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대자보’ 부착한 중학생 ‘등교 정지’ 협박 당해

강제적 방과후 수업, 철도민영화 문제 지적

경북 구미 O중학교가 학생이 부착한 ‘안녕 대자보’를 1시간여 만에 뜯고, 해당 학생을 찾아내 ‘등교 정지’ 될 수도 있다고 협박한 사실이 확인돼, 청소년들의 표현의 자유와 인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임이 드러났다.

  A학생이 O중학교 부착한 '안녕 대자보' [출처: 뉴스민]

O중학교 A학생은 23일 오전 등교 시간 전에 학교 건물 내부에 ‘안녕 대자보’를 부착했다. A학생이 부착한 대자보에는 강제적인 방과후 수업과 집중이수제, 고입선발고사 제도 변경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더불어 철도 민영화 문제와 밀양 송전탑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 학생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A학생이 부착한 자보는 한 시간도 채 붙어있지 못했다. 대자보 부착 사실이 O중학교 학생부장에게 알려지자 바로 철거됐다.

A학생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점심시간이 지나자 학생부에서 부르더니 ‘왜 부쳤느냐’, ‘본인의 의사가 맞느냐’, ‘시킨 사람 있는 것 아니냐’라고 캐물었다. 이어 교감, 교장 선생님이 찾아와서 ‘붙인 것도 문제지만 정치적인 문제를 언급해 문제가 있다. 너는 아직 미성숙하니까 나중에 커서 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A학생은 “그러면서 ‘학생이 무슨 정치적인 문제를 담아서 이야기하느냐. 징계위원회가 열리면 등교 정지도 가능한 수준이다. 이건 학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협박했다”며 “24일에도 교장실에 불려가 ‘방학 중에 나와서 나(A 학생 본인) 자신에게 안녕들 하십니까 자보를 써서 붙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대자보 부착으로 A학생은 하교 시간보다 늦은 시각까지 학교에 있어야만 했다. 학교는 24일 A학생 어머니도 학교로 호출했다.

‘안녕 대자보’를 부착한 이유로 이틀 동안 힘든 시간을 겪은 A학생은 “학생들도 자신이 살아가는 학교와 사회에 느끼는 점이 있고, 당연히 표현해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일을 겪으니 화가 많이 난다”며 “이틀 동안 학교에서 ‘너가 잘못 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계속 들으니 진짜 내가 잘못 했나 하며 조용히 입 닫고 살 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 민주주의 시민을 양성하는 학교라는 기관에서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O중학교 학생부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이름이 없어서 대자보를 철거했다. 공공적인 장소에 검토 없이 외부 부착물이 부착되는 것은 규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며 “징계한다는 결정도 아직 없다. 현재 교칙에 위배되는 지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O중학교 학생부장은 “교내에 부착하려면 검인이 있어야 한다. 학생도 개인적 의사표현이 가능하다”면서도 “방과후 교실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데 부정적인 면만 부각했다. 또, 1학년도 있는데 정치적인 이야기가 많고, 검증 안 된 이야기도 많았다. 방법론에서 잘못됐다”며 대자보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전교조 경북지부에 따르면 포항, 안동 지역에서도 청소년이 대자보를 부착했으나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청소년의 대자보 부착에 대한 표현의 자유와 인권 침해가 잇따르자 전교조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준비 중이다.

한편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청소년 대자보 부착에 대한 표현의 자유 침해와 인권 침해 사례 제보를 받고 있다. 제보는 http://www.asunaro.or.kr/jabo로 하면 된다.
덧붙이는 말

천용길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대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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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