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여성노동자 ‘자연유산’, 두 배나 많아

‘월경이상’ 치료 경험도 최대 54%나 많아...“생식독성 화학물질 때문에”

삼성전자 등 반도체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일반 직장여성보다 무려 94%나 많은 자연유산 치료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월경이상으로 진료를 받은 경우 역시 일반 여성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은수미 민주당의원과 시민건강증진연구소가 건강보험공단의 ‘진료비 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 집단과 비교해 봤을 때 반도체 여성노동자들은 30대에서 최대 94%나 많이 자연유산 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비경제활동 여성과 비교해 봤을 때도, 반도체 여성노동자들은 30대에서 최대 84%나 많은 치료를 경험했다. 월경이상으로 진료를 받은 비율도 20, 30대를 막론하고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대 반도체 여성 노동자들이 ‘월경이상’으로 병원을 찾은 비율은, 비경제활동 여성 대비 57%나 높았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집단과 비교해 봤을 때도, 20, 30대 모두 월경이상 진료를 받은 비율이 40%나 높았다.

은수미 의원실은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은행산업 종사 여성과 비교했을 때도 유사한 결과치가 나왔다”며 “유산 등 생식보건 문제의 원인으로 장시간노동과 야간근무가 지목되기도 하지만, 생식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다룬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과 대만 역시 각각 90년대, 2000년대에 반도체 산업의 생식독성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반도체 사업장에서 월경이상, 불임, 자연유산, 기형아 출산 등이 이어지자 미국과 대만은 연구 및 조사 작업을 통해 ‘에틸렌 글리콜 에테르’ 등의 생식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찾아내고 이를 금지시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미국과 대만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생식독성 문제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해당하는 건강위험요인이며, 태아의 기형이나 암 발생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수미 의원은 “이번 결과는 건강보험을 이용해 진료를 받은 사람들만 포함된 결과로 병원을 찾지 않은 사람들은 빠져있기 때문에 과소 진단의 가능성이 높음에도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고용노동부는 생식독성 물질들이 작업장에서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실태조사를 하고, 원인물질은 우선 금지시키는 동시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은수미 의원은 오는 14일 열리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불임과 유방암을 얻은 여성 노동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반도체 사업장의 화학물질 관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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