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쪽방 임대사업, 재입주 배려 없이 추진 논란

“최후의 주거지에 막무가내 이주 통보”...서울시, “이주 기간 충분”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과 임대료를 낮추기 위한 서울시 ‘저가쪽방 임대를 통한 공동체 육성사업’이 빈곤층인 쪽방 주민에 대한 세심한 배려 없이 진행됐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주거환경 개선 사업 진행 중인 쪽방 [출처: 동자동 사랑방]

동자동사랑방은 2일 서울시 저가쪽방 임대사업을 맡은 서울역 쪽방 상담센터가 지난 4~5월께 서울 동자동 쪽방 3개동(약 32가구)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주비도 없이 일부 주민들을 일방적으로 이주시켰다고 주장했다.

동자동사랑방이 이주한 주민들과 인터뷰한 자료에 따르면 일부 쪽방 주민들은 쪽방 건물 리모델링을 앞두고 집주인이나 쪽방관리자들에게 갑자기 통보를 받았다. 쪽방 주민들을 낮은 임대료의 보다 좋은 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한다는 취지의 사업이 결과적으로 주민들을 더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동자동 쪽방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기초생활수급자 이 모 씨(72세)는 쪽방 관리자가 무조건 나가라고 해 곤란을 겪었다. 이 모 씨는 “갑작스런 이사에 돈이 없어 집주인에게 이삿짐 차라도 불러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했다. 이 모 씨는 이사 비용으로 10만원가량 썼고, 애초 18만원 주고 살았던 월세 대신 보증금 50만원에 월세 20만원의 쪽방으로 이주했다. 게다가 새로 이사한 쪽방은 가스비와 전기세를 따로 내 이전보다 부담이 더 커졌다.

쪽방에 1년 거주한 이 모 씨도 갑작스런 이사통보로 방을 구하지 못해 교회나 공원에서 잠을 잤다. 공원에서 자다 취객에게 구타를 당해 다치기도 한 이 모씨는 “갑작스런 이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다칠 일도 없다”고 호소했다.

  건물 내부 리메델링 전에 붙은 공고(사진 왼쪽)/ 쪽방상담소에서 <빅타운 하우스 입주자 공고>를 냈다. 입주 조건은 1)월세 납부 능력자, 2)공동체 형성 동의하는 자로 제시했다.
[출처: 동자동 사랑방]

조승화 동자동 사랑방 사무국장은 “쪽방이 ‘최후의 주거’라고 불리는 이유는 쪽방에도 살 수 없는 형편이 되면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쪽방주민들이 갑작스럽게 쪽방에서 쫓겨나면 더 큰 위기로 내몰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업 주체인 서울시 측은 상담소나 서울시가 일부 미흡한 점은 있었지만 언론에 타박을 받을 만큼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참세상>과 통화에서 “현장조사에 나가 깜짝 놀라 사과도 했고, 사업을 진행한 서울역 쪽방상담소 측에 ‘어떻게 이렇게 일을 진행했느냐’고 추궁도 했다”며 “하지만 상담소 쪽 해명을 들어보니 상담소도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고, 동자동사랑방 쪽 주장도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상담소는 두 달 정도 이주기간을 줬으며, 일부 마찰이 있기도 했지만 재입주 등의 대책도 마련했다. 다만 이미 월세 보증금이 있는 집으로 이주한 주민은 계약기간 만료 이후 재입주 예정이다.

서울시 측은 지난 1일 사과와 이주 보상비를 요구한 동자동사랑방의 민원 회신에서 “저가쪽방 임대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해당 주민이 쫓겨났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주거환경 개선 공사 진행을 위해 임시 거주이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이전한 거주 당사자가 원할 경우 재입주할 수 있도록 서울역쪽방상담소가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사업은 쪽방촌 주민의 주거 환경 개선과 주거비 인상 억제를 위한 사업이므로 향후 주민과 지역 자생단체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며 “아울러 동자동 쪽방 지역 내 각 자생단체들 간 소통도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서울시 입장을 두고 조승화 사무국장은 “서울시가 임시주거 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임시주거 이전에 대한 대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며 “서울시가 재입주를 원하는 사람은 모두 재입주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쫓겨난 사람들에게 연락 한 번 안했다. 재입주한 주민들은 모두 모집공고를 보고 찾아가 신청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승화 국장은 특히 “주민들이 쫓겨날 때나 다시 재입주 할 때 이사비 지원도 전혀 없었다”며 “이는 처음부터 재입주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쪽방을 벗어나면 바로 노숙상태가 되는 사람들에겐 거리로 내모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사업을 구상할 때부터 주민들이 원래 살던 곳에서 쫓겨나지 않을 방식을 고민했어야 하는데 그런 점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조 국장은 “이미 보증금이 있는 다른 쪽방으로 이사한 주민들은 계약기간 때문에 바로 재입주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며 “갑작스런 이사 과정에서 짐을 잃어버린 사람도 많고 지인을 통하든 차를 빌리든 이사비용이 들었는데도 이사 비용 보상에 대해서도 전혀 답변이 없는데다 재입주 공지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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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봉수

    야. 동자동사랑방 씨발 사기집단 조승화 사무국장님 제발 쪽방사람들에게 차별 대우 하면서 금품요구 하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