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너머 ‘생활임금’, 이미 시작됐다

시범도입 노원·성북구, 내년엔 최저임금보다 31.5% 높아

  생활임금 활성화 및 확산전략 토론회가 13일 오전 10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얼마 전 서울 노원구와 성북구는 2014년 생활임금을 발표했다. 내년도 생활임금은 2014년 최저임금 5210원보다 31.5% 높은 6852원(209시간 기준, 143만 2000원)이다.

노원구와 성북구는 올해부터 공공부문 노동자 저임금 해소를 위해 생활임금 제도를 시행해왔다. 생활임금은 고용노동부의 5인 이상 사업체 정액 급여의 50%에 서울시 추가 생계비 16%의 절반인 8%를 더해 책정됐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서울시는 다른 지역보다 16%의 추가 생계비가 필요하지만, 지자체 재정상 이에 절반인 8%를 더해 올해 생활임금은 135만 7000원(시급 6493원)이었다.

노원구는 서비스 공단 저임금 노동자 68명을 대상으로 월 총 급여액이 생활임금에 못 미치는 만큼의 차액을 지급했으며, 내년엔 어린이 도서관 근무자 33명을 더 포함한다. 성북구도 도시관리공단, 성북문화재단 계약직 노동자 123명을 대상으로 생활임금을 지급했으며, 내년도에는 1억 5100만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한 '생활임금 활성화 및 확산전략 토론회'가 13일 이른 10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권순원 교수
이날 발표를 맡은 숙명여대 경영학과 권순원 교수는 “현재의 최저임금으로는 생활하기 어렵다”라며 “우리나라 경제규모를 고려했을 때 한 달에 한 번은 영화도 보고 외식도 하는 문화 재생산을 위한 기초적 비용도 수반되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취약근로계층의 경우, 주택도 없어 생활에 드는 기초비용이 고정적으로 들어간다”라며 “현재 서울시 최저소득계층 소득 1분위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삶이 지속 불가능하다. 따라서 생계 가능한 방식으로 임금을 높이는 것이 생활임금 캠페인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권 교수는 지방정부 서비스를 조달하는 민간 업체에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한 미국의 사례를 들며 “지자체에서 적용 범위를 확산하면 민간까지 포함하는 힘 있는 제도로 복지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 영국도 일부 지역 생활임금 적용해

미국의 경우, 1994년 12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에서 최초로 생활임금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에서는 1999년까지 연방 최저임금보다 50%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미국노총의 볼티모어지역 활동가들과 지역 교회, 소수민족 단체 등 지역사회 단체들이 풀뿌리 운동으로 이룬 성과였다. 당시 이 운동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어 200여 개가 넘는 연대 모임이 결성되었고, 그 결과 140여 개의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생활임금조례가 제정됐다.

생활임금운동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개선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미국 의료보험, 공공서비스 확충, 노조활동 및 고용안정 보장 등 노동기본권으로 의제가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황선자 연구위원
영국에서도 생활임금운동이 일어났다. 영국 런던시에서는 지난 2001년 4월에 런던 동부에서 교회, 학교, 노조 등 40여 개 지역 시민단체들의 연합체인 동부런던지역공동체조직을 만들어 생활임금운동을 시작했다. 이 역시 공공부문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임금 쟁취가 목표였다.

2007년부터 생활임금 제도를 시행하는 런던시에서는 시장이 매년 생활임금을 공표하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 생활임금은 병원을 시작으로 대학, 호텔 등 다른 분야로 점차 확산하고 있다.

또한 2012년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는 후원업체 등 계약을 맺은 1천 개 이상 기업에 런던시의 생활임금을 적용하도록 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곳에서 생기는 일자리에 대해 생활임금을 지급함으로써 투자의 혜택을 런던 근로 빈곤층에게도 주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외국 생활임금 사례를 발표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황선자 연구위원은 “생활임금은 노조와 지역주민이 지역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라면서 "어떤 가치를 두고 지역을 꾸려 나갈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대중운동으로 전개해야 생활임금이 도입된 뒤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도입 후 운영 과정이 더욱 중요하기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둬야 문제점을 공유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노조의 움직임에 대해 권순원 교수는 “생활임금 캠페인이 확산할 수 있었던 것은 노조가 매개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며 한국에서도 노조의 개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활임금조례, 현행법과의 충돌 어떻게 하나

생활임금조례를 둘러싼 법적 쟁점도 논의됐다. 법무법인 지향 김진 변호사는 “일정한 임금 수준을 강제하는 것을 전제한다면 법제화가 필요하다”라며 생활임금조례 제정에 따른 세 가지 법적 쟁점을 지적했다.

  법무법인 지향 김진 변호사
첫 번째는 지방자치법 22조이다. 해당 법 조항을 보면 지자체는 법령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해 자치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은 의결기관인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인 지방자치단체장에 독자적 권한을 부여하는데 둘은 서로 상호 견제를 한다. 따라서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즉, 핵심은 이것이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침해하는가이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조례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재의를 요구해도 통과시키겠다고 하면 지자체장이 대법원에 제소해 최종 결정이 난다. 광주시 조례의 경우, 대법원에서 예산에 대한 최종결정은 의회에 있기에 이 정도의 기준 설정은 괜찮다는 판례가 있다.”라면서 “따라서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지방재정법 17조의 '지자체는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한 기부·보조·출연 및 그 밖의 공금 지출을 금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지자체에서 출산보조금을 주자 이에 대해 대법원이 지자체가 폭넓은 권한을 가지는 것은 괜찮다는 판례가 나온 바 있다.

세 번째는 지방계약법으로 이 법 조항에 따르면 최저가격낙찰제에서는 가장 낮은 가격의 것을 낙찰해야 한다. 그런데 생활임금을 적용한 업체와 적용하지 않은 업체 중에 생활임금을 적용하지 않은 업체가 더 저가일 수도 있다는 것이 우려점이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최저가격낙찰제는 불변의 기준이 아니므로 여러 사정을 고려해 기준을 정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충돌이 지난달 말 생활임금조례를 시의회에서 통과시킨 부천시에서 일어나고 있다.

현재 부천시 조례는 난관에 부딪혔다. 시장 고유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고 의결기관 설치금지 규정을 위반하며, 시장의 사무 집행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해 경기도가 재의 요구를 통해 이를 위법으로 결정한 것이다.

부천시 노사민정협의회 고현주 사무국장은 “만약 현행법 내에서 조례 제정이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 개정과 내용의 방향이 논의되어야 한다.”라며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는 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약 2시간가량 진행됐다. (기사제휴=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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