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 명분 사라져

신고리 원전 3, 4호기 제어케이블 성능 시험 실패

내년 전력수급을 위해 신고리 원전 3, 4호기를 가동해야 하고, 이를 송전하기 위해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를 강행해야 한다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의 주장이 타당성을 잃게 됐다.

신고리 원전 3, 4호기용 제어케이블이 성능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관련 케이블을 전면 교체해야하는 상황으로, 내년 8월 준공 시기도 2017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신고리 3, 4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내년 여름 공급하려면 공사를 더 늦출 수 없다”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며 밀양 송전탑 기습 공사를 강행한 바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6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새한TEP의 시험성적서 위조에 따라 재시험을 추진 중이던 신고리 3, 4호기 JS전선 케이블의 재시험이 실패했다”고 밝혔다. JS전선의 케이블이 불량으로 판정남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미 설치된 케이블을 모두 철거하고 새 케이블로 교체해야 한다.

이번 재시험은 원전 부품 시험기관인 새한TEP가 원전 케이블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치러졌다. 앞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5월 신고리 1, 2호기 및 신월성 1, 2호기의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을 확인하고, 신고리 3, 4호기에 케이블에 대해서는 재시험을 거치도록 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원자로의 제어신호를 주고받는 제어케이블은 핵발전소의 핵심 부품이다. 특히 발전소 내부에서 발생한 화재나 방사능 누출사고, 냉각수 누출사고 등에 대해 제어케이블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최악의 중대 사고로 치달을 수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신고리 원전 제어케이블 성능시험이 실패하자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와 한전 관계자들이 신고리 3호기가 내년 8월까지 준공돼야만 여름철 전력난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송전탑 공사를 재개해야한다고 했지만 원전 완공 기일이 한참 늦춰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번 케이블 시험 실패로 새롭게 케이블을 제작하고 시험, 설치하는 데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밀양 송전탑 공사가 시급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신고리 3, 4호기 건설 공기가 지연된 만큼 이제 밀양 송전탑 공사는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면서 “그간 지역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만들어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은 “전력수급의 장애물은 밀양 송전탑이 아니라 핵산업계의 안전 불감증과 비리, 수준이하의 관련 부품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고리 3, 4호기 케이블 성능시험 불합격 결과를 통해 전력수급을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은 밀양 주민이 아님을 재차 확인했다”며 “정부는 무리한 공사 강행의 명분을 잃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중단하고 대화에 자리에 나와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내년도 여름철 전력수급을 위해 신고리 3, 4호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를 통해 공급해야 한다는 한국전력공사의 공사 강행 근거가 사라졌다”며 “명분이 사라진 공사를 강행할 필요는 없다. 한국전력공사는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15일째를 맞은 16일, 한국전력공사는 187명의 인력을 투입해 단장면 5곳, 상동면 2곳, 부북면 1곳 등 모두 8곳에서 재자 수송을 하며 송전탑 건립 기초공사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까지 밀양 주민과 환경운동가 등 22명을 업무방해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나 연행했고, 이 가운데 이상홍 경북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구속됐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이며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 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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