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무엇을 남겼나

민영화반대 국민적지지....징계와 손배, 현장탄압 문제남아

22일 동안 진행된 철도노조의 파업은 국회 국토교통위 산하에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면서 철회됐다. 노조는 핵심요구인 민영화를 철회하지는 못했고, '민영화 방지 논의를 위해' 요구했던 철도소위는 '구성'만 됐다. 징계와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등도 해결된 게 없다. 정부와 코레일은 그토록 바라던 KTX 자회사 설립과 노조의 파업철회 선언까지 몰아부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코레일은 마냥 웃고만 있지는 못하다. 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시선도 어느때보다 차갑고, 민영화 저지에서 시작된 철도노조의 파업은 노동계 전체의 정권퇴진 투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조직력을 보여주며, 최장기 파업을 사수한 철도 노조의 이번 파업이 노조에게 남긴 성과와 과제는 무엇일까.

민영화 반대 국민여론, 철도파업 지지

철도노동자들의 최장기 파업은 ‘민영화 반대’라는 국민여론을 얻었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가 지난 28일 면허를 받았지만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민영화는 안 된다’는 여론과 공감대는 전국에서 들끓었다. 파업기간 동안 전국 역사에서 민영화반대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1인 시위와 촛불문화제가 진행됐으며, 각 대학에서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이 불었다.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의 성과에 대해 “철도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공공재를 민영화해서는 안 된다는 전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수립과 집행이라는 후진적인 관행을 타파하고 공공정책 수립에 있어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우선시하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철도노조의 평가에 대해 노동계는 전반적으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노동계에서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무엇보다 민영화 반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고, 강경일변도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브레이크를 걸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매번 50%의 지지율을 넘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22일 철도노조 지부도를 체포한다며 자행된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 이후 뚝 떨어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취임 44주차 국정수행 지지율은 2주 연속 하락한 48.5%를 기록했다. 부정적 평가는 44.5%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파의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가 33%, 잘못하고 있다고 49%로 나타났다.


정부의 무리수, 노동계 정권퇴진 투쟁 선언

철도노조는 파업에 돌입하기 전부터 합법적인 투쟁을 위해 노력했다. 법에 따른 쟁의행위 절차를 거쳤고 필수공익업무 인원들을 파업에서 배제했다. 하지만 정부와 코레일은 파업이 시작되자마자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파업은 정치파업으로 불법’ 이라고 규정하며 징계와 고소고발을 남발했다.

급기야는 지난 22일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겠다며 민주노총을 침탈했고, 28일 밤에는 기관사 조합원들이 모여 있는 한 춘천의 한 펜션에 경찰과 코레일 관계자들이 찾아가 연행하겠다며 복귀를 종용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한술 더 떠 국토교통부는 지난 28일 철도 같은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파업이 일어나 장기화하면 파업 단순 참가자도 직권면직하는 입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도노조에 대한 탄압과 도를 넘은 공권력 행사라는 정부의 무리수는 노동계를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으로 나서게 했다. 28일 민주노총의 총파업에는 10만여 명의 노동자 시민이 시청광장에 모였다. 민주노총은 철도노조의 현장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1월 말까지 이어지는 총파업 투쟁은 이어가겠다는 뜻을 30일 밝혔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박근혜 퇴진, 민영화 저지, 노동탄압분쇄 총파업’ 투쟁 기조를 중심으로 1월 9일과 16일 2, 3차 총파업에 돌입한 뒤 2월 25일 국민총파업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출처: 철도노조]

정치권이 파업철회 선언, 징계와 손배문제 남아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철회는 여야 정치권이 철도소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하면서 이뤄졌다. 30일 오전 민주당은 철도소위를 구성해서,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노조의 파업철회를 야당이 선언한 것이다. 이로 인해 철도조합원들은 물론, 노동계는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철도노조와의 합의가 있었다 해도, 아직 코레일 측과 실무협상이 남아있던 상황에서 정치권의 이 같은 행보는, 철도노조를 징계와 거액의 손해배상에 그대로 노출시켜버렸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30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징계 문제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도 보도자료를 내고 “합의과정에 사전 의견조율이나 별도의 합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코레일은 노조 간부 490명을 해고 등 중징계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노조를 상대로 1차분으로만 77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16억원 상당의 철도노조 예금과 채권, 부동산 등에 대한 가압류도 신청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이전 파업에서도 현장복귀 뒤 징계와 해고로 노조가 탄압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징계와 손배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은 채 합의한 것에 대한 조합원들의 우려가 있다.”면서 “앞으로의 현장투쟁이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국회 소위원회 구성만으로 파업이 정리된 것이 ‘민영화 반대’라는 철도노조의 요구에 비해 상당히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합의안은 28일 노조가 제시한 ‘면허발급 중단’이라는 양보안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야는 30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 4명씩 참여하는 8명의 철도소위를 구성키로 만장일치로 의결했지만, 논의의 틀만 합의했을 뿐 의제에 대해서는 커다란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소위에서는 철도운영체계 개편 방안을 포함한 철도산업 발전방향, 민영화 방지책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철도노조는 소위의 성격을 ‘민영화 반대 소위’로 규정하고 있다. 야당은 철도산업 민영화 방지 조항 법제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지만, 정부·여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라며 ‘민영화 금지 법안 논의는 안 한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파업철회 결정, 민주노조의 운영원리 지켜졌나

철도노조는 통상 잠정합의안에 따라 현장복귀 뒤 조합원 총회를 진행해왔으며, 안이 부결될 시 집행부가 사퇴했다. 그러나 파업중단 여부를 조합원들과 함께 결정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여야와 노조가 3자 합의를 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철도노조 홈페이지에 한 조합원은 “새누리당이 위원장을 맡을 철도소위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지도부 마음대로 파업철회를 결정할 수 없다.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라는 항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노동사회 단체에서도 성명을 통해 “중차대한 파업 중단의 결정을 조합원의 찬반을 묻지 않고 위원장이 결정한 것은 민주노조 운영에 위배되는 것”이라거나 “파업중단 여부를 조합원들과 함께 결정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3자 합의를 한 것은 큰 문제이며, 특히 여야가 철도파업 중단을 발표하도록 방치한 것은 22일간의 파업투쟁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향후 진행될 조합원 총회에서 이번 파업철회 결정에 대해 파업참가 노동자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끝났지만, 정부와 노조 모두에게 해결해야할 과제들을 남겼다. 노조는 핵심요구인 민영화 저지를 현재까지는 막아내지 못했지만, '철도는 민영화하면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확실하게 쟁취했다. 정부는 고집스레 KTX 자회사설립을 추진하고 노조파업을 철회시켰지만, 대통령 임기 1년만에 최대 위기의 시간을 맞게 됐다. 사실상 민영화 2라운드는 노조의 현장복귀와 여야합의로 만들어진 철도소위가 시작되는 이제부터다. 정부의 일방통행에 파업철회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철도노조와 철도노조의 파업을 응원했던 민심의 향후 투쟁이 주목되는 이유다.
덧붙이는 말

백일자 기자는 뉴스셀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셀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

철도민영화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백일자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조합원(지역본부)

    마지막 조합원 민주주의 구절은 일반 언론에서 보지 못한 분석이네요!

    하지만 파업국면의 경우, 일단 지도부 안을 따른 뒤 사후 총투표를 한다고 하니, 그러한 관행을 존중하고,

    사후 총투표를 잘 해서 민주주의 정신을 실현했으면 좋겠습니다.

  • 덧붙여

    저는 정부가 무섭다는 생각을 하고,

    정부(국토부 관료와 청와대 내 동조자)의 최종 목표는 코레일을 재정파탄으로 망하게 해 자연히 민영화 하게 하고, 노조는 이 참에 다 때려 부수려고 하는 것이었는데 새누리당 김무성의원 등 합리적 보수주의자가 나서서 야당과 합의를 하고 사회적 대화 국면으로 판을 짜니,


    경제신문 등 국토부 관료들과 입장을 같이 하는 언론에서는, "철도노조가 백기를 들었다"는 식의 아쉬움 섞인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 경제신문들과 국토부 관료 청와대 비서진이 공유하고 있던 생각은, 철도공사를 망하게 하고, 철도노조를 이참에 때려잡자는 것이었는데, 이런 계획이 국회에 의해 제동이 걸리게 된 것이었습니다.

    청와대의 입장은 국토부 관료를 대변한 정책집행은 있고, 협상은 없는 것이었던 반면,

    이번 국회 정치권의 합의는 경향신문 오늘자 1면 표제인 "이것이 정치다"라는 말에 어울리게, 협상과 타협을 남겨둔 것이었습니다.

    정부 방침에 안따를 경우, 무한 처벌과 무관용만이 있을 것이라는 방침은, 정치는 없고 통치만 있는 교수, 검사, 군인출신 청와대 비서진과 국토부 관료의 방식이라면,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민주당이 주도한 이번 국회 합의는 보다 진일보하고 상대를 인정하는 통치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박근혜 정부 선거당시 자문을 맡았던 중앙대 이상돈 교수가 CBS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 국토부 관료와 청와대 비서관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말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정부의 철도노조에 대한 강경한 대처에 다른 속내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코레일이 부채 과다로 회복 불능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가 코레일을 일부러 파산시키려는 의혹이 있다”며 “이번에 민주노총이 주축인 철도노조를 와해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갖고 있지 않은가 짐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를 원망할 게 아니라, 철도노조는 할만 큼 했고, 나머지 몫은 노동운동 전반과 우리사회 민주주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ㅇㅇㅇ

    민노총 인터넷언론이구만
    잘못 분석하여 쓴 기사 입니다
    다시쓰세요

  • 민주당 품에 안기는 파업.
    당신들이나 하쇼!

    2013.12.30 19:20 펌"힘이 있을때 제대로 싸워 승리를 쟁취못하면 처절한 보복을 당한다는 것은 역사의 자명한 진리!
    철도노조가 투쟁의 주도권을 민영화추진정당 민주당에게 준 것, 연대파업을 조직못하고 보수정치권 합의환영한 민주노총은 패배자, 배신자로, 멍청한 집단이란 오명을 뒤집어 쓸것이다"

    댓글 69번님의 글 동감합니다
    이런식의 파업철회는 민주주의와 민주노조운동을 올곧게 지켜나갈려는 노동자 민중의 등에 비수를 꼽는 행위라 생각합니다. 분노스럽습니다.

    -울산현대미포조선 노동자 김석진-

    2013.12.30 20:16 보스코프스키진짜 심각한 이야기들이 있던데 이래도 후회 안 할 자신이 있는지 묻습니다.

    2013.12.30 21:33 투쟁의 내공없는대책없는 지도부입니다.
    파업을 접고서 무슨힘으로 현장투쟁을 한다고 합니까? 말장난 그만합시다.
    민주노총은 무슨 총파업한다고 중얼거리는지 한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번 파업은 철도노조를 넘어서 민주노총의 파업이였고 국민이 지지를 받는 파업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민중은 간데없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철도민영화를 헌납하였으니 엉찌 통탄하지 않겠습니까?
    파업성과가 고작 국회에 철도발전소위를 보수양당이 구성합의 이외에 무었이 있는지 머리짧은 사람은 알길이 없네요. 무엇보다 철도소위가 철도민영화를 막아 줄 것이라 생각한 철도지도부는 정말 대책이 안섭니다. 파업이 끝난 후 철도소위는 유야무야 될 가능성이 크고 자본과 정권은 마음대로 철도를 유린할 것이 뻔히 보이네요.
    이 기막힌 현실이 암담 할 뿐입니다.

    2013.12.31 08:29 조합원음.. 저도 좀 아쉽긴 하지만,

    지금 국토부 관료랑 청와대 비서진이 원하는 건 철도공사를 재정위기로 망하게 하여 자연히 민영화하게 만들고, 이번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대체인력 신규 채용 등으로 철도노조를 무력화시킬 계획이었는데,

    그러한 국면을 어떻게 보면 국회, 정치권에서 나서서 막은 것 같고요.

    국토부 관료들이나 청와대 비서진은 파업 장기화나, 갈등이 지속될 경우 거기서 생기는 사회적 비용과 당사자들의 고통보다는 자신들의 '정책'을 실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경제지와 국토부 쪽에서는 이번 새누리당-민주당-철도노조의 3자 합의에 대해 "철도노조가 백기를 들었다"는 식으로 1면 기사를 내면서,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결국 개인과 대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국토부 토건관료들과 청와대 비서관들도 이번 합의에 대해서는 불만이고,

    철도노조에 보다 비타협적인 투쟁을 기대한 연대시민, 저같은 연대조합원들도 아쉬워하고,

    그렇게 양쪽에서 욕을 먹는 게 이번 합의안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합의안이 지금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강경일변도의 정부정책과 노조의 반발 국면에서 상생의 정신을 살린 안이라고 생각하고,

    나머지 철도 민영화를 막을 것이냐 못할 것이냐는 이제 철도조합원 뿐 아니라 국민적 역량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알짜구간을 민영화 한 다음 코레일을 망하게 해서 민영화 시키려는 게 국토부 관료들의 정책과제였는데, 국회가 이를 감시하고 견제를 제대로 해서, 코레일을 망하게 하지 않고, 적절히 시간을 끌로 전면 민영화를 저지한다면,

    국토부 관료와 박근혜 비서진 등 토건집단의 철도 사유화 목표도 좌절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2016년 총선까지라도 이런 여론을 잘 만들어가서,

    총선 때 여소야대 국면을 만들어, 임기가 얼마 안남은 박근혜 정부와 국토부 관료들은 힘을 못쓰게 될 것이고, 그 때부터 다시 사회 공공성 흐름을 강화해, 수서발KTX 자회사의 실질적인 운영도 백지화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 4월까지 잘 버티고,

    노동자 정치세력화 및

    안녕하세요 등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 흐름을 확보하는 데 집중합시다.

    철도노조 합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 쪽 탓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