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수급’ 여론몰이, "반복지 공세 중단해야"

권익위, '부정수급 문제 심각' 여론조사 결과 발표

"오히려 기초생활보장제도 잘 운용됨을 반증하는 것"

정부의 ‘부정 수급 색출’ 공세가 갈수록 거세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1일 ‘정부합동 복지부정 신고센터’가 복지 부정수급액 100억 원을 적발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국민권익위원회는(아래 권익위) 국민 대다수가 ‘부정수급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의도된 설문조사를 통해 여론을 호도하고 반복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권익위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 85.7%, 사회복지담당자의 74.3%가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복지서비스의 부정수급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한, 설문에 참여한 국민은 부정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부정수급에 대한 점검·단속 및 처벌 강화’(32.6%), ‘사회복지정보시스템 개선 및 연계강화’(19.3%), ‘복지업무 담당 인력 확충 및 전문성 확보’(17.4%)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는 권익위가 국민신문고(www.epeople.go.kr)를 통해 12월 한 달 동안 일반 국민 740명과 사회복지담당자 982명이 응답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모집단과 표본도 설정하지 않은 채, 인터넷 접속자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로 전체 국민의 의견인 것처럼 일반화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정도의 설문조사라면 포털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인기투표 수준의 것”이라면서 “정부가 의도된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권익위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를 통해 진행된 ‘복지부정 꼼짝마!’라는 주제의 온라인 정책토론 결과도 공개하면서, 이를 부정수급 대책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책토론에 전문가 패널로 글을 기고한 한세대 사회복지학과 이미애 교수는 “사회적 약자도 사회적 강자도 법을 어기면 똑같이 처벌받는 것이 법이 보장하는 평등성임에도 불구하고 생계형이라고 하면 법적으로나 심정적으로나 더 많은 보호를 받는 측면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심지어 “보건복지부 내의 공공부조 부정수급조사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의 권한’을 부여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라면서, 부정수급을 단순한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범죄 행위’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신문고 설문조사와 다음 아고라 온라인 토론 등을 통해 부정수급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반복지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정의당 좌혜경 정책실장은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해 기초생활보장에서 배제된 빈곤층이 엄청나게 존재하고 있다”라면서 “이 상황에서 제도를 급격히 확대해도 모자를 마당에 부정수급을 이유로 복지를 공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좌 정책실장은 “모든 제도가 100% 완벽할 수는 없으므로 부정수급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은 맞다”라면서 “그러나 정부가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해서만 유독 가혹하게 부정수급의 잣대를 대고 있고, 이 때문에 복지에 낙인효과를 강화해 행정적 비용만 더 들게 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좌 정책실장은 ‘정부합동 복지부정 신고센터’가 적발했다는 총 100억 원의 복지 부정수급액의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이 중 상당 부분은 사무장병원 등 요양급여 부당수급사건(72억 원)이고, 기초생활비 부정수급사건은 7천여만 원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좌 정책실장은 “전체 기초생활보장예산이 8조 원이 넘는 상황에서, 그 정도면 오히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잘 운용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다음 아고라 정책토론에서 정부합동 복지부정 신고센터 한수구 센터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각각 부정수급방지조사국(Counter-Fraud Investigation Division)과 부정수급조사기관(Benefit Fraud Inspectorate)을 두고 있는 영국의 사례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부정수급방지체계와 우리나라의 경우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리나 국제협력국장은 “영국의 복지 감시체계는 복지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된 복지가 제공되고 있는지까지 감시하는 것"이라며 "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부정수급 조사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라고 지적했다.

이 국제협력국장은 이어 “정부가 정말 제대로 된 복지 감시체계를 만들고자 한다면, 재정 누수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시설에서 죽어나가는 장애인들의 현실에 대해서도 감시·감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말

하금철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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