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쌍용차 노동자들이 줄곧 제기해 온 회계조작 문제를 법원에서 인정했음에도, 회계조작 당사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쌍용차지부는 회계조작 당사자들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지만, 공소시효가 고작 9일밖에 남지 않아 검찰의 조속한 기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등은 11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쌍용차 회계조작 사건 책임자들에 대한 기소를 촉구했다.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은 “고등법원에서는 쌍용차가 유형자산손상차손을 과다 계상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실상 회계조작을 인정했다”며 “회사는 지난 2009년 2월 20일 재무재표를 확정 공시했다. 이것이 허위 작성일 경우 공소시효는 5년이라 오는 19일 공소시효가 끝이 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공소시효가 지나게 되면 책임자들을 처벌할 수 없다. 그럼에도 검찰은 지금까지 시간을 끌며 이들을 기소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쌍용차지부 등은 지난 2012년 2월 26일, 회계조작 당사자인 당시 대표이사 최 모 씨와 법정 관리인 박 모 씨, 이 모 씨, 그리고 안진회계법인과 해당 회계사들을 외감법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판결 결과를 보기 위해 시한부 기소중지가 돼 있는 상태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쌍용차 회계조작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지난 5년의 시간과 24명의 억울한 죽음을 바로잡는 일”이라며 “검찰은 빠른 시일 안에 책임자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단 역시 “서울고등법원에서 회계조작을 인정한 이상 그에 따른 기소가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현재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있어 더욱 신속한 기소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기자회견 직후, 검찰에 ‘쌍용자동차 회계조작 사건 기소 촉구 의견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의견서를 통해 쌍용차 대표이사 및 공동관리인과 안진회계법인의 외감법 위반 사항을 지적하며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하여 조속히 기소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98년 경제위기 이후, 정리해고가 남용되면서 쌍용차 회계조작과 비슷한 일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며 “회계법인은 위기를 과장해 컨설팅 보고서를 만들었지만, 노동자들은 이를 밝혀낼 조직적 힘이 부족했고 법원이 이를 인정하면서 정리해고 남용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특히 금융감독원 역시 쌍용차 회계조작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사건을 은폐하는 등 국가기관이 범죄행위에 공모했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쌍용차 회계조작 사건을 은폐해온 금융감독원을 상대로도 추후에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의 정리해고 무효 판결에도 사측이 항고 입장을 고집하면서 해고자 복직 시점은 더욱 더뎌질 전망이다. 실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24명의 동료와 가족을 떠나보낸 우리 노동자들은 더 이상 잃을 것도 내줄 것도 없다”며 “회사는 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라 사회적합의를 위한 노동자들과의 대화와 교섭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희주 쌍용차범대위 공동대표 역시 “검찰은 회계조작이라는 불법을 저지른 책임자들을 즉각 기소해야 한다”며 “아울러 고등법원의 해고 무효 판결에 따라 해고자들은 하루 빨리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