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고용률 집착하다 ‘나쁜 일자리’만 대거 양산

10년간 100만개 급증한 ‘시간제 근로’, 2017년까지 93만개 더 늘어

저임금, 불평등 일자리로 대표되는 ‘시간제 일자리’가 대폭 늘어날 조짐이다. 대선전부터 고용률 70%달성을 단언해 왔던 박근혜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 확충을 통해 고용비율을 늘리려는 조치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양질의 일자리 확충을 강조해 왔던 정부가 결국 비정규직을 확대해 불평등을 심화시키려 한다며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기존의 저임금, 불평등이 만연한 시간제 노동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노동시장 양극화 확대와 불평등 심화가 필연적이라는 우려다.


박근혜 정부, ‘시간제 일자리’ 확대...2017년까지 93만개 창출

현재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의 핵심요소는 ‘시간제 일자리’ 확충이다. 정부는 고용률 달성을 위해 2017년까지 총 238만개의 일자리(연 47.6만개)를 창출하겠다는 방침인데, 그 중 시간제 일자리는 약 40%로 93만개에 달한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와 기재부, 안행부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 사업 조치들을 진행 중이다. 기재부는 2017년까지 공공기관에 7만여 명을 신규채용하고, 그 중 순수 증원 2만6천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인력재배치, 임금피크제, 대체인력채용, 선택형 일자리로 채우겠다고 결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공공기관 증원 계획에 시간제 근로 채용 비율 할당을 강제하고 있다. 2014년에는 5%, 2015년에는 7%, 2016년에는 10%, 2017년에는 15%까지 채용 비율 할당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안행부의 경우 지난 17일, 시간선택제 공무원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주당 20시간을 근무하는 7급 이하의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강제할당’ 제도를 통해 신규채용 일정 인원을 무조건 시간선택제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간제선택제 노동자는 신규채용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전일제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다. 거기다 시간선택제 공무원 임금은 전일제 공무원 절반에 불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승진 기간도 2배정도 소요돼 사실상 차별과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시간제 근로, 10년간 102만 명 급증...열악한 노동조건 ‘나쁜 일자리’

하지만 정부가 굳이 확대 정책을 펴지 않아도, ‘시간제 근로’는 근 10년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왔다. 게다가 시간제 근로의 대부분은 노동조건이 열악한 ‘나쁜 일자리’여서, 결국 정부가 열악한 일자리만 늘리려 한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1일 오후, 민주노총에서 열린 ‘시간제 일자리 확대의 문제점과 고용의 질 제고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서도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시간제 근로는 2002년 8월 81만 명에서 2012년 8월 183만 명으로, 10년 만에 102만 명이 증가했다”며 “이 중 92.3%가 임시직이거나 일용직이면서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시간제 근로자들의 월 임금 총액은 2001년 45만 원에서 2013년 65만 원으로 20만 원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정규직 대비 임금은 2001년 26.7%에서 2013년 24%로 하락해, 임금격차가 3.7% 확대됐다. 또한 작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시간제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12~15%이며, 퇴직금과 상여금 적용률은 10~13%에 그쳤다. 노조 조직률은 고작 0.3% 정도다.

김유선 연구위원은 “근속년수 평균은 1.4년이며, 근속년수가 1년 미만인 단기근속자는 66~69%”라며 “이는 시간제 근로자들의 노동조건이 매우 열악하며, 대부분 비공식 고용임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법정 최저임금 미달자도 2002년 15.8%에서 2012년 28.5%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김경란 미조직비정규전략본부 실장은 “또한 시간제 노동자의 경우 비자발적 사유에 의한 일자리 선택이 2012년 기준 56.0%에 달해 OECD 국가의 평균치 13.1%(2011년 기준)를 크게 상회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률 70%에 집착하는 정권, 비정규직 확대시키나

이 같은 조건에서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이 시행될 경우, 고용 불평등과 고용의 질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김유선 연구위원은 “‘파트타임=임시직’인 기존의 고용관행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임시직이 많은 상태에서 비자발적 파트타임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역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결국 ‘양질’은 빠진 ‘시간제 근로’의 확대만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한인상 국회입법조사처 법학박사는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고용의 양에 집착한 정책은 위험하다”면서 “고용안정성의 담보, 자발적인 선택 및 전환 가능성, 차별 금지 등 근로조건의 동일대우 원칙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유연화를 중심으로 하는 고용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경란 실장은 “시간제 일자리의 질 제고에 대한 방안과 함께 직접고용, 정규직 고용관행 확립, 비정규직 노동권 보장, 임금과 근로조건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시장 구조 개혁이 고용률 70%와 연계돼 추진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고용의 질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최저임금 수준 개선 및 5인 미만 사업장과 단시간노동자에게까지 근기법 적용 확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청년의무고용제 실시와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질적 수준 향상 △비정규직 노동권 전면적 보장 등을 제시했다.

김 실장은 “현재 추진되는 시간제 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와는 달리 ‘실적’위주의 강제할당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업무의 특성이나 고용의 질은 고려하지 않은 채 시간제 일자리만 만들면 된다는 발상은 노동시장 양극화를 확대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시간제 노동자를 대량 양산하는 비정규직 확대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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