 집회방해 범죄행위다”고 비난했다.
이호중 교수는 “경찰은 권영국 변호사를 공무집행방해 방해라고 끌고 갔지만 공무집행방해는 적법한 공무집행일 때 만 죄가 성립된다”며 “이건 공무집행이 아니다. 공권력이 적법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조직폭력배가 하는 폭력과 하등 다를 게 없다. 거기에 정당한 저항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중 교수는 “집시법은 신고범위를 현저하게 이탈하는 경우도 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험이 초래된 경우에 한해서만 제한을 가하도록 돼 있다”며 “집회란 원래 굉장히 유동적이다. 신고한 숫자보다 굉장히 많은 시민이 몰려올 수도 있다. 시민이 많아 집회장소에 서다 보면 노란선(질서유지선)을 넘어설수도 있지만 집시법은 이것을 불법이라 규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데 최성영 과장은 노란선을 넘어서면 무조건 불법이라고 한다”고 비난했다.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용산 참사 때 그렇게 민중과 노동자를 괴롭히던 인간이 최성영 경비과장”이라며 “남대문서에 와서도 쌍용차 분향소 철거에 맨 앞에 서서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다”고 비난했다.
▲ 최성영 남대문서 경비과장 |
“변호사 실천 활동마저 구속하려는 극단적 억압사회 됐나”
인터넷 상에서도 경찰의 불법적인 집회 차단 행위에 대해 비난이 이어졌다. 이덕우 민변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2인 이상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동의 의사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알리고 전파하는 것이 집회”라며 “집회는 움직이는 표현의 자유인데 집회자와 일반시민들을 차단해 버리면 그게 무슨 집회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덕우 변호사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 적법하게 주최한 집회를 많은 경찰력을 동원해 일반 시민들로부터 차단해버리면 이는 집회를 방해하는 행위”라며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고, 현장에서 경찰관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지극히 적법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권영국 변호사 구속영장실질심사에 변호인으로 참석한 김선수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정에서 진술한 의견을 남겼다. 김선수 변호사는 “모든 피의사실은 권영국 변호사가 집회나 시위에 참가하여 발언하거나 주최하였다는 것”이라며 “그 집회나 시위들은 부당하게 해고되어 생존권을 위해 장기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지원하거나, 민생을 외면하고 사회공공성을 침해하는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현하거나, 민주주의의 기초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권력의 침해에 항의하는 것들로 책임 있는 민주시민이라면 마땅히 참가해야 할 집회였고, 또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기본권 행사의 영역에 속하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어쩌다 우리 사회는 권영국 변호사의 실천 활동마저도 포용하지 못하고 감옥에 가두고자 시도하는 극단적인 억압사회가 되어 버린 것이냐”라며 “작금의 상황은 다시 유신의 시절로, 야만의 시대로 후퇴하고 있는 양상이며, 정보기관과 경찰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점부터가 그렇고, 권영국 변호사에 대한 영장청구는 그 상징적인 징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권영국 변호사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이 재판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사법의 수준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만약 권영국 변호사에 대한 영장이 발부된다면 역사는 오늘을 한국 민주주의와 사법이 민주화 이후 공식적으로 사망을 고한 날이라고 기억할 것이며, 우리 사회를 그런 사회로 만드는 것은 너무도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