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을 죽이는 빈곤을 철폐하자!"

"빈곤하지 않을 권리 쟁취 위해 빈곤장례식 마련"

  17일 늦은 2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빈곤장례식이 열렸다.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빈곤장례식-가난 때문에 죽어간 이들을 추모하며, 우리는 요구한다! 빈곤 없는 세상을!’ 추모제가 1017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아래 1017조직위) 주최로 17일 늦은 2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렸다.

사회를 맡은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활동가는 “1대 99의 사회에서 빈곤 문제는 가난한 몇몇의 문제가 아니라 부를 독점하는 사회의 문제”라면서 “그래서 빈곤하지 않을 권리, 누구도 거리에서 죽어나가지 않을 권리를 우리 손으로 쟁취하기 위해 빈곤을 장례 치르는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발언에 나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죽어간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울고 불며 매달렸는데, 이 사회는 여전히 ‘당신들 탓이다’, ‘더 노력해라’라고 말한다”라면서 “법과 제도에 갇혀서 울며불며 구걸했던 우리 잘못이다. 더 노력해서 우리의 눈물과 분노로 뭉쳐진 투쟁을 만들어나가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하는 정진우 부대표
노동당 정진우 부대표는 “노동자가 노조의 깃발을 만들고, 철거민, 장애인, 노점상이 함께 모여 싸워왔다”라면서 “먼저 간 사람들의 이름을 자랑스러운 투쟁의 이름으로 만들기 위해 오늘 장례식을 투쟁의 축제로 만들 것을 함께 결의하자”라고 주장했다.

전국철거민연합 장영희 의장은 “요즘 노점상분들 많이 철거당하면서 벼랑 끝에 서 있고, 죽음을 강요당하고 있다”라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죽을 수밖에 없는 현실로 밀어가는 잘못된 정치와 거짓 공약 남발을 알리고 우리의 입장을 확대하는 투쟁을 전개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전국빈민연합 조덕휘 공동대표는 “노원구 하계역, 신촌 등에서 부당한 행정에 맞서는 노점상들과 1년이 넘게 장애인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이들이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복지 공약을 난도질하고 어려운 사람의 생존권을 짓밟고 있다”라면서 “자본이 권력인 이 세상을 바꾸지 않고서는 빈민의 눈물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결의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홈리스행동 이종대, 느림보 활동가는 거리에서 죽어간 동료에게 드리는 글을 공동으로 낭독했다. 이들은 “그는 다시 재기해서 어머니를 모시고 싶다던 마음 따뜻한 친구였다”라면서 “열심히 살고 싶었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 때문에 술 마시는 날이 늘어가던 어느 날, 그 친구는 다리를 헛디뎌 넘어지고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이종대, 느림보 활동가는 “그 친구를 보낸 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지하도에서, 쪽방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며 나도 곧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라면서 “비참히 죽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따뜻한 정과 실질적 도움”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은 “우리는 모두 함께 인간으로서 최소한 권리와 존엄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지만 그런 세상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라면서 “민주노총이 그간 여기 모인 분들이 원하는 만큼 투쟁하지 못해 죄송하다. 빈곤철폐의 날을 기점으로 빈곤철폐 요구를 함께 외치는 하반기 투쟁을 전개하겠다.”라고 강조다.

참가자들은 △집은 인권이다! 살인개발을 멈추고 철거민을 살게하라! △노점상은 불법이 아니다! 노점생존권 쟁취하자! △장애등급제 폐지하고 장애인차별 철폐하자! △노숙인은 불법이 아니다! 낙인과 혐오 중단하라! △빈곤층에 대한 낙인과 배제 중단하고 통합적 지원 실시하라! △부양의무제 폐지하고 기초법 개악 중단하라! △가난한 이들을 죽이는 빈곤을 철폐하자! 등의 내용이 담긴 투쟁결의문을 낭독하고 이날 빈곤장례식을 마쳤다.

  보건복지부에서 나와 행진하는 참가자들

빈곤장례식을 마친 참가자들은 늦은 4시부터 거리행진에 나섰다. 1시간여 동안 행진한 참가자들은 시청광장에서 단식농성 중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농성장을 연대 방문한 뒤 대한문에 도착해 정리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정리집회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은 “거리에서 5년간 노숙하면서 사회 약자는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이 땅의 자본과 권력에 의해 탄압, 차별받아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았다”라면서 “‘함께 살자’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농성촌이 만들어져 쌍차, 용산, 강정 사람들이 함께 투쟁한 자리다. 함께 모여 권리를 이야기하고 이 땅의 정의를 찾기 위한 투쟁의 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주장했다.

용산참사 유가족 유영숙 씨는 “살려고 올라간 여섯 명의 학살을 자행한 경찰청장이 버젓이 공기업 사장이 되었다”라면서 “용산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데 힘을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장애인 차별, 부양의무제, 불평등, 강제퇴거 등이 적힌 칼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뒤 무대 뒤에 마련된 분향소에 헌화하는 것으로 이날 정리집회를 마쳤다.

한편 1017조직위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 전국빈민연합, 홈리스행동 등 57개 단체가 함께했으며, 753명이 빈곤장례식 장례위원으로 함께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투쟁결의문을 낭독하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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