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9년...“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으라”

2013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3권 요구

고용허가제 실시 9년을 계기로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 폐지와 노동3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경기이주공대위, 민주노총,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 300여 명의 이주노동자와 단체들은 18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2013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을 열고 정부에 고용허가제 폐지와 노동3권을 요구했다. 2004년 8월 17일 고용허가제가 실시된지 9년째를 맞은 이날 집회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은 국내의 노동현실을 규탄하고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비대위원장은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단순한 인력으로 생각하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겉으로는 다문화사회라고 얘기하지만 속으로는 우리 권리를 억압하고 있다”고 정부를 규탄했다.

라이 비대위원장은 또 “2004년 고용허가제 실시 후 사업주가 모든 권리를 갖게 됐다”며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과 이동의 자유도 없이 언제라도 해고될 수 있는 상황에서 강제적인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에게 단속과 강제 추방을 반복하여 많은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지만 정부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특히 “나쁜 사업주만 문제가 아니라 나쁜 사업주를 만드는 나쁜 제도가 문제”라며 “이주노동자와 한국 노동자들이 하나가 돼 투쟁하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주노동자와 전체 노동자 권리의 연관성을 지적하며 “가장 든든한 동지로서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사회 비정규 노동자가 전체의 50%가 넘는 현재에 노동권이 처참해진 이유는 이주노동자 노동권이 올곧게 서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하나된 노동자로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현실을 바꿔 우리의 노동 조건을 함께 바꾸자”고 말했다.

신승철 위원장은 또 대법원이 7년 동안 이주노조 합법화 결정 소송을 계류시키고 있는 상황을 비판하고 “이주노조를 합법화해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사장이 아닌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으라”

다양한 나라 출신의 노동자들도 무대에 올라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전했다.


캄보디아 출신으로 수원이주민센터의 삐다오는 “대한민국 정부는 사업주가 아닌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함께 투쟁하고 함께 살자”고 호소했다.

태국 출신의 수원이주민센터의 메이는 “근무 환경도, 월급도 노동계약서와 다르며, 한국인 보다 노동강도가 세고 추가노동에 시달린다”며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지적했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루스탐은 “노동자를 사람이 아니라 로봇으로 생각한다”며 “이주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 사장들이 돈 벌고 있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우리가 없으면 한국도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신각 집회 후 300여 명의 참여자는 시청까지 행진, 정리집회로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정리집회에서 김지돈 인천이주운동연대 활동가는 “이주노동자를 노예로 만든 고용허가제가 내년이면 10년”이라며 “10년이 되기 전에 꼭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기 위해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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