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 사건의 첫 변론이 열렸던 지난 28일, 통합진보당 당원 2명이 구속되는 일이 발생했다. 통합진보당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 결과에 악영향을 미치기 위한 치졸한 술수라며 즉각 반발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 6부는 28일 밤, 작년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국정원의 구인영장 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통합진보당 당원 2명을 구속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영장실질심사 이후 “도주 우려가 있고 직접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한 점, 유사 전과가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이날 밤 늦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가담정도가 미미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통합진보당은 사법당국이 상식을 뛰어넘는 탄압을 가하고 있다며 구속자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무려 5개월 전의 사안으로 이미 당사자들은 검찰조사에 충실히 응해왔다”며 “증거인멸과 도주우려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난데없는 구속영장 청구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내란음모조작사건은 이제 피고인 진술까지 마치고 구형과 선고만 남겨놓고 있으며, 진보당해산심판청구는 오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며 “오늘 이 갑작스런 구속 사태는 어떻게든 진보당에 흙탕물을 끼얹어 설 연휴 여론을 왜곡시키고 나아가 진행 중인 재판에 나쁜 영향을 끼치려는 박근혜 정권의 야비하고 치졸한 술수”라고 비판했다.

한편 같은 날인 28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에서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및 활동정지 가처분 사건의 첫 변론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통합진보당은 위헌정당’이라며 정당 해산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이정희 대표는 “이 사건 정당해산청구는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급격한 후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집권자가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민주정치 최소한의 요건이다. 민주와 상반되는 개념으로서 독재의 첫 번째 징표는 바로, 집권자가 야당의 활동을 방해, 금지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진보당 해산청구는 진보당을 지지함으로써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정치적 의사형성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정 사상 최초의 이 사건으로 인해 우리는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기 위해 강제로 정당을 해산하는 나라가 되느냐, 아니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이 자유롭게 오가며 선거를 통한 국민의 평가 속에 민주주의를 성장시키는 나라가 되느냐의 길목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정희 대표는 정부가 진보당 의원들에 대한 활동정지 가처분을 제기하며 오는 6.4지방선거를 봉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정부는 오는 6월 4일 지방선거에 진보당 후보를 내지 못하게 가처분결정을 해달라면서 헌법재판의 정치재판화를 부추기고 있다”며 “이는 지방자치의 실질화라는 지방선거의 성격조차 도외시한 채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탄압일 뿐”이라고 밝혔다.

반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통합진보당은 북한의 명백한 반국가적, 반민주적, 반인권적 행태에 대해 비판하거나 반대의 뜻을 나타낸 적이 없다”며 “이러한 북한 추종성은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에 따라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당의 기본 노선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반국가 활동 전력자들을 당 요직에 배치해 반국가 활동을 도모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진보당에 대한 해산과 그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의원직 상실 및 정당활동 정지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