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기업의 부담액이 50% 이상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기업들이 일시에 38조 5509억에 달하는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경우,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최대 21조 9000억 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고용노동부의 ‘임금구성 및 수당기준 등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액은 최대 15조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영표 의원은 “경총, 한국노동연구원과 동일하게 초과급여, 퇴직금, 사회보험료, 기타 노동비용 증가분을 지난 3년과 앞으로 1년을 포함해 분석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비용을 계산한 결과”라며 “자료와 분석방법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한국노동연구원이 사용한 분석방식과 고용노동부 공식 자료만을 활용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계산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기타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약 3.2조원의 부담액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예측한 7.2조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액수다. 고정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했을 때 발생하는 부담금 역시 한국노동연구원의 예측치(14.7조 원)보다 적은 약 11.7조원이었다.
이를 합산하면 기업 전체의 부담액은 최대 14.9조원을 넘지 않는다. 홍영표 의원 측은 “분석에 참여한 전문가는 고정상여금 부분에서 데이터가 적어 최대치로 산정했을 뿐 실제로는 더 적을 것으로 밝혔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결과는 이미 단협으로 기타수당이 통상임금으로 포함된 부분이 크고, 실비변상과 성과보상 수당이 많으며, 기타수당이 큰 사업장일수록 초과근로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근무성적을 반영한 고정상여금이 적지 않아, 고정상여금을 모두 통상임금으로 포함한 기존의 분석이 과장됐을 가능성도 크다.
홍영표 의원은 “고용노동부 공식 실태조사를 분석해보니, 경제계가 주장하는 38조원 추가부담, 일자리 40만개 감소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며 “경제계도 근거 없는 주장만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통상임금 문제 해법 모색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4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계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기업 부담을 토로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대법원에서 통상임금범위 확대 판결이 나면)현재 160개 통상임금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노총에서도 추가적인 소송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은 “3년 치 소급분과 금년 물가인상률을 포함하면 약 13조 2천억 원의 부담이 예상돼 상당한 무리가 올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사법부의 판단을 따르지 않고 노동부의 지침을 따랐기 때문에 무리가 온 것”이라며 “법원 판결에 따라 노동부가 지침을 변경했으면 통상임금 논쟁은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노동부의 지침과 법이 따로 가서는 안 된다”며 “통상임금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엇갈리는 부분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구성한 임금제도개선위원회는 3개월 여간 통상임금 제도개선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지만,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할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결론조차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