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으로 확대되는 ‘물 민영화’ 공포...법적 분쟁까지

21개 지자체 상수도 민간위탁...시민들은 요금 폭탄, 지자체는 빚떠안아

한국정부의 ‘물 기업 육성’ 정책이 민간기업 참여를 포함한 ‘물 민영화’의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그간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90년대부터 시작된 ‘시장성’ 위주의 물 정책을 고스란히 계승해 왔다. 지자체의 상수도 민간위탁 사례도 꾸준히 증가해, 현재는 전 지자체 중 13%에 달하는 지역의 상수도 사업이 위탁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재정 절감을 목표로 추진된 상수도 민간위탁은, 현재 높은 수도요금과 낮은 유수율, 독소 계약 등의 문제를 낳으며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국의 지자체 상수도 전면 위탁과 수익형 해외사업 등을 추진하며 ‘물 민영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상수도 민간위탁 논산시, 수도요금 ‘물가인상’ 두 배로 상승
지자체 ‘만성적인 적자구조’로 허덕여


  참세상 자료사진
앞서 노무현, 이명박 정부는 물 산업 육성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며, 지방상수도를 수자원공사와 환경공단에 위탁하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 2003년부터 각 지자체들은 상수도 사업을 수자원 공사로 민간위탁하며 물 민영화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현재 162개의 지자체 중 21곳이 상수도 사업을 수자원공사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강원남부권역을 중심으로 환경공단이 위탁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지방재정 절감과 상수도시설 개선을 목적으로 진행된 ‘민간위탁’은, 오히려 지자체의 재정 손실과 불공정 계약, 부실한 시설 등을 낳으며 잦은 분쟁을 초래하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소와 공무원노동조합은 ‘한국의 물 정책, 시장화의 문제점과 공공수도 대안’ 이슈페이퍼를 통해 “위탁을 진행한 지자체 대부분이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다”며 상수도 위탁운영과 정부의 물 민영화 정책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한국수자원공사와 상수도 민간위탁을 체결한 논산시의 경우 지자체의 재정 손실과 높은 상수도 요금으로 허덕이고 있었다. 실제로 논산시의 수도 요금은 전국 평균보다 높을 뿐 아니라, 요금인상률은 물가인상률보다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년간 논산시의 가정용 상수도 요금은 약 30%증가했고, 일반용 상수도 요금은 63%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11년 가정용 요금 단가는 톤당 566원, 일반용은 톤당 1,230원이 부과됐다.

사회공공연구소는 “가정용 상수도 요금은 일반 물가인상 수준에서 이뤄졌으며, 일반용은 두 배가 넘게 증가해, 결과적으로 물가인상률보다 높은 요금 증가가 논산시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논산시의 가정용 수도요금의 경우 우리나라 평균보다 26% 비싸고, 일반용의 경우 업무용보다는 46%, 영업용보다는 22% 비싼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논산시는 위탁 과정에서 자체 정수처리시설을 폐쇄하면서, 매년 50억 원에 이르는 물을 구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 비용 규모는 위탁 전 논산시가 매년 지출하던 상수도 관련 총 비용과 맞먹는다. 또한 2012년까지 9년간 민간위탁비용은 약 314%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상수도 위탁 이후, 논산시의 재정은 만성적 적자구조로 재편돼, 이후 더 높은 요금인상을 단행하거나 세수로 적자를 보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사회공공연구소는 “논산시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민간위탁의 결과는 더 많은 세금을 내거나, 상수도 요금인상을 더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며 “또한 상수도를 보급받지 못하는 주민은 지난 9년간 여전히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불공정 계약, 독소 조항으로 ‘법적 분쟁’까지
양주시는 이미 ‘계약해지’통보, 사천시는 수천 억 초과 지급 위기


위탁 계약 당시 불공정 계약과 독소 조항 등으로 지자체와 수탁기업 간의 법적 분쟁을 벌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양주시의 경우 수자원공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지 4년 만인 지난 2012월,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상수도를 위탁 이후 20년간 1,200억 원의 수도요금을 시민이 더 내야 하고, 유수율이 90.5%에서 84.4%로 낮아졌으며(유수율이 낮아질수록 새는 물이 증가), 수도요금 또한 직영 때보다 톤당 79원 비싸졌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양주시에 따르면, 20년간 수자원공사에 위탁운영을 할 경우 직영에 비해 총 2,193억 3천만 원의 비용이 더 소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5년부터는 요금수입만으로는 위탁 대가를 감당하지 못해, 이에 상응한 수도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시는 수자원공사의 유수율 조작과 실시협약서 미이행 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양주시는 수자원공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상태지만, 수자원공사는 양주시를 상대로 ‘운영관리권 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현재 법정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사천시의 경우도 불공정 계약으로 수천 억 원에 달하는 위탁 운영비를 초과 지급하게 될 위기에 놓였다. 사천시가 위탁 후 30년간 지불해야 하는 총 위탁운영비는 총 2,951억 6,600만 원 가량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자원공사는 총 운영비에 매년 소비자물가지수를 복리로 곱해 위탁대가를 지급받도록 계약을 체결했다.

사회공공연구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실제 사천시가 수자원공사에 지급할 금액은 계약서상의 금액보다 무려 2,183억을 초과한다. 연구소는 “사천시가 수자원공사에 지급해야 할 금액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2023년부터는 매년 200억 원이 넘는 금액이 지출돼야 한다”며 “사천시 위탁계약은 전형적인 불공정 계약”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사천시의 위탁계약은 중도해지도 불가능하게 돼 있는 상태다.

동두천시 역시 위탁 계약 당시 약속했던 시설개선 사업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동두천시가 2007년, 수자원공사와 위탁 계약을 체결한 이래로 2008년(집행률 51%), 2010년 (36%), 2011(54%)에 걸쳐 투자 미집행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재정은 매년 30억 씩 쏟아 부으면서도 약속했던 투자도 받지 못하고, 심지어 재정 적자에도 허덕이는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물 민영화의 공포...민간기업 진출, 지자체 상수도 통폐합 되나

현재 수자원공사는 전국 지방상수도의 전면 수탁을 통해, 광역상수도를 판매하고 운영수익을 얻을 계획을 준비 중에 있다. 이렇게 되면 위탁 지방상수도 권역은 현재의 21개에서 162개로 늘어나게 되며, 공사는 매년 5천 억 원이 넘는 운영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자원공사가 공격적인 위수탁 사업을 통한 수익창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막대한 부채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회공공성연구소는 “수자원공사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아라뱃길 사업으로 9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됐고, 이런 재정적 부담을 타개하기 위해 부동산 개발 사업에 힘을 쏟았으나 전망이 밝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역시 2010년 7월 지방상수도 통합 추진계획을 통해, 현재의 162개 지방자치단체 상수도사업을 2020년까지 39개 권역으로 선통합하고, 2030년까지 5개 내외로 대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현재의 직영체제는 대규모 수도사업자 및 공기업 위탁체제로 개편하는 것으로, 사실상 민간기업에게 길을 터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회공공연구소는 “여기서 공기업 위탁은 수자원공사와 환경공단이며, 대규모 수도사업자는 신규 육성하게 될, 그리고 진출을 바라고 있는 민간사업자로 추정이 가능하다”며 “최소 9개 기업들과 민간기업들이 각개 약진하여 통폐합을 거듭하는 구조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수자원공사는 2020년까지 해외매출 비중을 50% 가까이 비약적으로 증가시켜 세계 3대 물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수익형 해외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에는 태국에 뛰어들어, 6조 원 규모의 태국 물관리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은행 보고에 따르면 물 사업의 실패율은 29%로, 다른 사업에 비해 독보적으로 높아 위험성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수도 위탁 사업 과정에서의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며 ‘물 민영화’의 공포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현재 150만 명가량의 국민은 양질의 상수도를 사용하지 못한 채 소외되고 있어,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사회공공성연구소는 “지금과 같은 위탁과 물산업육성 방식으로는 생태적인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형평성이라는 대원칙을 지킬 수 없다”며 “물의 복합적 연관을 고려해 물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중앙정부 기구가 있어야 하며, 수계별로 유역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

물 민영화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