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탑에서 내려온 최병승 씨가 309일간 고공농성을 한 김진숙 지도위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출처: 울산저널] |
▲ 8일 오후 1시 철탑 아래에서 고공농성 중단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출처: 울산저널] |
불법파견 근절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주차장 내 송전철탑 위에서 농성해온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천의봉 씨가 8일 낮 1시 농성 296일만에 땅으로 내려왔다.
민주노총과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노조원, 전국에서 모인 사회단체 대표들이 이날 1시부터 기자회견을 벌인 뒤 두 사람이 내려왔다. 참석한 대표자들은 "두 사람이 오늘 농성을 접지만,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불법파견은 지금도 자행되고 있다"며 "불법파견을 근절하고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싸움은 중단없이 계속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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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1시 철탑 밑 회견을 마치고 두 농성자가 크레인을 내려왔다. 크레인에는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 본부장과 비정규직지회 김성욱 대협부장이 타고 올라가 두 사람과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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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온 최씨는 "300여일 동안 위에서 과연 한국사회에 정의가 살아있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나는 떳떳하게 책임지고 투쟁의 현장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두 사람이 내려온다고 이 싸움이 끝난게 아니다"고 말했다. 희망버스 기획단을 대표해 정진우 목사는 "현대차 비정규직을 위한 사회적 연대는 계속 될 것이다"고 말했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8일 새벽 6시30분께 서울 대한문 앞에서 버스 1대로 출발해 명촌 철탑에 도착했다. 이 버스엔 기획단 관계자들과 서울지역 기자들이 함께 타고 왔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박현제 지회장은 8일 새벽 1시 철탑 위의 두 사람과 통화했다. 박 지회장은 "두 사람이 싸움을 끝내지 못하고 내려와서 너무 미안해 한다"며 "진작에 내려오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내가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앞서 두 농성자는 7일 오후 2시 SNS를 통해 "아직 체력이 남아 있지만, 농성을 정리하고 내려가 다시 투쟁에 나서겠다"고 농성중단을 발표했다.
현대자동차에서 벌어진 10년의 불법파견 투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지난해 10월 17일 밤부터 철탑 농성을 시작했다. 최씨는 2010년 대법원의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 당사자이고, 천씨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현대차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회사가 대법원 판결에 따른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고 신규채용을 주장하며 실제 실행에 옮기자 추석 이후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같은 송전철탑 위에서 농성을 벌였던 쌍용차 노조원들은 건강상의 문제로 200일을 채우지 못하고 응급실로 실려갈 상태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반면 울산 송전철탑 두 농성자는 그나마 건강상의 큰 문제 없이 내려왔다. 이는 두 사람이 농성을 시작한 바로 다음날 경찰과 한전이 협의해 전기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쌍용차 송전철탑엔 농성 초기 경찰이 철탑 아래를 에워싸 노조원들의 접근을 막고 음식물도 일일이 검사해서 올려 보냈다. 때문에 쌍용차 고공농성자들은 초기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데다가 계속 고압의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농성하다보니 체력이 급격히 고갈됐다.
그러나 현대차 울산 송전철탑 농성은 철탑 아래를 노조원들이 장악해 의사소통이 원활했다. 경찰은 농성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주차장 입구에만 경찰차를 배치해 농성자들을 무리하게 압박하진 않았다. 때문에 철탑 아래 노조원들은 두 농성자가 건강상의 문제를 호소하면 의료진을 불러 크레인으로 올려 진료를 받게 했다.
또 울산지방법원도 야간과 주말에도 농성장 강제집행을 허용해달라는 현대차의 요구를 거절했다. 법원은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아서 발생한 농성인 점을 감안해 농성자를 직접 끌어내리는 등 "직접강제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농성 초기 2차례의 농성장 강제집행이 진행됐으나 현대차가 이 과정에서 고등학생 알바까지 고용해 집행에 나서는 바람에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경찰과 법원의 엄정한 중립적 법집행이 두 사람이 농성을 무사히 마치게 한 측면도 있다. 지난해 2차례의 현대차 포위의 날 행사를 진행했지만 노사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심하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현대차 희망버스 때 1시간 30분 가량 명촌 쪽문 일대에서 노사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지만, 이 때도 경찰은 무리하게 초기 진압을 시도하지 않아 충돌시간을 오히려 줄였고, 부상자도 100여명에 그쳤다.
당시 현장에서 인권침해 감시단으로 활동했던 한 변호사는 "회사가 쏘아대는 분말소화기 때문에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극도로 흥분한 상황에서 경찰마저 초기에 진압을 시도했다면 시위대와 회사 관리자, 경찰이 뒤엉켜 더 많은 부상자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희망버스 기획단은 13일 오전 10시 회의를 열어 오는 31일로 예정된 현대차 희망버스의 세부 일정을 결정한다. 현재 기획단 안에는 두 사람의 농성이 끝나도 불법파견을 근절하고 현대차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변함없이 싸워야 하는데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31일 희망버스 장소를 예정대로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할지,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로 할지, 제3의 장소로 할지는 13일 회의를 지켜봐야 한다.
두 농성자가 마지막 밤을 보낸 7일 밤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주차장에는 10여 명의 지역 노조활동가와 비정규직지회 노조원들이 농성자들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밤을 지샜다. (기사제휴=울산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