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이상호 판사는 26일 새벽, 경찰이 김정훈 위원장에게 제기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범죄 혐의의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맨 오른쪽)이 동부경찰서에서 석방된 뒤 이영주 수석 부위원장과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출처: 교육희망 김민석] |
앞서 경찰은 지난 22일, 경향신문사 현관 유리문을 깨고 민주노총 건물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김정훈 위원장이 경찰관에게 깨진 유리조각을 던져 상처를 입혔다며 특수공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서울중앙지법은 25일 영장실질심사를 개최해 영장 기각 판결을 내렸다.
민주노총과 전교조 등은 26일 오전, 민주노총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번 사태의 책임자인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불법적, 폭력적으로 공권력을 남용한 서울경찰청장을 즉각 구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22일 아침, 경찰은 민주노총에 불법적으로 침탈해 현관유리문을 해머로 깨뜨렸다. 경찰은 헬멧을 쓰고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맨몸이었다.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소리를 질러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머질을 했다”며 “경찰청장은 사죄가 아닌 사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 역시 “법원의 김정훈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판결은 법과 상식에 따른 결정”이라며 “경찰은 22일 당시, 해머와 유압기로 현관유리를 깨고 한 달치 최루액을 이 건물에 다 쏟아 부었다. 그 날은 법치주의가 무너져 내린 날이다. 생각이 다르다고 무조건 때려 부수면 안 된다. 공권력은 법과 원칙에 맞게 자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과 전교조도 “김정훈 위원장은 수백 개의 유리조각을 얼굴과 온몸으로 맞았던 피해자임에도 어느새 가해자로 둔갑시켰고, 정작 해머와 유압기를 동원해 현관유리창을 깨라고 지시한 경찰지휘자는 수십 개의 유리조각을 맞았다며 피해자로 만들었다”며 “공권력 남용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인 김정훈 위원장에게 덮여 씌우는 부도덕한 작태를 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경찰은 이후 증거 보강 등을 통해 영장을 재신청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사법부는 압수수색영장이 아닌, 체포영장만으로 민주노총 건물을 침입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고, 공포를 자아낼 정도로 폭력적인 침탈 과정에서 자신과 동료들을 지키기 위한 김정훈 위원장의 행동은 범죄행위로 보기 어려운 정당방위였음을 확인해 준 것”이라며 “경찰과 검찰은 불법침탈, 책임전가에 대해 사과하고 부당 기소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서 기자회견단은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은 영장주의를 위반한 불법적 공권력 남용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책임자인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불법적, 폭력적으로 공권력을 남용한 서울경찰청장을 즉각 구속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경찰청장에 대한 고소와 손해배상청구 등을 통해 위법적인 공권력 남용에 대한 법적 대응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전교조는 오늘 오후, 경찰청 앞에서 규탄집회를 개최하며, 민주노총은 오는 28일 민주노총 총파업과 100만 대국민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