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법학계는 통합진보당 강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정부의 주장에 무리가 있다는 분위기다. 각종 정당활동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을 두고도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만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의혹 사건이 통합진보당 해산 사유가 되는지의 여부와, 정당 해산 시 의원들의 자격정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다소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강령만으로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동의하기 어려워”
정당활동정치 가처분도 ‘긴급한 필요성’ 요건 충족 안 돼
이재화 민변사법위 부위원장(변호사)은 7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법무부는 통합진보당 강령에서) 민중이 주인이 되는 평등세상 건설이 인민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이것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며 “하지만 강령 전문에는 민중의 개념으로 ‘통합진보당은 노동자 농민, 어민, 중소 영세 상공인, 여성, 장애인, 양심적 지식인의 정당’이라고 규정해 놨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결국 이 민중의 개념은 우리가 다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것은 결국 국민주권의 원리를 구체화한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화 변호사와 토론에 나선 이재교 세종대 교수(시대정신 대표, 변호사) 역시 통합진보당의 강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한다는 정부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재교 교수는 “법무부가 청구한 청구서를 보면 강령이나 당헌에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한 사항이 있다고 하는 게 있는데, 거기에 대해 동의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YTN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당원이나 강령 같은 걸 보니까 북한하고 비슷하더라, 결국은 니들이 국가를 전복하려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해산하기는 곤란하다”며 “결국 정부쪽에서 얘기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라 하더라도, 그것에 따라 국가를 전복하거나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 지문을 포착할 수 있는지까지 봐야지, 단순히 당원이나 강령만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한 장영수 교수는 “그 부분만(강령만) 가지고서 얘기를 한다면 통진당 이외에 정의당이랄지 다른 정당에서도 유사한 규정을 발견할 수 있다”며 “그것만 가지고 통진당이 해산돼야 하고 다른 정당은 계속 존속돼야 하고, 이렇게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각종 정당활동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을 두고도 동의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재교 세종대 교수는 “가처분은 해산될 가능성이 있느냐, 긴급한 필요성이 있느냐의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만 인정될 것”이라며 “그런데 과연 긴급한 필요성이 있느냐, 예컨대 평택 가스 저장고를 폭파시키는 것을 행동으로 옮길 것이냐, 만약 방치할 경우 그런 위험성이 있다면 긴급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도저히 인정이 안 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해산 가능성은 몰라도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이 안 돼, 이 가처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며 (받아들이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화 민변 변호사 역시 “이 부분은 법무부가 좀 오버한 것 같고 졸렬하게 가처분 신청을 한 것 같다”며 “헌법재판소도 위헌정당 해산 부분은 신중을 기해 판단할 것으로 보는데, 그렇기 때문에 당장 가처분해야 할 필요성이 없는 사건에 가처분을 받아들일 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석기 사건 판결도 안 나왔는데...정부가 성급했다”
정당 해산 시 의원 자격정지 여부 등 이견 존재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의혹 사건이 통합진보당 해산 사유가 되는지의 여부와, 정당 해산 시 의원들의 자격정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다소 이견이 존재했다.
이재교 세종대 교소는 “이 모임(RO 혁명조직)을 이끈 사람이 현재 통합진보당의 국회의원”이라며 “일부의 당원이고 일부의 추종자들의 활동이라 하더라도 당의 기본 노선이나 맥락과 방침에 어긋나지 않을 경우, 그건 당 활동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그 활동의 일부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면 그건 위헌 사유가, 정당 해산 사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재화 민변 변호사는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재판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이석기 의원 사건은 아직 유죄로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서둘러 (당을 해산)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논리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RO조직 녹취록에서) 당의 노선과 당의 활동 이야기가 하나도 안 나왔고, 검찰도 반국가단체로 기소를 못했다”며 “또한 당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가 당 차원의 행위를 해야 하는데, 당의 공식적인 행위가 아니었다. 만약에 당 차원에서 했다면 당 조직에 있었던 당대표나 최고위원이 다 같이 기소돼야 하지만 검찰이 기소를 못하지 않았나”며 반박했다.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법무부가 신중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은 지금 재판이 진행 중이며, 사실관계에 있어서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만 있는 상태다. 중립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한 법원의 판결은 아직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판결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극약처방을 하게 되면 민주주의에 굉장히 충격을 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라며 “정부수반인 대통령이 그 과정에 참여를 안 하고 일방적인 보고만 받고 전자결재로 결재만 했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결정이고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헌재 결정에서도 충분한 정상참작 사유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당 해산 시 의원들의 자격정지 여부 역시 헌법상 명문 규정이 없어 법학계 내에서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화 민변 변호사는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위헌이라도 국회의원의 행위나 활동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의원 자격 문제는 상실되는 게 아니고, 국회의 자격심사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재교 세종대 교수는 “해산명령이 나왔는데 국회의원직이 유지된다는 것은 정당민주주의에도 안 맞고, 비례대표 취지에도 안 맞고, 헌법을 수호하자는 정당해산제도의 취지에도 안 맞는다”며 “입법적으로 명시가 안 돼 있는 애로는 있지만 그런 취지를 종합해서 볼 때 의원자격을 상실시키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