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2단계 KTX민영화를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계적 민영화 수순을 통해 우선 수서발 KTX 출자회사를 설립한 뒤, 이후 KTX 완전 민영화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6월,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수서발 KTX의 운영권을 새로 설립하는 출자회사에 넘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는 당시 “정관과 협약을 통해 지분을 민간에 매각할 수 없도록 명시할 예정”이라며 민영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하지만 박수현 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철도산업구조개혁 및 철도발전계획 수립 연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비밀리에 민간운영자의 참여를 통한 KTX민영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보고서 서문에는 “공기업과 민간 간의 경쟁, 민간사업자 등의 복수 운영자가 시장에 참여할 때 고려해야 할 경쟁 환경 조성과 제도 개선사항 등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라며 “검토의 전제로 신규 운영자는 기존의 철도운영자인 철도공사와 완전히 독립된 민간운영자를 가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고서에는, 공기업 독점체제로 인한 비효율적 경영과 적자 심화 등의 철도산업 문제를 지적하며 “이 양대 문제를 해결하려면 민영화 또는 개방과 경쟁을 도입하는 시장구조 개편이 검토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15일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이는 국토부가 철도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민영화에 대한 의지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국토부는 향후 완전한 철도 민영화를 위한 경쟁환경 조성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국토부는 보고서를 통해, “철도안전 및 서비스의 기본이 되는 역사, 차량, 전문인력 양성, 관제, 유지보수 등이 철도공사에 의해 독점 운영되고 있어 신규 사업자 진입장벽이 높다”며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철도산업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민간운영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민간이 운영할 경우 정치권, 철도노조 등 반발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수현 의원은 “일단 1단계로 수서발 KTX를 철도공사 출자회사에 맡기고 개통 후 상황이 좋아지면 2단계로 수서발 KTX를 민영화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국토부는 코레일 민영화와 수서발 KTX요금인상의 근거가 될 수 있는 KTX상한제 폐지 역시 검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가 지난 5월 31일, 코레일에 보낸 ‘한국철도공사 경영효율화 종합대책(안) 협의’ 문건에 따르면, 국토부는 1등급(고속열차)과 2등급(준고속열차) 열차의 상한제를 폐지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 문건에서 “수요가 적어 철도공사가 운영하기 부적합한 적자노선은 민간개방을 통해 교차보조 부담 완화”를 해야 한다며, 사실상 적자노선을 민간시장에 개방할 것을 압박했다. 유지보수 인력의 효율화를 위해, 인력의 10%를 감축하고 부족한 인원을 외주화할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문건을 통해 2017년까지 코레일 공항철도를 민간에 매각할 것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