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복지, ‘부정 수급 색출’에 올인?

‘복지부정 100억 적발’ 대대적 선전...“사각지대 외면하고 적발에만 혈안”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운영 중인 ‘정부합동 복지부정 신고센터’(아래 신고센터)가 100일 만에 복지 부정수급액 100억 원 이상을 적발했다고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복지 수급 자체를 범죄화하고 도덕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부당한 공세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신고센터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비정상의 정상화’ 1호 과제인 ‘복지 부정수급’을 근절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해 10월 15일에 출범해 22일로 100일을 맞는다.

신고센터는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아래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보훈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12개 부처 인력이 파견되어 21개 정부기관에서 관장하는 약 292종의 복지사업 부정수급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사실상 중앙정부가 부정수급자 색출에 복지 행정력을 '올인'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00일 동안 총 190건의 복지 부정신고와 587건의 신고상담을 접수했으며,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31건에 100억 원 이상의 부정수급을 적발하는 ‘가시적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이에 신고센터는 31건에 대해 수사기관 및 감독기관에서 추가 조사하도록 넘겼다고 밝혔다.

특히 이 중 ‘기초생활비 부정수급사건’은 총 13건으로 △기초생활 수급자가 재산 및 소득을 타인 명의로 은닉해 기초생활비를 부정수급 △일정한 급여수입을 타인 명의로 받거나 속이는 방법 △허위진단서를 제출해 기초수급자로 지정받거나, 허위 이혼신고 또는 부양가족이 없는 것처럼 속이는 의혹 사건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복지부정 신고센터 홈페이지

하지만 부정수급자 색출에 행정력을 쏟아붓는 정부의 행태에 대해 장애·빈민운동 진영에서는 곱지만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부정수급 색출’에 집중하면서, 복지 수급 자체를 범죄화하고 도덕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부당한 공세라는 지적이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1호 과제가 부정수급 근절이라니 황당하다”라면서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수가 140만 명인 반면, 부양의무자 기준 등에 의해 비수급 빈곤층으로 밀려난 사람이 410만 명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이런 사각지대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사각지대로 밀려난 사람들을 공격하기에 바쁘다.”라고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 “실제로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 자격이 박탈된 사람들의 부양의무자 가구 소득을 조사해보면 평균소득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라면서 "빈곤층이 정부의 부당한 여론몰이에 희생당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주은선 교수는 “부정수급으로 낭비되는 돈이 100억 원이라면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들이 혜택받지 못하는 것은 그것보다 몇십 배는 된다”라면서 “이런 데 쓰일 예산과 인력이라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쓰여야 마땅하다”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지난해 10월 한 강의에서 ‘가짜 빈곤층’에 대한 이슈화가 “부자격 수급자가 모두 도덕적 의미에서 부정수급자는 아니라는 사실, 통합전산망 확충으로 중복 수급자 등을 찾아낼 수 있을지언정 복지사각지대를 찾아낼 수는 없다는 것, 이는 사회복지 부문의 공공인력 확충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도 “정부가 부정수급을 부각시켜 물타기 하면서 복지의 권리를 은폐시키려 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해 5월 14일 국무회의에서 '복지 부정수급 해결 방안 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8월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관계기관 합동 복지사업 부정수급 척결 TF를 구성하고, 9월부터 행정연구원을 통해 '부정수급 유형별 대안 설계를 위한 연구'를 추진하는 등 복지 부정수급 색출에 행정력을 쏟아부었다.

보건복지부 또한 지난해 말 보도자료를 통해 '복지누수 원천차단'을 강조하고,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음)을 강화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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