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9호선 민자사업과 관련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9호선의 최대 주주였던 ‘맥쿼리’, ‘현대로템’과 같은 초국적기업과 손을 끊고, 협약상 논란이 됐던 독소 조항들을 전면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23일, 그동안 요금 인상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어왔던 지하철 9호선의 합리적 운영을 위해 ‘서울형 민자사업 혁신 모델’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시는 맥쿼리나 현대로템 등 기존 9호선 민간사업자 주주에 대한 전면 교체를 단행했다. 대신 한화자산운용(주)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주) 등 2개의 자산운용사와 교보생명, 한화생명, 흥국생명 등 11개의 재무투자자가 새로운 투자자로 선정됐다.
그동안 민간사업자에게 귀속됐던 운임결정권도 서울시로 이전하기로 했다. 당초 9호선 운임은 실시협약에 따라 민간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해 서울시에 신고하도록 돼 있는 구조였다. 지난해 4월 발생했던 9호선 운임 인상 문제 역시, 민자도시철도인 서울메트로9호선(주)이 일방적으로 운임 인상을 공고해 서울시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아울러 서울시는 민자사업 협약에서 최대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폐지하고, 이를 ‘비용보전방식’으로 전환키로 했다.
그동안 서울시는 9호선의 실제 운영수입과는 관계없이, 실시협약에서 정한 예상운임수입의 부족이 발행하면 시기에 따라 70~90%까지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해야 했다. 실제 서울시는 최소운영수입보장 협약에 따라 2009년~2011년까지 총 838억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비용보전방식’이 도입되면, 사업운용 비용을 운임이나 부속사업 등 실제 사업수익으로 충당하고 이에 대한 부족부분만 서울시가 지원하면 된다. 또한 서울시는 협약상 고정돼 있었던 민간사업자 수익률 8.9%를 경상 수익률 4.86%로 조정해 금리변동으로 인한 위험요인을 줄였다. 아울러 사업 재구조화 과정에서 1천억 원 규모의 채권형 ‘시민펀드’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번 9호선 서울형 민자사업 혁신모델을 통해 민간사업자 수익률을 대폭 인하함에 따라 향후 26년간 지급해야 했던 재정보조금을 5조원 대에서 2조원 대로 낮춰, 3조원 이상의 재정절감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시정 난제 중 하나로 꼽혔던 9호선 문제가 해결되고 정상화됐다”며 “민자사업은 한정된 시 재정 등을 고려할 때 꼭 필요한 만큼, 이번 9호선 ‘서울형 민자사업 혁신모델’을 향후 민자사업의 기준으로 삼아 시민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혁신안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민자사업 문제를 일정부분 해소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자사업’ 자체가 민간투자자들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라, 사회공공성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서울시의 혁신안은 그동안의 민자사업 방식에서 분명히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민자사업 문제에 대한 ‘절반의 해결’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민자사업이 너무 왜곡된 구조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박원순 시장의 조치는 사실상 ‘혁신’이라기보다는 구조적 ‘정상화’를 꾀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평가다.
박흥수 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의 경우 수익이 발생하면 다시 공공부문에 재투자되어야 하는데, 민자사업은 참여한 주주들의 수익이 우선 보장되는 구조”라며 “상징적으로 악독했던 자본들이 빠져나간다 하더라도, 새로 들어오게 되는 투자자들 역시 민자사업을 통해 이익을 계속 가져가는 구조로 운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민사자업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이나 대안 없이 박원순 시장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경우, 민간자본의 이익을 얼마만큼 충실히 보장하는지 여부는 정치인의 성향에 따라 오락가락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