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전교조에 이어...‘공무원노조’도 부정선거 논란

‘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척결’ 한다더니...‘부정, 부실’ 선거 의혹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김중남, 공무원노조)이 부실,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전교조 부정선거 논란에 이어, 1년여 만에 또 다시 민주노총 소속 주요 산별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것이라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공무원노조 측은 선거관리위원회에 공정한 선거관리를 권고하며 내부 정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논란 없이 사건을 마무리하기에는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진 상황이다.

무엇보다 내부 자성 없이 사건이 무마될 경우, 소위 ‘민주노조’ 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반복적인 부정, 부실 선거 논란이 관행적으로 이어져 신뢰 회복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모두 도덕성과 청렴성 등을 강조해 온 조직이라, 조직적 위상에도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이충재 선본 측, 선관위에 ‘대리투표 의혹’ 이의제기 신청

공무원노조는 지난 16일부터 양일간 제7대 임원선거 투표를 실시했다. 이번 임원선거에는 전국회의 소속으로 알려진 정헌재(위원장), 김주업(사무처장) 후보가 1번 선본으로, 정파에 속하지 않은 이충재(위원장), 김성광(사무처장) 후보가 2번 선본으로 각각 출마했다.


개표 직후인 17일, 공무원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임원선거 결과를 발표했다. 정헌재 선본(34,669)이 이충재(34,659) 선본보다 10표를 더 득표해, 정헌재 선본을 놓고 27~28일 결선 투표를 진행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선관위의 선거 결과 발표 이전, 이미 이충재 선본 측은 중선관위에 선거인명부 및 투표함 증거보전 신청을 했고 이의제기를 신청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었다. 이충재 후보 측은 선관위원장이 관련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회의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충재 후보 측이 제기한 이의제기 내용은 선거과정에서의 총체적 부정, 부실 의혹이었다. 상당한 지역에서 90% 이상의 몰표가 나오고, 투표율이 99%가 나오는 지역도 있는 등 대리투표 의혹이 일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부산 금정지부의 경우, 선거인수 540명 중 단 1명을 제외한 539명이 모두 투표에 참여했다.

문제는 금정지부에 31명의 휴직자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공무원노조 선거관리규정에는 휴가나 휴직, 입원 중인 조합원은 부재자투표를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금정지부는 부재자투표를 실시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한 명을 제외한 전 조합원이 직접 투표를 한 것이 된다.

이충재 선본은 “금정지부 소속 휴직자를 대상으로 자체조사를 실시했고, 조사 결과 상당수의 조합원이 투표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무원노조 투표는 인터넷 투표가 아닌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이므로 대리투표는 부정투표”라고 설명했다.

선거관리위원회, ‘부실선거’ 의혹 당사자로 비판받아

이번 부실선거 의혹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직접 당사자로 거론된 사건이라 심각성이 더욱 크다. 이충재 후보 측은 선관위가 일부 투표구에 선거무효 판정을 내렸음에도 재투표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비판하고 있다.

선거인수가 234명인 대경본부 대구시지부의 경우 투표무효 판정을 받은 곳이다. 공무원노조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일부 투표구 선거의 일부 무효 판정이 있을 경우 선거관리위원회가 재투표를 명한 후 다시 당선인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선관위는 양 선본의 표 차이가 10표에 불과한데도 불과하고, 재투표 없이 결선투표 공고를 발표했다.

특히 대경본부 선거 개표결과, 이충재 선본(3202표)이 정헌재 선본(1840표) 측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선관위위원 대다수가 1번 선본과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어, 애초부터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중남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그것은 선거에 관여했던(선본에 소속돼 있던)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선관위의 크고 작은 실수도 이어졌다. 선관위원장이 최초 선거결과를 보고할 당시 투표자수(무효표+각 후보별 득표수)는, 실제 무효표와 각 후보별 득표수 합산 보다 120표가 모자랐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일 경 선관위가 확정발표한 선거인수와 선거결과보고 선거인수를 비교했을 때 8명이 줄어들기도 했다.

개표 종료 후, 선관위가 임원선거 결과를 공고하는 과정에서 전국, 본부, 지부 투개표 현황을 비공개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7만 명에 달하는 임원선거 투표자 중 10표는 개표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에 속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재검표 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노조, 정헌재 선본 측 “선관위 회의 결과 기다릴 것”
선관위 오는 24일이나 27일 경 최종 결정 발표 예정


정헌재 선본 측은 아직까지 특별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충재 선본 측이 선관위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만큼, 선관위 회의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정헌재 선본 측 관계자는 “상대 측 에서 선관위를 상대로 이의제기를 신청한 것이라, 우리 측이 입장을 낼 상황은 아니다”라며 “선관위에서 유권해석을 해야 할 사항이 많은 만큼, 선관위 회의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헌재 선본 측 이의제기 내용 모두 소명이나 해명이 가능한 내용들이라며, 선관위의 판단이 끝나면 이후 의혹들이 해소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공무원노조가 법외노조인 만큼, 지금까지 공직선거와 같은 정상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지 못했고 현장마다 현실에 맞는 다양한 방법과 관행으로 선거를 해 왔기 때문에 무조건 부정, 부실 선거로 몰아가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경본부 대구시지부 투표 무효 처리와 재투표 미실시 논란에 대해서도, 용인되지 않은 투표용지를 사용한 부정선거이기 때문에 재투표의 권리 보장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2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선거 논란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노조 중앙집행위원회는 △선관위에 조직사수를 위한 공정한 선거관리와 절차 이행을 제안한다 △양측 후보는 선관위 결정을 존중하고 승복할 것을 제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김중남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선관위가 이의신청과 관련해 사실 여부를 판단하고 이에 대한 결론이 나온다면, 우리도 그것을 토대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선관위의 결정이 나와 봐야 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22일 오후 2시부터 이 사건과 관련한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오늘 회의에서 이충재 선본에서 제기했던 부산 금정지부 대리투표 건과 대경본부 대구시지부 재투표 건 등 이의제기 사건을 비롯해, 오늘 이 선본 측에서 제기했던 세종시지부 선거 관련 문제제기 등에 대한 검토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본 관계자는 “세종시 건은 선거 과정에서 지부와 본부 간에 실무 처리가 잘못 돼 이충재 선본이 약 20표 정도를 손해 본 것으로, 사실상 결선투표가 무력화 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23일, 양 선본을 불러 이야기를 들은 뒤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서장원 선관위원장은 “아직 재투표 등의 어떠한 결정도 내린 상황이 아니며, 내일 양 후보측 이야기를 듣고 24일이나 27일 쯤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23일 오후 결선투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현재 이충재 선본은 법원에 ‘결선투표 공고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상태이며, 결선투표가 진행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결선투표 여부를 떠나 조직 관행의 문제나 제기된 의혹들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다. 선관위 판단 결과를 두고 또 다른 갈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논란이 무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척결’을 줄곧 주장해왔던 공무원노조가,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뢰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김중남 위원장은 이번 선거 논란과 관련해 “선관위 결정이 나와 봐야 한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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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학노동자

    전국회의 하면 통진당계열 아닌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저들이 정말 징글징글하다.
    남한사회의 진보정치를 다 말아잡수더니
    이제는 노동운동까지 다 말아 잡술려고 하고만.

  • 일일사사

    정파를 따지면 무정파도 정파 라고봐야.
    싸우지들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